엊그제 포스트, '요우커의 경제학' 읽어보셨나요?
그러셨다면 좀 개운찮게 느끼셨을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쏠림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5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전체 외래관광객 중 무려 반 (46.2%)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더 심각해 보이는 건 이 중국 비중이 앞으로 더 심화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 구성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보고서에서는 이를 한국 관광의 실패를 말하는 상징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요. 내용을 자세히 들춰 보면 상황은 꽤 심각합니다. 향후 우리 관광의 미래는 이 '쏠림'과의 처절한 싸움에 달렸을 수도 있어요.
링크: 전경련, 한일관광의 성과 비교와 한국관광에 주는 시사점
만만치 않은 수준차를 개무시한 채 항상 만만하게 보는 일본, 그 일본의 경우를 대놓고 비교하며 우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군요. 다소 투박하게 전개되지만 그 내용은 제게도 충격스러울 정도입니다.
지인 한 분께서 자료를 보내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공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리저리 검색해 봤더니 전경련 사이트에서 내려 받을 수 있더군요 (위에 링크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관의 보고 자료에 비해 덜 주목 받은 듯 했는데, 전경련이란 이름 때문이었을까요?
보고서는 아래의 내용을 주로 다룹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이들을 놓고 다투는 경쟁국 일본의 사정은 어떤지,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본 포스트에서는 대단히 흥미로운, 또다른 리포트 하나를 인용할 예정입니다. 지난 7월 일본 JTB가 발행한 'JTB Report 2016 일본인 해외여행 (원문)' 의 일부인데요, 일본인 관광객들의 한국 관광에 대한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유가기획 유경동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미공개 자료이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독자 분들과 같이 나눕니다 (본문 하단 링크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 * *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전경련의 리포트, 한일 관광의 성과를 비교해 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어떤 것인지 그래프 위주로 살펴 볼까요?
한/일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
요우커는 그동안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뜨거운 화두였었죠. 그야말로 '폭증'이란 표현이 무색할 지경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호텔도 엄청 지어 올렸었지요? 급기야 수급이 뒤틀어져 향후 2, 3년 간 호텔의 고전이 예상되긴 하지만 현재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상황은 곧 완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관련글: 때늦은 호텔 초과공급 논란
하지만 전체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을 들여다 보면 달리 보이는 게 있군요? 일본의 사정을 같이 놓고 비교하면 차이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한일 외국인 관광객 유치실적 비교
역전되고 말았군요..... 2015년은 메르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왜곡되었고, 일본도 적잖은 반사 이익을 누렸을 법 하지요? 눈여겨 봐야 할 건 추세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메르스가 아니었더라도 2015년이나 2016년엔 역전되었을 테죠.
그나저나 우리가 일본보다 외국 관광객 유치가 많았던 건 꽤 의외인가요? 2009년부터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요우커와 환율변수 (엔화는 2011 정점을 찍은 후 2015년까지 하락 추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한국의 지리적 근접성을 제외하더라도, 일본과 중국은 2011년 센카쿠 열도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으로 정치/외교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작년에 다시 역전되고 말았습니다. 동일본지진 여파를 추스르며 엔저 영향까지 겹친 2012년 이후의 일본 증가세는 그야말로 엄청나군요. 모든 현상에는 모름지기 합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래에서 천천히 살펴 보도록 하고요...
한국과 일본의 관광수지 추이
양국의 관광수지 역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과 일부 동조한 모양새를 보이죠? 일본은 마침내 관광수지 흑자로, 그것도 엄청난 규모로 전환합니다만 메르스 여파로 수입이 줄어든 우리나라는 그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고야 말았군요.
일본의 관광수지 흑자는 1962년 이래 53년 만이라고 하는데, 당시 일본인의 해외여행이 제한돼 있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초나 다름없다고 해요.
일본의 성공과 한국의 실패
자리바뀜이 발생한 2015년엔 천재지변이 작용했으니 이 모양새로 실패를 단정짓는 건 꽤 과격하지요? 하지만 추세가 대변하듯, 메르스가 아니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르스는 그 시기를 앞당긴 역할만 했을 뿐이죠.
한국 관광은 그야말로 '일본에 완패'했습니다. 이것에 대한 원인을 찾고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게 이 리포트가 의도하는 것입니다. 그나저나 왜 일본과 비교하냐고요? 수준차가 만만치 않게 존재합니다만 여하튼 일본은 세계 관광 시장, 특히 중국과 동남아 등 지근거리 타깃을 놓고 우리와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하는 숙적이니까요.
한국 관광, 실패를 말하는 5가지 근거를 하나씩 보도록 할까요?
1. 저조한 해외 관광객 증가율 8% vs 33%
그래프를 다시 봅니다. 아마도 엄청나게 증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의 시야를 가렸던 듯 하군요. 저조차도 우리 관광의 수요시장 자체가 엄청나게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총 외국인 관광객 연평균 증가율 33% vs 8%... 고작? 8%...
메르스가 작용한 2015년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는 11% 중반 대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일본은 무려 30%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었군요? 따지고보면 11% 성장률은 작은 수치가 아니지만 경쟁국 일본과 비교하면 꽤 왜소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그 내용을 보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이미지 클립: 전경련 보고서
일본은 해당 기간 동안 중국 뿐만 아니라 모든 송출국에서의 증가율이 우리를 큰 폭 앞서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오히려 줄어들었죠? 환율 변수에 모든 원인을 돌리는 건 그야말로 미래를 망치는 자위행위입니다.
2. 과도한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 45% vs 25%
한일 외국인 관광객 지역별 구성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 '쏠림' 혹은 '편중'..... 이 쏠림은 위 송출국 구성비에서만 나타나는 단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 시장 전체에 드리운 경향이에요.
여하튼 위 그림은 꽤 심각해 보이죠? 중국인 비중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의 경우는 분포가 아주 고르군요?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가장 크긴 하지만 한국과 대만 등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대만이 눈에 아프게 밟히네요. 일본의 경우 무려 18%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한국은 고작 3.9%.... 일본-대만 관계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이었습니다.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보고요...
알다시피 이 편중 현상은 심각한 문제를 감추고 있습니다. 사드 같은 정치, 외교적 변수나 중국 경제 불황 등 경제적인 이슈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피해를 완충하기 쉽지 않거든요.
3. 저조한 중화권 관광객 유치 700만 vs 1,000만
4. 근거리국 관광객 유치 830만 vs 1,270만 명
이미지 클립: 전경련 보고서
한일 양국 공히 대다수 외국인 관광객은 동북아, 동남아 등 지근거리에서 오고,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비중이 50%를 상회합니다. 파이를 보세요. 우리나라 중화권 비중의 중국 쏠림은 역시 심각하지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그 쏠림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대만이나 홍콩으로부터의 유입은 다소 정체된 상태이군요. 하지만 일본의 모양새는 정말 부러울 정도입니다.
5. 저조한 일본인 관광객 유치 180만 명 vs 400만 명
한일 양국이 상대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추이입니다. 지난 4년 간 양국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꼈군요. 늙은 몽돌은 대범한 호텔리어, 그렇지만 이 모양새를 보고선 도무지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요.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연평균 13.5% 감소해 2015년엔 2012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연평균 22.6% 증가했군요? 그 결과 2015년엔 2.5배 규모로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일본을 다녀오고 있어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했겠죠?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들 말해왔습니다만 정치적인 이슈도 만만찮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일본인에게만.... 말머리에서 말씀드린 JTB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한국을 재방문하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을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이 나왔던 답이 '한일관계 (31.4%)' 였다고 해요.
이건 좀 당황스럽지 않나요? 피해국인 한국인들은 최근의 과거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2.5배나 많이 가해국을 관광 방문하고 있고, 적지 않은 일본인들은 그 이슈 때문에 피해국을 방문하고 싶지 않다니... 물론 이 이슈 외에도 환율, 상품 매력과 가치, 메르스 등의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국내 여행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까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이유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어 보이지요? 지금도 난리입니다. '비싸고, 바가지 쓰기 일쑤이며, 그리고 불친절'하다고....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닌데, 이런 악습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국민성 때문일까요? 아니면 부실한 정책? 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요?
내국인으로부터 외면 받는 관광지가 외국인에게 어필하길 바라는 건 웃픈 얘기,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죠.
일본의 성공, 우리의 실패
전경련의 보고서에서는 2015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의 역전 원인으로 '과거 실적에 안주한 탓'을 꼽고 있더군요. 정책 당국과 관광 업계가 그동안 얼마나 안주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 '안주'를 가능케 했던 게 중국 시장의 성장 탓임은 부정할 수 없어요.
엄청나게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은 일종의 착시를 불러 왔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전체 관광 입국자 수가 고르게, 건전한 모양새로 발전하고 있는 냥 오판하게 만들지 않았던가요? 저 역시 이 포스트를 쓰기 전까지 그랬고, 지금에서야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습니다.
자료: tour.go.kr
그렇지만 전세계 해외여행자의 10%를 차지한다는 요우커만 제대로 케어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동안 한껏 바가지 씌우고 멸시하긴 했지만...) 이들이 지금처럼만 들어와 준다면야 그다지 반갑지도 않은 일본, 대만 받지 않아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하지 않을까요?
대만이나 홍콩 등 다른 나라는 안중에도 없이, 그동안 우리가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중국인들의 여행지 선호도도 한번 볼까요? 아래 도표는 메르스 여파가 제거된 2016년 4개월 동안의 한국과 일본 방문 실적을 비교한 것입니다.
규모는 아직 역전되지 않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보면 상황이 꽤 달라집니다. 2012년 부터 지난해까지 방일 중국인 연평균 증가율이 방한 중국인 연평균 증가율을 이미 앞섰고요 (47.9% vs 28.1%), 금년 들어서는 더욱 심화되는 느낌이군요.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정치/외교적 이슈에 과민 반응한다던 요우커는 조만간 우리나라보다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을 더 많이 방문하게 생겼네요?
아울러,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의 성장세는 몰라보게 누그러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그래서 눈까지 멀게 만들었던 그 40% 증가세는 온데간데 없군요. 이미 단물이 빠진 것일까요?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은 급증세를 타면서도 한국으로 들어오는 요우커의 증가세는 꺽이고 말았을까요?
관광 자원의 매력과 편중, 바가지 상술, 부실한 관광 정책 등등 그 원인을 놓고 최근에 말들이 많았습니다만 여기선 더 다루지 않습니다.
많이 길어지니 한번 잘라 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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