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터파기가 시작된 당시엔 그 입지가 그다지 핫! 해 보이지도 않았고,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덩치의 호텔도 아니었더랬어요.
그럼에도 저를 포함해 호텔 깨나 안다고 떠벌리는 이들 사이에서 한 때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만만찮은 위상의 인터네셔널 업스케일 브랜드가 처음으로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었으니까요. 하얏트, 자세히 말하면 하얏트 계열의 대표 업스케일, 하얏트 플레이스 Hyatt Place 명찰을 달 예정이었고, 이는 제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재료였었죠.
그렇지만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으로 하얏트와의 일(경영위탁계약)은 무산되고 말았더군요. 결국 생소한 이름의 자표 간판을 달고 힘겹게 시장의 문을 열었고, 그 존재감은 이내 제 기억에서 휘발되고 맙니다.
* * *
변두리로 멸시 받던 그쪽 시장은 급증세를 탄 요우커와 더불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우후죽순 들어선, 업스케일과 미드스케일에 걸친 호텔들이 하나둘 재조명 받죠. 이름하여 '동대문사단'입니다. 핫! 해지기 시작한 입지와 더불어, 이곳이 늙은 몽돌의 관심권에 다시 들어온 이유는 사실 사람 때문이었어요. 급 가까워진 술친구 중의 한 분이 이 호텔 오퍼레이션 책임을 맡고 있거든요.
늙은 몽돌은 좀 괴퍅합니다. 친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관계에 의해 리뷰나 포스트의 내용을 달리 하는 건 제 취향이 아니에요. 종종 미스터리쇼퍼 성 솔직 리뷰를 투척해 그 전까지 좋았던 관계가 머쓱해진 적도 적잖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객관성이 흔들릴 소지가 있는 호텔은 아예 피해 다니기도 했더랬죠. 하얏트와의 '밀당' 사연을 듣고 보고 싶긴 했지만 여길 방문한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좀 뜬금없는 기회로 마침내 들리게 되었군요? 우연찮게 기획한 '벙개'의 장소가 가성비 '갑'으로 소문난 이곳 올데이다이닝 르쉐프 Le Chef로 낙점되었고, 급기야 당 호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주관하셨던 분(오너)께서 직접 룸쇼를 자청하셨더군요. 올레~!!!ㅎ
* * *
어딘지 짐작하셨을까요?
동대문사단의 독립호텔 대표주자
KY 헤리티지 호텔 KY Heritage Hotel
궁금해 하셨던 분들 적잖았을텐데 그 네이밍의 연원부터 짚고 갑니다.
원래는 왠지 포스 풍기는 '헤리티지'란 이름을 사용할 생각이었다네요? 하지만 일반 명사를 그대로 사용하는 건 여러 면에서 곤란했고, 결국 'KY'라는 접두어를 추가하게 됩니다. KY는 모회사 건양통상의 영문 이니셜이고, 건양통상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지퍼로 유명한 일본 YKK의 국내 총판입니다.
동대문 KY 헤리티지 호텔 /건물 측면의 물체는 태양열 집열판입니다.
지퍼 회사가 호텔이라니 좀 뜬금없나요? 리뷰를 주관하셨던 권대혁 전무께서도 줄곧 스스로를 낮춰 말씀하셨지만 천만에요. 소소한 호텔 운영에 대해선 밝지 않은 게 당연하고, 어쩌면 밝지 않아야 더 옳을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전망하고, 옳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요, 사소한 것에 치우치면 큰 시야가 잠식되기도 하죠. 포스트 말미에서 조금 더 덧붙이도록 하고요...
궁금했던 건 겉으로 보이는 KY 헤리티지호텔의 물적 퀄러티에 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하얏트와의 사연, 그리고 그 흔적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대강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고요, 객실 등을 사진으로 소개해 드리면서 조금씩 섞도록 합니다.
입지
하얏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이 무산된 배경
하얏트의 흔적
매각 소문
가성비 갑으로 소문난 르세프
로컬 오너의 경영 철학
KY 헤리티지 호텔에서 본 DDP
들어가지 전에 KY 헤리티지 호텔의 스펙을 간단히 볼까요?
개관일: 2015년 6월
등급: 4성
인벤토리: 6가지 타입, 215실
F&B 아웃렛: 올데이다이닝 르세프 Le Chef, 라운지 & 바, Grab & Go 르카페 Le Cafe, 프라이빗 다이닝룸, 룸서비스
부대시설: 피트니스, 미팅룸 2, 비즈니스코너 등
KY 헤리티지는 합리적인 가격, 탄탄한 기본기, 신뢰할 만한 실용성에 포커스를 둔 토종 호텔입니다. 애초부터 오너의 의도가 그랬는지, 아니면 하얏트 플레이스의 정체성이 그러한 것인지, 그마저도 아니면 그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절충된 것인지 전 알 수 없습니다.
서울 호텔들 중 가장 먼저 4성 등급을 받았어요. 여러가지 재미있는 후일담을 들려 주셨는데, 사실 이 정도 덩치의 독립 호텔이 4성을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브랜드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인터네셔널 체인이라면 모를까, 독립 로컬호텔에게 이 등급은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호텔의 로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둔 대형 스크린에는 별 4개가 연신 번쩍거리더군요.
핫! 입지
근년 이 로케이션에 오는 건 두번째입니다만 KY 헤리티지의 입지가 이렇게 뜨거운 곳인지 미처 몰랐네요. 그야말로 '깜놀'했습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DDP가 있고 그 넘어 바로 동대문시장입니다. 두타, 밀리오레 등 KY 헤리티지 호텔로부터 도보 5~ 10분 소요되는 거리인데, 시원하게 뚤린 대로 주변엔 볼거리가 넘쳐납니다.
2014년 당시 건축중인 KY 헤리티지 호텔 동대문
첫번째 방문은 건너편 이비스 버젯 리뷰 때문이었는데, 당시 내려다 보이던 KY 헤리티지는 터를 다지고 한창 층을 올리고 있던 시점이었죠. 그 때만 해도 이곳 입지가 지금처럼 뜨거워질 지는 상상하지 못했고, JW 메리어트 동대문을 리뷰했던 3년 전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JW 메리어트 동대문의 객실영업 전망조차도 부정적으로 내다 봤었죠.
관련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KY 헤리티지 호텔/다음 지도
주변은 온통 호텔입니다. 어퍼업스케일 이상의 체급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가 유일하고요, 나머진 대부분 3, 4성, 200실 내외의 인벤토리로 미드스케일에서 업스케일까지 걸친 중형 체급들입니다. 건너편엔 이코노미 스케일 이비스버젯, 바로 옆엔 토요코인 그리고 대각 방향 업스케일 호텔더디자이너스가 있고요, 한 구획 건너 라마다, 이비스동대문, 스카이파크 동대문, 베이튼, 베스트웨스턴.........
그 면면을 보면 이곳의 마켓 특성을 능히 짐작할 수 있겠죠? 오로지 동대문 시장을 찾는 중화권 수요와 일부 일본 FIT를 노립니다. 참 대단하지요? 동대문시장이 주변의 수십개 호텔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겁니다. 최근 2년 사이 명동, 홍대 주변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외국인 관광지로 급부상했어요.
작년까진 90% 내외의 Occ%와, 등급에 따른 차이가 있긴 하지만 70,000원 ~ 120,000원에 걸친 ADR을 보였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망은 사드 이슈와 공급 변수 등으로 다소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추정합니다.
KY 헤리티지 호텔 현관과 로비
로비는 다소 좁지만 길고, 높은 층고가 개방감을 절충합니다. 한동안 오가는 이들을 지켜봤는데 드나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매우 분주하군요. 비즈니스 코너의 중국인 고객들에게 아리따운 호텔리어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4성과 서비스 퀄러티
이 정도 정체성의 호텔에서 럭셔리 스케일의 우아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겠죠? 신규 호텔들의 서비스 퀄러티에 대해서는 그동안 시장에서 말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3, 4성급 독립형 비즈니스 호텔들이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채용해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비용 문제도 그럴 뿐더러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필요성 조차 느끼지 않는 곳이 태반일걸요?
다소 서툴러도, 호텔리어의 성의가 확인되면 고객들은 대부분 만족하거나, 혹은 어렵지 않게 감수합니다. 고객들 역시 전해오는 그 무언가를 쉽사리 느껴요. 아울러 스스로가 지불하는 정도에 대한 반대 급부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투숙합니다.
스킬은 성의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스킬과 달리 그 성의는 교육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에요. 보완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애초 그런 형질을 갖춘 사람을 채용해야 합니다.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이 정도 중소규모 호텔의 성공과 실패는 더욱 사람에 의해 좌우되겠죠. '인사가 만사'라는 그 흔해 빠진 경구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KY 헤리티지 호텔의 올데이다이닝 Le Chef 르세프에 대해선 포스트 하나를 아예 따로 빼고요,,, (호텔 레스토랑의 놀라운 가성비! KY 헤리티지 호텔 르세프 런치 스페셜)
객실층 복도인데, 밝고 꽤 고급져 보이지요? 투톤의 색감도 예쁩니다. 이 투톤의 컬러 매치가 최근의 디자인 경향이라는 외국 기사를 얼핏 본 적도 있긴 합니다.
KY 헤리티지 호텔 킹딜럭스 룸
딜럭스 킹 타입의 객실입니다. 9평 사이즈로 작지 않은 쇼파를 넣고도 아주 넉넉하군요? 시중의 비즈니스 호텔들과는 다르고, 오히려 코트야트 남대문이나 티마크 그랜드와 비슷한 사이즈로 느껴집니다.
층고도 꽤 높아 더 넓고 쾌적해 보이는데, 이는 하얏트 브랜드 스탠다드의 흔적이에요. 층고가 높으면 객실당 건축비가 증가할 뿐더러 용적 효율을 낮추게 되므로 오너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하얏트의 흔적 & 브랜드 스탠다드
하얏트는 프로젝트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개입해 호텔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들, KY 헤리티지의 하드웨어 전반에 그 흔적들을 남겼어요. 가구와 집기, 미니바 등 전자제품의 스펙도 그러하고, 보안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게 아닙니다.
원래 인터네셔널 체인 하얏트 룸 스펙은 트윈을 중시하지 않아서 대부분 싱글 베드룸을 배치합니다. 하지만 국내 비즈니스 호텔들 (4성 업스케일)의 주타깃인 중화권 여행객, 심지어 일본인 관광객들조차도 한 객실에 2~3명이 함께 투숙하는 건 흔한 형태입니다. 요즘 생기는 업스케일 호텔들이 주로 트윈룸, 트리플룸, 심지어는 쿼드룸까지 갖추는 이유예요. KY 헤리티지 호텔은 계약 해지 후 부랴부랴 룸스펙을 대폭 손댑니다.
욕조 역시 마찬가지에요.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은 욕조에서의 목욕을 선호해서, 왠만한 호텔에서는 샤워부스와 욕조를 섞어 배치합니다. 하얏트는 애초 디자인에 포함되어 있던 욕조 모두를 없앴다더군요..... 올데이다이닝 레스토랑 역시 원래는 20층에 계획을 했었다는데 하얏트의 요청에 의해 2층으로 내렸다는군요? KY 헤리티지 2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뷰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여튼 요즘의 트랜드와도 배치되는데 하얏트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인터네셔널 체인의 브랜드 스탠다드는 일관적인 서비스 퀄러티를 담보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개별 시장의 특수성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경직된 잣대를 적용합니다. 오너와의 협상을 통해 변경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은 듯 보이더군요. 이런 부분이 소프트브랜드의 확산을 부추기는 배경의 하나이기도 하겠죠.
KY 헤리티지 호텔 킹딜럭스 룸
비즈니스 데스크도 적당한 사이즈로 좋고요, 쇼파에 앉아서도 티 테이블을 활용해 용무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군요. 객실 면적이 좁은 비즈니스 호텔에서는 비즈니스 데스크를 아예 없애고 위 티테이블을 데스크 겸용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합니다만, KY 헤리티지에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객실은 충분히 넓습니다. 아울러, 곳곳에 전원 소켓을 마련해 서너명이 함께 투숙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 하군요.
개인적으론, 가구의 색상이 복도의 벽체와 같은 것임에도 객실에선 왠지 가볍게 느껴지는군요? 색상이 밝으면 물적, 심미적 퀄러티도 더 쉽게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KY 헤리티지 호텔 딜럭스트윈 룸
메트리스는 하얏트 스탠다드 시몬스 뷰티레스트를 사용했고, 침구 역시 엄선한 것들로 보입니다.
KY 헤리티지 호텔 욕실
욕실은 꽤 넓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잘 꾸며져 있군요. 벽체 대리석은 이태리에서 직접 수입한 것이라는데, 밝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KY 헤리티지 호텔에서 유일하게 허세를 부린 곳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군요?
KY 헤리티지 호텔 룸서비스
눈에 확! 띄는 게 또 있었는데.... 미니바 위에 놓인 룸서비스 메뉴입니다. 이 정도 스케일에서 룸서비스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룸서비스는 돈 먹는 하마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비즈니스 호텔들은 갖추지 않고요, 어퍼업스케일 5성 급 역시도 운영 시간과 메뉴에 제한을 두거나 딜리버리 형태에 효율을 기하는 등의 어퍼로치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룸서비스
하지만 룸서비스를 주문해 먹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호텔에 투숙해 보고 싶은 사람들도 더러 있을 정도라잖아요? 더군다나 주변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펍이 없습니다.
등급 등 다른 배경으로 룸서비스 구색을 마지못해 추가했겠지만, 잘 유지하면 KY 헤리티지 호텔을 상징하는 또하나의 매력으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가격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왕 유지할 생각이라면 종류를 줄이고 딜리버리와 매닝 manning 등 절차를 되짚어 볼 필요도 있습니다. 투숙객들을 상대로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겠죠?
관련글: 호텔 룸서비스의 미래
KY 헤리티지 호텔에서 본 뷰
호텔이 완공될 즈음 하얏트와의 계약은 무산되었습니다. 듣자니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제 생각에도 꽤 단순해 보이는 이슈였지만 작지 않은 비용을 수반하는 변수라 오너쪽에서 감수하긴 쉽지 않았다더군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하얏트는 아마도 오너의 역량을 과소평가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당연히 불거질 페널티 이슈 역시 큰 관심거리였는데 이마저 현명하게 회피했더군요. 좀 민감한 이슈라 소상히 언급하진 않습니다.
하얏트와의 계약 해지는 결과적으로 KY 헤리티지에게는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영업 현황을 보면 브랜드 영향이 도심 호텔들에 비해 중요하게 작용하진 않는 듯 보이죠? 이쪽 입지엔 중국인 FIT로 차고 넘쳐났으니까요. 아울러 오너의 운영 전략과 호텔리어의 역량 역시 적지 않게 기여했을테죠.
동대문 KY 헤리티지 호텔
당일 '벙개' 맴버 십여 분이 함께 호텔을 구경했습니다. 건축가도 계셨고, 호텔 디자이너, 교수, 호텔리어, 호텔 오너 등 여러 분야에 몸담고 계신데, 역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네요. 아주 흥미로운 모임입니다.
동대문 KY 헤리티지 호텔
백사이드 펜트리, 직원용 서비스 엘리베이터, 비상계단 등도 잘 구성되어 있군요? 기본기가 매우 탄탄합니다. 요즘 들어서는 호텔들 중 이런 back side 공간을 배려하지 않는 곳들도 더러 눈에 띄더군요. 그 기본기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운영할 때 비로소 느끼게 됩니다.
KY 헤리티지 호텔에서도 서울시 용적율 특례의 흔적을 뚜렷이 볼 수 있습니다. 200여개 인벤토리, 하지만 주차 공간은 10대에 불과하거든요. 미미한 내국인 비중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사드 등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드는 요즘엔 달리 느끼게 되는 바가 있을 듯 싶군요. 급기야 내국인을 대상으로 패키지를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레스토랑 영업이 활성화되면 주차 공간은 때때로 부족할 수 있어요. 지금은 필요할 때마다 건너편 사설 주차장을 빌려 사용하는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하엔 주차 공간을 희생시키며 세탁실을 대신 넣었다더군요? 역시 매우 독특한 스펙인데, 이 정도 스케일에서 세탁실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찾아 보기 쉽지 않습니다. 5성 호텔들도 대부분 outsourcing했다가 최근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다시 바꾸는 곳들이 있다더군요. 외주로 맡기면 퀄러티도 일관적이지 않을 뿐더러 린넨 등의 내구성이 희생됩니다. 하지만 직접 운영하는 경우엔 인건비 통제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해요.
동대문 KY 헤리티지 호텔
홍보를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은 없는 듯 보이지요?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주로 수용하는 호텔이라도 요즘엔 좀 달리 접근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무시하더라도 페이스북, OTA, 트립어드바이저와 같은 메타서치엔진 등에 달리는 부정적인 댓글들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중화권으로부터의 유입은 빠르게 FIT화 되어가고 있고요, 이들이 SNS에 의존하는 정도 역시 급변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홍보 기능
아울러 F&B 아웃렛을 가진 호텔이라면 페이스북 홍보 활동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큰 비용이 수반되지는 않지만 프로모션을 기획, 사진 등을 준비해 홍보하고, 그리고 결과를 분석하는 정도의 역할은 필요해 보이는데다, 보통 100실 정도의 중형급 업스케일 호텔이면 마케팅 기능에 홍보 활동이 추가되죠. 홈피는 제대로 유지되고 있던데, 어쩌면 페이스북의 페이지 노출이 훨씬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개관한 지 1년 남짓, 권전무께서는 벌써 리모델링에 대한 욕심을 피력하시더군요. 어지럽게 남아 있는 하얏트 브랜드 스탠다드의 흔적과, 실제 운영하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사소한 결점 등이 한가득 눈에 들어 올텐데, 처음 호텔을 짓고 경영하는 분껜 더더욱 그러할테죠. 다음 프로젝트는 보다 완벽하길 희망하고요..
컨설팅 펌과 지인 몇으로 부터 전해 들은 적도 있었는데, 매각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더군요? 하지만 자발적인 매각의사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아주 놀랄만한 가격을 제시하면 혹 생각해 볼게' 정도의 수준입니다. 아마도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유주가 바뀌는 일은 없겠더군요.
* * *
어떻습니까? 설명을 듣고 보니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립형 비즈니스호텔과는 좀 달라 보이지요? 평범한 그 외양과는 달리 만만치 않은 포스가 풍겨 나오는데 이는 대부분 오너의 고집과 철학에 기인한 것입니다.
하얏트와의 짧지 않았던 인연과 이별, 룸서비스도 그렇고, 세탁실도 그러한데, 일반적인 비즈니스 호텔이었다면 어림없을 면면들이에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나중의 일입니다만 뭔가를 꿈꾸고, 추진하고, 경험하고, 반성하며 다시 배우는 것.... 바로 경영 철학이 다져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고요,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함께 있길 희망합니다.
오너와 경영철학
인생 로망으로 호텔을 꿈꾸는 성공한 사업가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꿈들로 쌓아 올린 호텔들이 부실한 경영철학으로 곧 아름다운 색을 잃어가는 경우 역시 적잖게 봐 왔잖아요? 앞으로 어떠하실지 모르겠지만 오너의 초심이 오염되지 않길 기대합니다.
일개 '직원'의 신분으로 오닝을 이해한다는 건 말장난과 다름 아니고, 호텔리어들 사이에선 '좋은 오너는 없다'는 우스갯 소리를 할 때도 있습니다. 애먼 곳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제 모습이 좀 웃프긴 합니다만, 늙은 몽돌의 건방진 말들 중 필요한 걸 골라 들을 수 있으면 좋을 일이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보이면 무시하면 그만일 일이지요. 저 역시 물질적인 뭔가에 구속되어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업가들에 비하면야 처지가 궁색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저 부족하지 않으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요, 가진 富의 크고 작음으로 위신이 휘둘리는 일은 없도록 경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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