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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개관 100주년 기념전시/ 100년 호텔, 신세계조선호텔



'100년의 기억 그리고 유산'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The Westin Chosun Seoul)의 개관 100주년 기념전시회






기념 전시회는 이미 끝났으니 이 글을 올리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다른 양념을 좀 섞어 간단히 소개 올리도록 할까요?!





호텔 100년史, 참 대단하지요?! 


1888년 인천에서 개관한 대불호텔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호텔로 봅니다만 현존하는 최고의 호텔은 서울 웨스틴조선의 전신인 조선호텔입니다. 예전에 적었던 내용을 좀 업어 올까요?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14년 현재의 위치에 '조선호테루'라는 이름으로 최초 건설하였으며 1967년 기존의 건물을 헐어 1970년 현재의 규모로 신축 개관합니다. 1981년 미국 웨스틴 호텔그룹과의 협정으로 현재의 명찰을 달았고요, 1983년 삼성그룹이 공기업인 국제관광공사로부터 인수하면서 민영화되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지분은 1991년 계열분리된 신세계그룹이 1995년 완전 인수하여 지금에 이르는데, 현재 주식회사 신세계조선호텔이 서울과 부산의 웨스틴조선(1994년 인수) 두 곳을 소유하고 있어요


신세계그룹이 최근 지분을 인수한 JW메리어트 서울 (강남)은 기존 법인 센트럴관광개발로 존속 (대표이사는 조선호텔과 동일인) 시켰습니다만 언젠간 합방을 하겠지요?! 메리어트 체인과의 경영위탁계약으로 인해 영업부문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만 호텔 재무 쪽에는 신세계의 인력이 개입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故이병철 회장의 막내딸 이명희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신세계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로 호텔, 외식, 베이커리 사업부 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현재 이마트가 98.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이명희 회장과 고현정씨의 전남편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이 이마트의 대주주입니다. 정유경 부사장은 동네 빵집 사건으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지분구조/자료출처:머니투데이 (2014. 10월/링크있습니다.)



강북의 최고 노른자위 소공동에 입지해 있고요, 시장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라 대규모 개보수 프로젝트도 적시適時에, 아니, 경쟁호텔보다 한박자 빠르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따라서 시설 현황도 훌륭할 뿐더러 고객 평판도 좋은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위상입니다. 그러나, 1967년에 지었으니 아무래도 협소하고 로비의 층고도 낮아 답답하게 느껴지며 Public Area의 구조도 꽤 비효율적인, 물리적 단점도 함께 지니고 있어요.


그동안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은 자질이 우수한 직원들을 채용해 왔습니다만 이들이 오래 근속하지는 않는 듯 했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다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아 경쟁 호텔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많았었는데 (서울 특 1급 호텔들의 요지에서 조선호텔 출신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호텔리어 사관학교인 듯도 했어요. 직원처우는 경쟁 호텔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사관행 전반이 다소 거칠었으며 명예퇴직이나 인턴사원 고용행태 등의 인사 문제로 간간히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도 했죠.




신세계그룹 공채를 통해 직원을 채용하지는 않고요, 조선호텔 공채로 뽑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시채용하는데, 일반 직원의 경우 헤드헌팅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조선호텔의 홈페이지에 수시로 채용공고가 올라오니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빡에 단 명찰, 웨스틴 Westin은 스타우드 (Starwood Hotel & Resorts Worldwide) 계열의 브랜드인데 조선호텔은 1981년부터 웨스틴호텔그룹과 프렌차이징 계약 Franchise Agreement를 체결해 왔습니다 (고위급 끄나풀의 전언에 따르면 'Management Assistant Contract'라고 하는데, 아마도 경영위탁계약과 프렌차이즈 계약의 절충 형태로 보입니다. 

관련글: 체인호텔 혹은 위탁경영호텔과 호텔경영수수료





소개는 이만 하고요, 전시회를 잠깐 거들떠 볼까요?


소공동의 웨스틴 조선호텔 18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전시공간으로 꾸몃고, 1층의 그랜드볼룸 포이어 foyer에도 사료와 유물들을 전시했더군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모습인데 웨스틴조선에선 가장 비싼 객실입니다. 이곳은 평소 응접 공간으로 사용되는 듯 하고, 복도 건너편에 침실과 집무실이 따로 배치되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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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유물들은 소소한 것들이지만 꽤 다양합니다. 조선호텔과 반도호텔 및 경쟁호텔, 그리고 그 당시 식당들의 리플릿과 라벨, 엽서 등등... 늦게 도착했던지라 자세히 살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런 사료史料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때 저도 근무하는 호텔의 사료 작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30년 지난 자료 찾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더군요. 하물며, 100년 된 유물을 찾아 보관하는 일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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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건너편 침실에 전시했던 유물들인데 1963년 부터 사용하던 것들입니다. 쇠로 된 객실 열쇠도 반갑고요, 성냥도 있군요?!ㅎ 성냥이 사용되지 않은지는 몇 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보니 마치 구석기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는군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우아하게 디자인된 호텔의 성냥은 신분을 상징하는 징표로써도 사용되었을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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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김에 전시물 말고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요모조모도 거들떠 볼까요?! 객실의 가구는 실제 사용되는 것들이 아니라 김명세의 이노디자인 측에서 기념 전시회를 즈음해 따로 들여놓은 이벤트성 아이템들입니다. 객실과 복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튀지 않고 그저 부드럽고 우아한 정도?! 레노베이션을 비교적 최근에 했는데 돈 들인 표가 너무 안 나나요??? .. 도심 호텔이라 뷰가 그다지 우수하진 않습니다만 한켠에선 시청광장과 덕수궁이 내려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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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1층 그랜드볼룸 복도에서도 열리고 있던데 오래 전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던 메뉴와  와인리스트가 주종이더군요. 100년 넘은 것들도 많았는데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소유한 것들인지 아니면 브랜드로부터 전시 목적으로 차용한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묻거나 자세히 살펴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랜드볼룸에선 100주년 기념만찬이 준비되고 있더군요. 층고가 낮아 개방감이 좋진 않습니다만 카펫도, 조명도 훌륭해 보입니다. 웨스틴조선은 이 그랜드볼룸에 꽤 많은 공을 들여 왔었는데 제 기대가 너무 과했던 모양이긴 하네요.





룸쇼 Room Show를 부탁했습니다만 방문한 날 (10월 10일) 객실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나중을 기약했는데, 조금 더 빨리 방문하고 이 포스팅도 전시회 기간 중에 올렸더라면 호텔리어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텐데 아쉽군요. 제가 그동안 너무 바빳습니다.


대신 끄나풀을 꼬드겨 바로 옆의 플라자 호텔을 아주 상세히 구경했는데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드리도록 하고요....





100년의 기억과 유산... 


그 기억과 유산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일반 대중도 인정할 수 있는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년을 산 현존 최고最古의 호텔이니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나 상품이 많은 건 너무나도 당연하겠지요. 전시회장에서도 '우리나라 최초'라는 표현이 마치 발에 채이는 돌맹이처럼 곳곳에서 보였습니다만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진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나라 대표 호텔로써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이를 하나씩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만, 그것마저도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상속을 위해 탈법을 일삼고 문어발 사세확장을 위해 서민의 코묻은 돈을 뺏는 일부 재벌 대기업들의 행태는 답습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그러한 경영행태로 1,000년을 살아남아 1,000년의 기억과 유산을 기념한 들 무슨 소용이랍니까.... 


앞으로 아름다운 기억과 유산을 차곡차곡 쌓으며 후발 호텔들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호텔로 거듭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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