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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모님께 사 드린 스마트폰이 불효폰 된 사연/LG G2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휴대폰으로 주민번호니 통장번호를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술술 불러 주시더라네요?!


급히 아버지를 바꿔 여쭈었더니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아마도 흥분한 제 반응에 놀라셨던 모양이지요.  부랴부랴 아버지 휴대폰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되걸었더니 연결이 되지 않더군요....

영락없이 노인네들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이지요?! 

부랴부랴 계좌를 정지시켰는데, 다행히 계좌의 돈이 인출되거나 하지는 않았더군요.


한달 전의 해프닝입니다.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아마도 휴대폰 번호이동을 유혹하는 전화였던 듯 싶더군요. 아버지께선 그 낡은 휴대폰을 바꾸고자 하신게 아니었을까....

5년 된 '효도폰'인데 눈에 띌 때마다 말씀을 드리긴 했더랬지요. 하지만 한사코 손사레를 치셨는데, 서울서 바삐 사는 아들 놈 부담줄까 걱정되셨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은 얘기로 마음을 다잡고 있긴 했습니다.


요즘 제 어머니 연세되시는 분들은 2파로 나뉜다더군요?! 

얼리어답터 스마트폰 파와 구세대 폴더폰 파,,,,

어머니는 이런 유행에 꽤 민감하신 분입니다만 이런 욕구를 아들에게 내색하실 분이 아닙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데,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이통사에 바로 연락을 넣었지요.

요즘은 효도폰 보다 스마트폰이 오히려 더 싸다네요?!

옳커니......ㅎ



LG G2 박싱 Boxing


드디어 휴대폰이 배달되었습니다.


LG G2

따끈 따끈한 최신형 단말기는 아니지만 지금도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비교적 신상이지요?!


LG G2 전면


5.2' 화면도 적당히 크고요, 화질도 뚜렷하니 전활 받고 거는 데도 문제 없어 보이는군요. 더군다나 아주 가볍고 예쁩니다. 부모님들껜 안성마춤이다 싶었지요.

개통절차를 모두 끝내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우체국을 들러 시골로 보내드렸습니다.



LG G2 후면/카메라, 장치잠금버튼, 음량조절버튼



이틀 후에 의기양양 전활 드렸지요.


'어무이! 전화 좋지요?!!!!'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 모델입니더!'

'받고 거는 법 가르켜 드릴테니 잘 들으세요~?!'



왠지 반응이 그다지 뜨겁진 않았지만 몇번 반복해서 전화 받고 거는 법만 일단 설명드렸습니다.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하고 받아 보기도 하며 반응을 확인하는데, 응, 응 거리시긴 해도 왠지 답이 시원친 않으셨더랬지요. '익숙해지면 괜찮으시겠지' 생각하며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몇일 후 '이젠 좀 나아지셨겠지?!' 생각하며 다시 전화를 드렸는데 대뜸 짜증부터 내시네요?!

비싼 돈 들여서 쓸데 없는 짓을 했다고....


등으로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어머닌 이런 일로 좀처럼 싫은 내색을 않으셨던 분이거든요. 이런 반응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습니다만 대강 말씀을 듣은 후에야 아차 싶더군요. 


LG G2 액세서리/보조배터리, 이어폰, 충전지



'40대 회사원 세대가 다루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도 모르는 시골의 노인네가 접하는 스마트폰은 전혀 다른 물건이겠구나.......'

가끔 제게도 쉽지 않은 스마트폰인데, 생전 처음 접하는 물건이 편할리 없었겠지요. 전화 걸고 받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싶었습니다만 이마저도 쉽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버지께선 아예 켜지도 않고 방구석에 쳐박아 두셨다는군요....



안타까웠지만 서울에 있는 저로썬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혹 스마트폰 사용하고 계신 친구분들 계시면 여쭤 보시라 말씀드리고 전활 끊었는데, 설날 내려가면  자세히 가르쳐 드릴 요량이었지요.




마침내 시골에 왔습니다. 

어머니 휴대폰은 가끔 사용하시는 듯 마루에 있는데 아버지 휴대폰은 아니나 다를까 방구석에 고이 모셔두셨더군요......




다행히 아직 흥미를 잃진 않으셨습니다. 당장 사진 찍는 법까지 가르쳐 드렸는데 마침 동생으로부터 화상전화가 왔군요.  표정이 한층 밝아지셨습니다.ㅎ

하지만 메시지 쓰는 법까지는 가르쳐 드릴 수 없었어요. 휴대폰 자판도 익숙치 않은 여든 연세의 노인네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거든요. 




아버지께서도 적잖은 관심을 보이셨으나 중간에 제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손가락 세기 조절부터 쉽지 않더군요. 디스플레이의 번호조차 제대로 누르지 못하십니다. 세게 누르면 다른 글자가 표기되기도 하고, 두 번 연달아 눌러지기도 하고... 

이를 지우는 버튼을 알려 드리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G2의 경우, 전화를 걸기 위해선 왼쪽 아랫편의 버튼을 눌러 화면에 보이는 원 밖으로 내 보내야 하지만 이런 간단한 조작조차 버거워 하시더군요. 

더 이상 말씀드리면 역정 내실 듯 했습니다.....








결국 다시 가져왔습니다....ㅠㅜ

아이가 사용하던 휴대폰과 바꿔야 할 듯 한데 고민을 조금 더 해 봐야 할 듯 하군요.


스마트폰으로 효도할 작정이었지만 물정 파악 못하고 욕심만 앞세워 불효를 행하고 말았네요.

연로하신 부모님들을 위해 스마트폰을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면 신중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요즘엔 카카오톡 등 일부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폴더폰도 나오더군요. 하지만 오히려 가격은 더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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