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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정원 속의 이자카야, 광화문 맛집 테이엔



오늘은 좀 특별한 날입니다.

그냥 못 본 채, 무시하고 넘어가면 큰일 나는 날.....


제가 모시는 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의 해피 버쓰데이이걸랑요.



어제 전작 탓으로, 자리를 마련한 늙은 호텔리어들 모두 '저녁만 간단히'라며 힘주어 말하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끝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터이지요.



중늙은 여성호텔리어가 따로 준비한 생일케익.... 

축하 문구가 '진정 생축'이라니....ㅋ

 


처음엔 참새방앗간, 회사 아래 단골 막걸리집을 염두에 뒀더랬습니다만 하마터면 경칠 뻔 했군요.





늙은 몽돌은 다소 염세적인 모양입니다. 세상에 나온 걸 그다지 축복스럽게 생각치 않는 듯 하니, 제 생일이었다면 없는 듯 지나고 말았을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생각은 저와 좀 달랐겠지요?!

재빨리 진로를 수정합니다.

처음 가는 곳, 호텔 빵집의 왕아짐씨로 부터 좋다는 이자카야를 소개 받고요.....





저는 종종 먹던 와인을 두어 병 준비했습니다.

간단히 밥이나 먹자 했으니 와인 한 두 잔이면 족할까요???...



광화문 테이엔



테이엔

우리말로 정원이라네요?!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 세종문화회관 뒤에 자리 잡은 아파트 단지, '경희궁의 아침' 4단지 어귀입니다.

그나저나,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군요.



광화문 맛집 테이엔



애초엔 가정집이었던 듯 하군요?! 2층은 정 갤러리입니다.

입구엔 바비큐 파티를 수용할 만한 아담 사이즈의 우든 테라스가 있고요...



테이엔의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만 따뜻한 분위기

다다미는 따로 두지 않았지만 벽 쪽을 둘러 칸막이로 나눈 개방형 PDR이 있군요.


광화문 맛집 테이엔



호텔의 그 왕아짐씨가 특별히 준비한 와인입니다.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블랑 Cloudy Bay

뉴질랜드산 소비뇽블랑 Sauvignon Blanc을 세계에 알린 브랜드라고 하는군요.




전 와인을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만 클라우디 베이의 아로마는 대단합니다.

마치 향수인 듯, 진한 과일향이 정말 강하군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픽처' 속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담했다고...





생일 잔치를 빙자한 미식을 이제 좀 즐겨 볼까요?!





해물야끼소바라고 했던 듯 한데 돼지고기 제육이 더 많군요.

아마도 이름을 잘 못 들었나?

클라우디 베이의 그 풍부한 향을 논하느라 야끼소바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틈이 없었습니다.




모듬사시미


두툼하게 썰어 낸 선어회가 입에 참 달군요.

.. 광어, 우럭, 참치, 연어, 관자, 전복, 개불 등 다양합니다.





와인 만으로 끝날 자리가 당연히 아니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다소 늦게 당도한 저 보다 더 늙은 호텔리어께서 2리터 짜리 사케 등을 대동하셨고 (반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닙니다만 왕아짐씨의 안면으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주인장께서도 리슬링과 사케를 희사하셨습니다.





달작지근한 소스의 모듬꼬치도 좋고요





도미머리 조림

 

도미살이 아주 푸짐합니다. 간이 듬뿍 벤 새송이도 훌륭하지만 제겐 다소 달군요.

하지만 여성 고객들이 좋아하는 인기 메뉴라는군요?!





마지막으로 튀김....

술김에 먹었더니 무슨 맛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튀김이야 그 맛이 그 맛...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꽤 거나한 자리로 변질되었습니다만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이벤트, 덕분에 즐거운 자리....




광화문 테이엔꽤 괜찮습니다.


연인끼리 산책 삼아 들러도 좋을 , 어떻게들 아셨는지 손님도 많군요.

점심 벤또를 찾아 낮에 오시는 분들도 많다는데, 늙은 호텔리어들 또한 후일을 기약했더랬습니다.

술김에 뱉어낸 말들이니 그다지 믿을 만한 약속은 아니지요.  






광화문 맛집 테이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