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다시 옵니다.
갔었다는 사실을 빼곤 그 곳에서 봤던 모든 것들이 뇌리에서 지워졌었는데,
클럽 라운지를 보고서야 마치 데자뷰인 듯 슬그머니 망각 속을 비집고 나오는군요.
리츠칼튼 서울 Ritz-Carlton Seoul
“20년 만의 재회”
20년 만의 재회, 95년 개관 즈음에 다녀 오고 처음이니 감회가 새롭군요. 그 당시 리츠칼튼의 개관은 꽤 센세이셔널 했더랬지요. 특히, 닉스앤녹스는 서울힐튼(지금의 밀레니엄서울힐튼)의 파라오, 그랜드하얏트의 JJ마호니와 더불어 제 또래 사이에선 일종의 '잇' 플레이스였습니다.
지금은 JJ마호니만 남아 호텔 클럽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옛날의 영화는 색이 다 바랬으니 순식간에 지난 듯 하던 그 20년의 세월은 저와 제 기억 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군요.
리츠칼튼서울 The Ritz-Carlton Seoul
“ We are Ladies and Gen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 ”
리츠칼튼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지니고 있는 황금율 Gold Standards.
크레도 Credo와 함께 훌륭한 서비스를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자 리츠칼튼 일원으로써의 긍지를 일깨우는 모토 Motto,
"우리는 신사숙녀를 모시는 신사숙녀입니다' .
그 먼 옛날, 이 모토로 호텔리어로써의 자부심을 세상에 선언했지만, 혹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식상해지고, 엄청남 무게의 인건비 부담과 갑질을 일삼는 기품 잃은 고객들로 인해 그 의미가 훼손되지나 않았는지 염려스럽군요.
리츠칼튼의 사자장과 왕관 로고는 부와 기품을 상징합니다.
호텔리어의 왕 시저(세자르) 리츠가 1898년 파리에 리츠호텔을 세우면서 리츠칼튼 1의 100년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후 고품격 호텔 체인의 선구자로 성장했으며, 한 두 차례 손바뀌이 있다가 1998년 지금의 메리어트 인터네셔널 Marriott Intenational이 지분을 인수했군요.
현재 전세계 29개국에 87개의 자매호텔을 거느리고 있는데, 불가리, JW메리어트와 더불어 메리어트가 소유한 최고급 럭셔리 스케일 포트폴리오입니다.
19세기 베르사이유 궁전양식을 응용한 고풍스럽고 화려한 디자인이라는군요? 로비 뿐만 아니라 객실과, 연회장 그리고 그곳의 가구들에도 일관된 디자인 컨셉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더군요.
로비는 꽤 넓지요?! 낮은 층고로 인해 개방감이 훼손될 법도 합니다만 넓은 로비가 이를 누그러뜨립니다. 로비의 아름드리 기둥은 언뜻 시야를 가리는 듯도 하지만 되려 위압적인 기품을 발산하는군요.
원래 로비가 이렇게 넓었던 건 아닙니다. 리츠칼튼 서울은 애초 있던 200실 정도 규모의 남서울호텔을 증개축했는데, 이 로비가 위치한 본관 부분을 개축하면서 로비를 넓혔고, 서쪽부의 신관을 새로 지었으니 자세히 보면 두 개의 건물입니다.
오늘 만나 뵐 분은 오랫동안 글로만 알았던 사이, 동년배이니 왠지 허물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찾아 뵙게 되는군요. 다소 바빴습니다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영 만나 뵐 기회가 없을 듯 했습니다.
조금 빨리 도착해 부대시설들을 잠시 구경합니다.
리츠칼튼 뷔페레스토랑 옥산
뷔페 레스토랑 옥산입니다. 입구 오른쪽에 PDR이 꽤 넓게 자리잡고 있군요. 식사를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옛부터 꽤 유명했던 곳으로 지금도 많은 고객 분들의 입에 회자되는 핫스팟입니다.
하지만 옥산 역시 호텔 레스토랑들이 겪는 구조적인 불황을 비켜갈 순 없습니다. 평일 점심에는 문을 열지 않는데, 기능이 올데이다이닝 '더 가든 The Garden'과 일부 겹치기 때문이겠죠. 그나마 식음료업장을 몇 가지고 있지도 않은, 강남 요지의 리츠칼튼이 이런 지경이니 온갖 종류의 레스토랑을 다 가진 기성 대형호텔이야 말할 바도 아니지요.
견디다 못해 비교적 최근에 그랜드인터컨티넨탈의 그랜드키친이 여러 곳을 모아 기능을 합쳤고,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카페 395가 그러하며, 그랜드하얏트의 중식당 '산수'가 그 기능을 테라스로 일부 이관하고 뒤안길로 사라져 갔습니다.
리츠칼튼 더 가든 The Garden
델리 The Ritz Deli,,,, 비교적 좁지만 구색은 모자람이 없는 듯 보입니다. 가격은 경쟁 호텔들과 비슷한 수준이고요, 프로모션 중인 와인들도 많던데 시중과 비슷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더군요. 안쪽 공간을 막아 따로 설치한 와인셀러가 눈에 뜁니다.
더 리츠델리 The Ritz Deli
처음 직원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만 홍보실의 승인이 있어야 된다며 사진 촬영을 완강히 거부하더군요. 늙은 몽돌을 몰라보고....ㅠㅜ 올바른 대응, 내내 저를 탐탁지 않게 여겼을 그 직원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었습니다. 다른 호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호텔의 정책이 현업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들 사진은 이후 승인을 받은 후에 촬영했습니다).
돌아 나올 때 갑자기 궁금해지더군요. 레스토랑에서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스스로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경우는 허용될까요?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자랑질하기 바쁜 마당에 고객의 사진 촬영을 제재하는 건 여러모로 마이너스입니다.
리츠칼튼 컨시어지/이 사진 보시면 아주 반가워하실 분이 계실 듯 하군요.
로비를 어슬렁거리던 와중에 얼굴에 반창고를 잔뜩 댄 키다리 여성을 맞딱트렸고, 전 '깜놀'했습니다. 금새 뇌리를 스치는게 있더군요. 중국 국적의 고객 같아 보였는데 최근 화두인 '의료관광'을 온 고객일 테지요.
“요우커”
포스팅을 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요우커가 한국관광산업에 던지는 화두는 심상치 않군요. 정부가 호텔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다 받아 가며 호텔 공급을 부추기고 있는 건 사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우커의 존재이지요. 현재 중국 인구의 5%가 여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5% 중의 일부가 전세계 관광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인이 찾는 외국관광지 중 홍콩과 마카오를 이어 3번째라는군요?! 이들 요우커는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며 우리들에게 멸시 받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향후 몇십년은 먹여 살릴 소중한 자산입니다. 여러 잡음이 양산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도 현명하게 바뀌고, 미비한 제도도 시급히 정비되었으면 좋겠군요.
리츠칼튼호텔 오페라웨딩
평소 듣기로, 리츠칼튼의 웨딩에 대한 고객 반응은 아주 좋다더군요. 그랜드볼룸의 규모가 의외로 아담합니다만 6층 높이의 중앙홀 foyer이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이 중앙홀을 이용한 오페라 웨딩은 꽤 매력적으로 보이는군요.
리츠칼튼 그랜드볼룸과 중앙홀 foyer
일식당과 중식당은 입구만 봤으니 패쓰하고요...
리츠칼튼 발코니 딜럭스 룸 Balcony Deluxe
“발코니와 데이베드”
리츠칼튼 서울 객실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이 발코니입니다. 모든 객실에 딸린 건 아니고, 신관의 북측과 서측을 면한 일부 객실 (발코니 딜럭스 Balcony Deluxe 와 발코니 프리미어 스위트 Balcony Premier Suite)에서 즐길 수 있는데 40,000원의 추가비용이 붙는다는군요.
요즘 부유한 젊은 세대 사이에선 호텔 객실에서의 파티가 유행이던데 그런 용도로도 안성마춤이고요, 주문을 하면 바베큐 시설과 음식 재료도 따로 준비해 줍니다. 도움 말씀에 의하면 브라이덜 샤워 Bridal Shower를 위한 쓰임새도 아주 훌륭하다는군요?!
또하나 눈에 띄는게 있었는데, 창의 안쪽 틀을 데이베드 daybed로 활용합니다?! 애초의 디자인 의도가 그러했는지, 아니면 피치 못한 건축구조에서 용도를 재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괜찮아 보이는군요.
쿠션을 따로 뒀는데, 등을 기대고 야경을 조망하며 샴페인 한 잔 부딪치는 운치가 제법 괜찮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연히 낮 보다는 밤이 더 훌륭할 터이죠. 빼곡히 들어선 회색빛 성냥갑 주거타운의 민낯 시티뷰가 매력적일 순 없으니까요.
클래식해 보이는 아날로그 시계 또한 제 눈에 생경한데, 의외로 나빠 보이지 않군요?! 요즘엔 시계를 비롯해 여러 기능을 함께 수용한 인텔리전트 알람 & 독오디오시스템이 유행입니다.
객실의 사이즈는 넉넉합니다. 제일 낮은 등급의 수페리어 딜럭스룸은 10평 남짓 될까요?!
19세기 궁전 양식을 덧입혔다 했으니 객실 및 복도, 그리고 엘리베이터 존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역시 화려합니다. 너무 과하면 cheap해 보이기 십상이지만 리츠칼튼 서울의 그것은 절제되어 있으며 품위를 잃지 않았군요. 객실 내부의 집기들은 그나마 평범한 편인데, 아마도 개관이후 바뀌지 않았을까 싶군요.
군데군데 낡아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 우아한 품위를 훼손할 정도는 아닌데, 1, 2년 내 대규모 레노베이션을 계획하고 있다는군요.
어메너티는 Asprey 에스프리(아래 주석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입니다만 그 전에 사용하던 불가리와 아베다에 비해 고객 반응이 더 좋다는군요?! 전 이런 쪽으론 무지랭인데다 자주 사용해 보지도 못했으니 더 말할 건덕지가 없습니다. 2
옆의 유리잔이 보이시지요?! 코발트블루 고블릿 (길고 둥근 물잔) 또한 리츠칼튼의 상징인데, 호텔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글래스도 코발트 블루이군요.
리츠칼튼 클럽 라운지
이곳이 제 기억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클럽 라운지입니다. 제가 입을 열자 객실팀장님께선 이내 사색이 되셨습니다만 늙은 몽돌은 개인적인 정리로 말을 아끼지 못합니다. 이곳은 레노베이션 대상 시설의 탑에 리스팅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개관한 JW 메리어트 동대문이 그렇고, 대대적인 개보수를 했던 호텔 신라, 그리고 대부분의 럭셔리 스케일이 이 클럽라운지 (혹은 EFL 라운지)에 쏟는 공은 지대합니다. 클럽 라운지는 럭셔리 명찰의 값어치를 대변하는 시설, 시중의 업스케일 또는 중가 비즈니스 호텔과 구분짓는 상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대강 설명드렸는데도 너무 길어지는군요. 객실은 일일이 설명드리지 않았으니 혹여 필요하시면 페친의 글 (옆의 링크)를 참고하시고요.... http://kradle.net/220039275098
리츠칼튼서울을 소유한 법인은 전원산업 (회장 이전배)입니다. 외형은 750억 내외, 영업이익율은 15%를 오르내리고, 2013년 기준 객실점유율은 85%, 평균객실료는 21만원 선입니다. 제주에도 남서울호텔이 있었습니다만 몇년 전에 매각했다더군요.
맹무섭 대표이사께서는 호텔신라에서 옮겨 오신 분입니다만 리츠칼튼에 벌써 8년 계시는군요. 이곳의 임원분들도 그러시다는데, 요직에 새로운 사람을 들이면 줄곳 함께 가는 모양이니 인사에 관련된 사풍은 꽤 안정적입니다.
http://www.ritzcarltonseoul.com/index.asp
하지만 업무강도는 만만치 않아서, 우수한 직원들을 곧잘 뽑기는 합니다만 결국 남 좋은 일 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더군요. 저와 함께 일하는 유능한 과장 한 명도 리츠칼튼에서 빼앗아 오다시피 했습니다...
신규 채용되는 직원들의 신분은 아마도 일정기간 계약직이다가 결격이 없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모양입니다. 서울의 특 1급 호텔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채용하는데, 일부 호텔은 악용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더군요.
호텔 투어를 시켜주신 부장님과 팀장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 호텔리어의 왕 시저(세자르) 리츠는 1898년 파리에 리츠호텔을, 그리고 1902년 런던에 칼튼호텔, 4년 뒤에 리츠호텔 런던을 엽니다. 1927년 미국인 위너가 리츠 사용권을 확보하여 보스톤에 리츠칼튼호텔을 개관했으며 사후 한 미국의 존슨 부동산회사가 인수해 체인을 본격적으로 키웠습니다. 1998년 지금의 메리어트인터네셔널이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본문으로]
- Asprey는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왕세자 등 영국 황실과 캐서린 제타존스, 엘튼 존, 기네스펠트로, 비욘세 등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리츠칼튼의 어메니티는 Purple Water라는 라인입니다. 국내 인지도가 아직까진 낮은 편이지만, 외국분들은 좋아하시더군요. 현재 전세계 대부분의 리츠칼튼에서 이 어메니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리츠칼튼에 근무하시는 분이 직접 남겨주신 설명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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