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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모텔, 그들이 살아가는 법칙 ‘유유상종의 지혜’



모여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곳 여인숙 거리는 서로 모여서 집적 이익을 남기려고 하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이다. 서로 집적하여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면, 사람들이 모여 그 지역의 특성이 된다. 그리고 하나의 장소가 된다. 장소는 그 장소만의 독특한 특성을 갖게 되는데, 이를 장소성이라 한다. 이곳은 여인숙 집적지라는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장소성은 여인숙 외의 요소들에겐 상대적인 불이익을 가져다 준다. 특히 주택지는 집값이 오르지 않고 떨어지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주택들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모텔이 들어서게 된다. 이렇게 여인숙은 확대 재생산되며 더 또렷한 장소성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내가 사는 집에서 멀지 않은 대로인 백제로 변에도 이런 여관들이 밀집해 있다. 오가는 길에 보이는 네온사인이 화려하다. 울긋불긋하게 치장한 건물마다 자신의 용도를 세인들에게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려 애를 쓴다. ‘화려한 외출’, ‘산타페’, ‘홍콩’, ‘마카오’, ‘장미의 외출’, ‘라스베가스’ 등 이름도 다양하고, 돔 모양, 사각 모양, 첨탑 모양 등 건물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국가 정체성도 없고 문화 정체성도 없는 국적불명이자 정체불명의 여관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동종업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이유, 바로 이것이 집적이익이다
서로 경쟁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일석삼조의 효과

이들은 돈을 좇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매우 충실하게 따르면서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남광주역의 여인숙 거리와 백제로 변의 여관들은 한곳에 모여야 더 많은 이윤, 즉 집적이익(集積利益)을 창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자본주의의 경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만으로는 그 존재를 세인들에게 알리기가 힘들지만, 여러 여인숙, 혹은 여관들이 한곳에 모이면 상대적 규모를 늘려 그들의 존재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기에 이곳의 여관들은 수백 미터를 담장에 담장을 잇대어 넓은 여관촌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면적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 여관촌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서비스업들이 몰려든다. 늦은 밤까지 오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작은 편의점들이 사거리 코너마다 들어서 있고, 술집, 노래방, 음식점들도 함께 모여 있다. 여관을 찾는 손님들에게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이 비슷한 지리적 현상들은 서로 모이면 돈이 된다. 한곳에 모이면 그 몸집이 커져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가 생긴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현상을 오랫동안 각인시킬 수 있다. 더욱이 동종의 기업이나 서비스업이 모이면 선의든 악의든 서로 경쟁을 하게 되는데, 경쟁은 그 지역의 가치 창출을 이끌어 모두의 발전을 가져온다. 그리고 적절한 수준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필요한 물품을 공동 구매하면 재료비, 물류비 등을 낮출 수 있다. 이런 경제 행위를 통한 이익이 집적이익이다. 집적이익은 관련 부품이 많은 자동차 공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너무 집적하는 경우 업체간에 과다 경쟁을 낳을 수 있다. 이는 불필요하고 불급한 비용을 지출하게 함으로써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적정 규모의 집적은 분명 이익을 가져다 준다.

우리는 곳곳에서 이런 원리를 반영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가구 가게들이 모여서 가구 거리, 고급 옷 가게들이 모여서 도심 고급 상가, 순대 가게들이 모여서 순대촌 등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비슷한 업종들이 모이면 돈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다시 그 자리에 업체들이 모이는 현상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유유상종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에 충실이라도 하듯이 각종 관련 업종들이 자신들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끼리끼리 모여 살아가는 지혜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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