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캡슐호텔, 그리고 또다른 가능성


얼마 전 다음 메인에 제 눈을 단박에 사로잡는 사진이 노출되었더군요. 


캡슐호텔에 관한 소개였습니다. 



우리나라엔 이런 개념의 숙박시설이 제대로 도입된 적이 없었으니 독자의 이목을 끄는 것은 당연지사, 호텔의 역사가 오래된 서양인의 눈에도 아주 생경하게 느껴질 만한 사진이었지요.

 

 

워낙 펌질이 많았던 사진, 원출저를 찾을 수가 없네요.

 

 


오늘은 이 캡슐호텔과 그 가능성에 대해 살짝 간을 볼까요? 


 

캡슐호텔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면, 1평(가로 세로 1m, 길이 2m 내외의 사이즈) 남짓한 작은 캡슐들을 좁은 공간에 켜켜이 쌓아 올린 미니 숙박설비인데 호텔이라 이름 붙인 게 재밌습니다. 

 

마치 벌집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나마도 성냥갑이라 부르는 우리네 아파트를 1인용으로 꾹꾹 눌러서 압축시켜 놓은 듯도 해 보이는군요. 이 캡슐 내부에는 조명과 티비나 라디오, 공조 등이 설비되어 있으며, 캡슐외 투숙에 필요한 모든 시설은 공용입니다. 1회용 음식물을 판매하는 자판기, 음식을 데우는 레인지와 취식공간이 따로 있고요, 라커, 세탁기, 휴게실, 목욕시설 등을 갗추고 있어요.

 

가격은 9~12시간 기준 2,000엔~5,000엔 내외인 듯 하던데 주된 고객은 주로 단기 출장을 오가는 직장인이거나 원거리 출퇴근하는 직장입니다만 최근엔 여행객들도 이용하는 등 그 용도는 점점 확산되는 듯도 하더군요. 낡은 시설은 홈리스나 이주 노동자 등의 투숙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을 조금 더 볼까요?

 

비교적 최근인 2009년에 교토에서 문을 연 '9 h nine hour' 라는 곳인데 그 설비와 amenities 등이 왠만한 부띠끄 호텔 못지 않습니다.


라커, 샤워시설, 라운지 등이 따로 설치되어 있는데 디자인회사(Design Studio S)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저 같은 막눈이 보기에도 디자인은 훌륭해 보입니다. Rack Rate이 9시간 기준 4,900앤으로 나와 있던데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군요.

 

 

http://ninehours.co.jp/kyoto/detail/

 

 

일본에서는 주요 여행지나 교통요충지, 상업도심 등지에서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의 소규모 숙박시설과 경쟁하고 있는 숙박개념으로 비교적 오래전부터 도입되었더군요. 주로 도심의 자투리 공간에 건설되는 듯 합니다.

 

효시가 된 건축물은 세계적인 렌드마크로 알려져 있는 듯 하던데, 키쇼 쿠로카와 (Kisho Kurokawa 1934~2007)라는 일본 건축가가 1970년대 초반에 설계, 건설한 캡슐타워 Nakagin Capsule Tower 입니다. 주거와 사무공간을 겸한, 요즘 말로 오피스텔의 축약형이라 할까요?


지금의 개념과는 달리 침대도 있고 화장실과 사워설비, 싱크도 따로 갗춘 다소 큰 사이즈의 캡슐인데, 건물 중심 Core에 볼트로 이 캡슐 유닛들을 뗏다 붙였다 하는 구조입니다. 우리 어릴 때 놀던 '블록'이 갑자기 연상되네요.

 

2009년에는 노후설비나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등의 문제로 철거 논란이 불거졌더군요.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러 면에서 상징성을 갗추고 있는 건축물로 인식되는 모양입니다. 모더니즘 철학이 반영되었다고도 하고, 고도성장이 본격화된 1970년대 일본의 시대상을 축약한 상징이라고도 하고1......

 

여러분들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SF영화 어디에서 본 듯도 하고, 미래 우리의 주거 형태가 저런 식이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어쨋거나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요?

 

http://figure-ground.com/nakagin/

 

 

http://fazz.tistory.com/258

 

 

철거논란을 소개하는 외국 디자인 회사의 포스팅 (http://www.designboom.com/capsule-tower-demolition/)에 달린 외국 독자들의 댓글이 재미있더군요. 이와 같은 주거 개념에 전혀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의 반응은 '우리가 닭이냐?' 류의 부정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성냥갑 아파트에 사는 우리에게도 쉬이 익숙해지기 힘든 형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서양에서도 이 캡슐의 경제적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시 말해, 돈 냄새를 맡은 것이지요. 


금년 초 러시아의 공항에 설치된 'Sleep Box' 입니다. 일본의 캡슐보다 큰 사이즈, 내부의 설비도 약간 다르지만 동일한 개념입니다. 

 

http://www.designboom.com/architecture/arch-group-sleepbox-mobile-hotel-rooms/

 

 

 

영국에도 이미 도입되었군요?!

 

Yotel Capsule Hotel 이라는 곳 (Yotel은 나름 이름 있는 호텔 체인입니다)인데, 런던과 암스텔담의 공항에 이 캡슐호텔들이 있다고 합니다. 사이즈는 일본의 것보다 훨씬 크며 설비도 다소 차이가 있는 듯 한데, 가격은 당연히 비싸겠지요? 그나저나 어디선가 본듯 한 저 조명이 영...... 

 

 

http://www.yotel.com/Hotels/London-Heathrow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1199/read?bbsId=G005&articleId=14444595&itemId=100

 

 

 

21세기 대표 카피캣 중국도 빠지면 섭섭하지요?! 때마침 엊그제 이를 소개한 국내 기사가 있더군요.

 

 

中, 이색 우주호텔 눈길....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31123083855&type=xml

 

 

 

우리나라의 경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ㅎ

 

고속도로 휴게텔 (캡슐텔) 등 유사한 유형의 시설이 선보이기도 했지만 캡슐호텔이라 부르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본의 유행을 10~20년 후에 그대로 답습해 온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런 개념이 도입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군요?! 수요는 넘쳐나는 듯 하던데.... (캡슐방이라 부르는 곳이 있기도 했더군요. 망한 이유를 설명한 글인데 재밌습니다 http://blog.daum.net/13390245).

 

찜질방에서 하루 신세지는 분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저녁되면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이란 집에 대한 기존의 개념은 이미 구속력이 훼손된 상태, 더군다나 고시원 등의 파생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도 많지 않나요? 아울러, 받은 월급으로 월세 메꾸기도 힘들 정도로 주거 비용이 천정부지인 요즘인데 뭐....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용도에 대해 주목한 국내 언론이 있었습니다. 그 이름도 생소한 '천지신문'이 고종옥 베스트하우스 대표(수익형 부동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낸 분이군요)라는 분의 의견을 소개했는데요,

 

 

 

내용은 더 소개할 것도 없이 바로 위에 제가 언급한 그대로입니다. 간단히 요약해 볼까요?

 

젊은 독립가구나, 고령화 따른 노인층 등 1인 가구 증가...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원룸형)의 임대료 및 관리비는 월 7~80만원, 이 비용을 감담하기 위해서는 최소 월소득 300만원이 필요..... 캡슐호텔의 경우 월주거비용이 30만원 가량으로 저렴하므로 저소득 1인 가구를 위한 대안이 될수 있다.....

 

다소 어이 없어 보이나요?ㅋ

 

 

http://www.designboom.com/architecture/kisho-kurokawa-nakagin-capsule-tower-building/

 

 

사실,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는 일견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추세는 아주 명료하게 정해져 있는 듯 합니다. 기저귀나 분유산업의 업황이 급속히 개선된다면 혹 모를까.....

 

수도권에 지어놓은 그 많은 아파트들, 저녁되면 불꺼진 곳 아주 많지만 지금도 대규모 뉴타운들이 공사중에 있습니다. 지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던데 뉴스에서는 어쩐 일인지 쉽게 볼 수 없더군요. 학군이나 역세권 등을 끼고 있는 도심의 주거권이 아니라면 기존 아파트들의 향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듯 하던데 저소득 1인 가구를 위한 대체 주거형태가 굳이 추가로 필요할까요?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 보듯 도심공항이나 역사주변, 그리고 사무실 인근에서 발생하는 일시성 수요는 있으니 이걸 타겟으로 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슬립박스의 형태를 온천시설이나 찜질방 등에 도입해도 사업성이 나쁘지 않을 듯 해 보이고, 좀 크게는 고시원 등의 대체시설로도 고려해 볼 수 있겠네요. 일본의 경우, 수명이 거의 된 낡은 캡슐은 홈리스나 외국인 노동자의 잠자리로도 활용되고 있다던데 이런 용도로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이긴 해요.

 

얼마 전에는 제가 생각하는 용도와 아주 비슷한 개념이 국내에서 실행에 옮겨지기도 했더군요. 영등포 쪽방촌 슬럼가를 리모델링했는데 입주전 머물 임시주거시설이 딱 기존의 캡슐 개념입니다. 샤워시설, 화장실, 조리설비 등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취침 공간을 따로 배치했군요.

 

 

슬럼가 영등포 쪽방촌 '보금자리'로 탈바꿈/링크는 사진을 누르세효!!!ㅎ

 

 

이 컨테이너 박스의 임시설비를 잘 보완해서 반영구적 주거설비로 발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도움받은 글]

http://imommy.tistory.com/1111

http://www.designboom.com/architecture/kurokawas-capsule-tower-demolition/

http://www.designboom.com/architecture/9-h-nine-hours-capsule-hotel-in-kyoto/

http://www.designboom.com/architecture/kisho-kurokawa-nakagin-capsule-tower-building/

http://www.designboom.com/architecture/arch-group-sleepbox-mobile-hotel-rooms/

http://blog.naver.com/globalee?Redirect=Log&logNo=60182716631&from=postView

http://fazz.tistory.com/258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0&articleId=123489

http://economicview.net/tag/%EC%BA%A1%EC%8A%90%ED%98%B8%ED%85%94/

http://economy.hankooki.com/lpage/worldecono/201301/e2013012916594969880.htm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1199/read?bbsId=G005&articleId=14444595&itemId=100

http://mirror.enha.kr/wiki/%EC%BA%A1%EC%8A%90%ED%98%B8%ED%85%94

http://blog.naver.com/drumbrake?Redirect=Log&logNo=110010219192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amryo&logNo=150179228729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169

http://www.yotel.com/Hotels/London-Heathrow

 

 

[[호텔이야기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