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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젊은 호텔리어의 결혼, 늙은 호텔리어의 넋두리 ver2

호텔리어의 결혼,

 

종종 근무하는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직원이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에요.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쉽사리 엄두낼 비용이 아니니까요. 

 

오늘의 호텔이야기 편파포스팅, 몽돌이 근무하는 부서 후배 호텔리어의 결혼식을 소개드릴까요? 

 

이들은 Company Couple이었습니다. 신랑은 주방에 근무하는 전도 유망한 세프이고, 신부는 제 사무실에 근무한지 1년 된 아리땁고 예쁜 호텔리어입니다. 안타깝게도, 후배 직원은 계약직의 신분이었고, 특별한 귀책이 없었다면 정규직으로 아무 문제없이 전환될 처지였습니다만, 전산도입 등에 따른 업무간소화 작업의 영향으로 소요가 사라졌습니다. 

 

 

이런 경우는 20년 근무한 늙은 호텔리어 몽돌도 처음 겪는데 여러모로 생각을 다시 하게 끔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호텔의 경우 인사정책이 온화한 편입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오랫동안 없었고, 일부 경쟁호텔의 경우처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없었으며, 독단적인 오너의 입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인사정책이 과격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일반적으로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에 고스란히 반영되는데 아마도 제가 근무하는 호텔이 서울 특 1급 중에서는 제일 긴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고 추세를 거스를 순 없는 법. 정년이나 자연 감소분으로 생기는 공석은 점차 외부용역직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정책 당국의 특별한 법적고려가 없다면 십수년내 호텔 사무관리직과 특정 직종을 제외하면 많은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관련글: 화려한 호텔, 초라한 호텔리어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는 직장 환경이 좋은 점만 가지는 건 아니에요. 근속이 오래된 직원들은 외부 자극에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일 수 밖에 없으며, 변화에의 적응도 수월치 않습니다. 외부에서 영입되는 직원에 대해서도, 능력에 상관없이 비교적 배타적이라 이들이 적응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 편이죠.


더 심각하게는, 이런 환경은 경영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여러 정책들은 보수적인 색채를 띄게 되며,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조직 능력 또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조직성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정작 중요한 시점에 필요한 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호텔리어의 자질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추세는 고스란히 이해가 됩니다. 대부분의 호텔 업무들은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것들이며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아요. 지금까지는 그나마 있던, 재벌그룹 계열호텔 때의 유산에 의지해 퀄러티를 근근이 유지해 왔습니다만 앞으론 무엇을 버팀목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되기도 합니다.


유능한 새싹 직원들이 곳곳에 있기는 하겠지만 이들을 발굴하고 제대로 키워오지도 않았으며, 새로 입사하는 신입의 자질도 이 몽돌의 높은 눈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반복되지만, 호텔산업에서 인적자산은 곧 상품이요 경쟁력입니다. 이들에 대한 장기투자와 체계적인 관리가 인사정책 전반에 담보되지 않는다면 호텔의 미래는 밝을 수 없습니다.

 

제 글을 보고 있는 동료 여러분들께서도 같이 고민해 보시기 바라며, 다른 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 여러분들께서도 스스로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환경에 대해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직원의 고민은 회사가 발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양분이며, 이런 부분을 경영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갗춘 조직이 비로소 경쟁력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이블메너에 관한 포스팅에서 사용되었던 사진인데 이 후배들의 결혼식이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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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요청해서 종업원이 갖다 준 겨자 보이시나요?

홀그레인인데 비교가 되는 곳이 있었습니다. 관련되시는 분께서는 내부적으로 확인 좀 해 보시길 바랍니다.

 

관련글: 노보텔엠베서더강남 웨딩 엿보기

 

 

무대가 막을 내리고 화려한 스팟라잇은 꺼집니다. 하객은 가고 나면 그만이지만 호텔리어의 일은 또 계속되죠. 저번에 소개해 드렸던 연회부의 직원들이 밤새워 치우고, 그리고 다음날 행사까지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관련글: 젊은 호텔리어를 위한 제언

 

 

 


식중에 바람쐬러 나온 호텔의 후정, 봄 가을엔 호사스러운 야외웨딩이 열리던 곳, 젊고 화려하게 단장한 하객들이 오가던 그곳은 지금 한없이 쓸쓸하군요.

 

관련글: 가을이 물든 후정, 아름다운 야외웨딩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던 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