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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어머니와 보리굴비..... 보리굴비정식 만석궁 [홍제동 맛집]


어릴 적 안청의 뒤주 속에 마른 생선이 파뭍혀 있던 걸 우연히 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기억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 모습이 꽤 생경했던 모양이지요?! 제 고향은 바닷가,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니 그런 식으로 생선을 보관해 먹지는 않았던 탓입니다. 


그게 뭔지 그때 당시엔 잘 몰랐지만 음식의 재료로 사용된다는 건 짐작했었겠지요. 하지만 그걸 맛 보았던 기억이 없으니 아마도 어머니께선 가끔씩 학교 일로 읍내에 나오셨던 외할아버지를 위해 별미로 조리를 하셨던 모양이지요? 



사진출저:http://borigulbi.tistory.com/1



그 생소했던 음식이 보리굴비[각주:1]란 걸 깨닫은 건 불과 몇년 전인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세상이 변해 온게 그렇게 급작스럽긴 하군요. 제 어릴 적 시골에서만 먹던 전어니 개불 등을 도회 사람들이 알고 즐기기 시작한 건 불과 십수년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데 보리굴비도 마찬가지 경우이지 싶습니다....




옆지기가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압구정 유명한 곳에서 보리굴비를 먹었다며 자랑질이었습니다.  '물에 밥을 말아 얹어 먹는 생선 쪼가리가 뭐 그리 대단하냐'며 무시하고 말았습니다만 내심 옛날 기억도 있고 해서 먹어 보고 싶기는 했었어요.


압구정에 들러 보리굴비를 맛볼 기회를 맘속으로 꼽고 있었는데 그 날이 의외로 빨리 왔군요. 몇일 전 일하다 말고 머리나 식힐 겸 블로그의 유입어 [홍제동 맛집]을 되쫓아 가던 중이었는데,

어???? 홍제동에도 보리굴비하는 곳이 있네요?! 맛집 없기로 소문난 홍제동인데???









만석궁



이름은 천상 동네 중국집이군요.......ㅎ

일요일에 회사에 들렀다 되돌아오는 길에 아이들과 옆지기를 불러냅니다. 지도를 보니 어딘지는 쉽게 짐작하겠더군요.





주택가 좁고 어둑한 골목 초입에 위치한 식당의 외관은 금방 눈에 띕니다. 여러 곳에 달아둔 간판이 꽤 번잡스럽군요.





내부는 꽤 넓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홀에 테이블을 두지 않은 대신 전면과 우측편에 넓직한 방을 몇 뒀고요, 꽤 넓어 보이는 정원에도 자리를 마련했군요. 안쪽에는 평상도 놨던데 나름 운치있습니다.





방에 걸린 메뉴는 다소 의외군요?!

보리굴비 뿐만 아니라 숯불갈비를 함께 하는데 저는 이런 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전문성이 훼손되는 듯 하거든요.


서빙하는 분께 여쭤었더니 원래는 숯불갈비만 했던 곳인데 보리굴비를 뒤에 추가했다고 합니다. 제법 오래 된 곳인 줄 알았더니 개업한지 2년 정도 되었군요?!



안타깝지만 보리굴비만 단품으로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내기엔 부담스러웠겠지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굴비 한마리만 단촐히 내면 부실해 보일게 뻔하거든요. 차라리 여러 단품요리를 함께 묶어 팔면 회사의 회식이나 접대 고객을 겨냥할 수 있다고 봤던 걸까요?



특선 보리굴비 정식 3만 5천원 짜리로 2인분... 

아이 둘이 있지만 2인용으로 4명이 나눠 먹어도 괜찮을 정도라니 이것으로 2인분 주문합니다. 한정식 메뉴인데 코스로 나오진 않고 한꺼번에 내 오는군요. 



012345678



숯불돼지갈비가 나왔고요, 한우불고기, 더덕구이, 동태전, 연조림과 샐러드, 홍어회 등이 걸게 나왔지만 어차피 먹을 예정에 없던 음식이니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함께 나온 된장찌개는 괜찮은 맛이더군요. 


마지막에 굴비가 나오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직접 손질해 주십니다.





사진빨이 만만치 않지요?!ㅎㅎ 

요걸 하나씩 찻물에 만 밥숟가락에 얹어 먹는 것이지요.... 





처음 먹어 본 제 입맛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먹을 만한 별미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특선 한정식으로 엮어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군요.



겉보리에 넣어 말리면 담백한 맛이 든다던데 요놈은 조금 짠 편입니다. 씨알이 꽤 굵었는데 국내에서 잡아 제대로 말린 굴비인지 아닌지는 저 같은 왕초보 식객이 알리 없지요.

옆지기가 가타부타 말이 없었던 걸 보면 아마도 압구정의 것과는 차이를 느낀 듯 했습니다만 옆지기 입맛도 저 못지 않게 투박하니 맛에 관한한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더러는 외국인 접대에 알맞은 곳이라고 소개하셨던데,,,

글쎄요?!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기엔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합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요즘은 좀 바뀌기도 했습니다만 일반 회사의 회식이야 원래 좀 끈적이고 거나한 분위기이니 보리굴비보다야 숯불갈비가 더 어울리겠지요 (뒤에 먹어 본 숯불갈비는 그다지 추천할 만한 퀄러티가 아닙니다).




그나저나 옛날 어머니께서 뒤주에 묻어 두셨던 그 보리굴비에 대한 추억은 이로써 퇴색되겠군요. 40년 가까이 간직해 온 그 따뜻한 추억을 너무 쉽게, 평범한 것으로 맞바꾼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홍제동 만석궁 연락처: 02-379-8234

홍제동 만석궁 주차중: 따로 없고 골목에 적당히 주차하거나 유진상가 공영주차장 이용

홍제동 만석궁 찾아가는법: 인왕시장이나 유진상가 경유하는 버스




  1. 보리굴비는 참조기를 해풍에 자연건조시킨 후 항아리에 보리를 채워 보관하여 곰팡이가 나지 않고 썩지 않게 보관한 굴비를 말한다. 예전에 냉장고가 없을 때 마른 굴비를 오래오래 두고 먹기 위해 그처럼 보리에 보관했다고 한다. 보리의 겉겨가 숙성되면서 굴비의 수분을 조절해줄 뿐 아니라 파리 등의 해충도 막아주고 비린내와 짠맛을 감소시켜 주며 살이 더 단단하고 꼬들꼬들해진다. 또한 굴비의 기름을 잡아주어 담백한 맛이 나고 보리 향도 은은하게 풍긴다. 보리항아리에 오랫동안 넣어둔 굴비를 먹을 때는 굴비를 쌀뜨물에 담갔다가 살짝 쪄서 먹으면 보리굴비만의 독특한 식감이 살아난다. 오래 숙성시킨 굴비는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워지는데, 쫄깃한 살코기뿐만 아니라 고소하게 숙성된 내장과 뼈 맛 또한 일품이다.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보리의 향과 굴비의 참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여 최상급의 보리굴비음식이 된다. 또한 말린 굴비살을 찢어서 고추장에 재워 굴비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말려서 숙성시킨 보리굴비는 요즈음 귀한 고급음식 취급을 받아 값비싼 선물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또 국내의 유명 한정식전문점에서도 보리굴비정식이 인기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날, 시원한 녹찻물에 밥을 말아 쫄깃짭조름하면서 보리향기 풍기는 보리굴비를 쪽쪽 찢어 먹으며 입맛을 돋워 보는 건 어떨까? 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음식 이야기 - 보리굴비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7020103334301100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