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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아이 교육에 대한 허접 아빠와 맞벌이 엄마의 착각



 

초등 4학년인 현성이는 일단 과학자가 꿈입니다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지만...



학교 수업 외 달리 하는 건 없었고, 국립과학관이나 과학박물관 등 여기저기 배움될 만한 것들을 찾아 틈만 나면 같이 다녔더랬지요


하지만 허접 아빠의 역량은 금새 바닥을 보였습니다. 책 꽤나 읽은 아이의 과학 상식 수준이 저를 한참 앞서 있거든요. 제 역할은 그저 도시락 싸서, 구경할 만한 곳을 물색해, 차 태워 데리고 다니는 정도로 줄어 들더군요. 


어쨋거나, 그러다 보니 아이가 배우는 것들이 중구난방, 아무래도 일관성이 없는 듯 했어요. 








그러던 지난 10월, 아이 엄마가 인터넷을 한참 뒤적이더니 국가에서 지원하는 과학프로그램이 있다며 덜컥 신청을 했네요?! 국내 유명 대학들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하는 어린이 과학영재반이라나 뭐라나..... 되면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듯 했는데, 사실 '아이 수준이나 한번 확인해 보자' 하는 가벼운 심산이기도 했었습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렸더군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지만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몇 십명 뽑는 듯 했는데 경쟁률이 수백대 일 정도는 족히 될 듯 싶더군요. 특별한 준비도 않았고, 그저 경험 삼아,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시험을 치뤘으니 낙방이야 불 보듯 뻔한 일.. 


응시료가 몇 만원이라 했는데 그 비용이 아까울 겨를도 없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부모님들의 관심에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곳에 온 다른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해 보니 이 프로그램을 위해 학원을 따로 다니기도 했고, 다른 준비들도 꾸준히 한 듯 하더군요.








허접한 아빠와 맞벌이 엄마,,,, 


부유하게 산다고 말할 순 없지만, 다른 가정과 큰 차이 없이 평범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분위기 파악 못한, 저희 만의 착각이었군요?!

 

이런 번듯해 보이는 국가지원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욕심 낸 저희가 아마도 비정상적이었던 듯 한데, 그 부모님들께서는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던 것일까요? 그 분들은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자녀 교육 쯤은 문제 없는, 저희와 달리 비범히 사는 분들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부모님들은 원래 다 그런 식이었는데, 저희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래서 마치 아이 교육에 열심이었던 것처럼 그동안 착각하고 살았던 것일까요?



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

 

 

달포 전 지상파를 타고 전국에 퍼져 나갔던 세태들....


11살 학생, 학원만 12개... "몸이 예전 같지 않아"

"3시간만 자" "카페인 음로...." ...... 공부에 숨막히는 초등학생들

'엄마가 시키는 대로 로봇처럼..... 초등학생 학업 스트레스 극심



춮저: 한겨레뉴스



학원의 도움 아니면 대학도 못간다는 고등학생들이야 그렇다 쳐도, 작은 꿈을 키워 가고 있는 초등학생 마저도 학원으로 내 몰 수 밖에 없는 교육환경... 만약 제게도 학원 12개를 댈만한 재력이 있고, 이를 수발할 정도로 시간이 허락했다면 서슴없이 저런 부모가 되었겠지요.


그럴 능력이라도 없는 부모는, 아이의 그 작은 꿈 조차 지탱해 줄 수 없는 걸까요영재반 시험이나마 칠 엄두를 낼 수 있었던 제 처지는 그나마 나은 정도였겠지요??!!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요?? 아이들의 훗날을 위해 열성으로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 돌리는 부모의 교육열이 잘못된 걸까요아님 이런 사회 현상을 만든 부실한 학교시스템이 잘못된 걸까요?! 그마저도 아니면경쟁 지상주의, '공부 못하면 평생 비정규직 인생'을 양상하는 사회의 잘못일까요?



소심한 늙은 아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아이의 얼굴만 자꾸 떠올립니다


달리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군요. 만약 그 시험에서 떠억 붙었다면 이런 넋두리를 늘어 놓지도 않았겠지요. 따지고보면, 저도 미쳤고, 세상도 미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