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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후암동 차돌짬뽕과 느긋한 인생


차돌짬뽕


짬뽕에 해물만 들어가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더군요?

말 그대로 차돌배기가 들어 있어욥!


자랑스럽게 내 단 가게의 명찰도 그저 차돌짬뽕....



번듯할 것 하나 없는 동네 중국집

듣자니 생긴 지 일 년여 되었답니다. 회사 아래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이곳으론 좀처럼 내려 오는 일이 없었어요.





새로 열면서 가게를 크게 손 본 듯 하진 않았으니 큰 욕심을 부리는 듯 보이진 않더군요. 아마도 주인장 한 분께서 조리하고 서빙하고, 일인다역 하는 듯 했습니다.


배달도 않고요, 토요일 좀 일찍 닫고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니 필시 앞에 최근 들어선 오피스 빌딩의 직장인들이 주고객이겠지요. 제가 들렀던 당시 점심에도 몇 되지 않은 테이블들은 모두 양복이나 정장 차림의 직딩들로 채워졌더군요.





다소 외진 입지,

인테리어도 큰 돈 들이지 않아 적당히 촌스럽고,

배달도 않으며, 일요일엔 문을 닫는 

동네 중국집...


인생을 생업에 모두 희생시켜며 아등바등 살진 않겠다!

적게 벌면 적게 먹으면 그만인 것,  

남들 쉴 때 같이 쉬고, 물질에 얶매이지 않은 여유 있는 삶을 희구한다.....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뭐, 이런 류의 소박한 인생관이 깃들었다 봐도 될런지요?

역시나 주인장의 얼굴에도 각박한 그림자가 드리우진 않았더군요. 

삶을 그다지 무겁지 않게 느끼는 듯 밝고 관대해 보였습니다.





인생이 그런 듯 하더군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 좀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렇지 않다고 기를 쓰고 돈을 쫓는 꼴도 측은해 보였습니다. 제 천성이 원래 게을러 그런 탓이 더 크겠지만 그게 또 어디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이던가요?

양심에 똥칠이 되는 걸 감수하며 부副를 쫓을 용기는 더더군다나 없었습니다. 


능력껏 경제 생활하고, 허락하는 범위에서 여유 부리며 사는 것이지요. 

행색이 화려하지 않아도 깔끔하면 그만입니다. 때마다 기름진 음식을 먹진 못해도 배고프지 않으면 아쉬울 게 없지요.


주변의 지인들이 부러운 건 그들이 가진 경제적인 여유 때문이 아니요, 정서적으로 여유 있는 삶과 화목한 환경 때문인데, 재력의 영향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주된 원인이 못됩니다. 

엄청난 부를 쌓은 재벌들이 이혼하고 형제들 간 불화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이유는 천상 그 부副일 테니까요.. 


 



사무실의 후배와 점심시간에 들러 짬뽕만 먹고 왔고, 

이후 사무실 일 보러 나온 토요일 저녁에 혼자 한번 더 들렀더랬죠.





테이블 4개에 좌식 테이블 대 여섯이 전부이고요.


흔히 보던 중국집과는 좀 다릅니다? 

구색이 몇 되지도 않아요. 메뉴가 달랑 대 여섯 가지?






식사로는 짜장과 차돌짬뽕이 전부,

안주감으로도 두어 가지 평범한 것들이군요.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하겠다는 것이지요.


짜장에 비하면 짬뽕의 가격이 제법 맵지요?

그나마 흔해 보이지 않는 그 '차돌배기' 때문입니다.  





차돌이 제법 실하게 들었지요?!

보이는 해산물이라 해 봐야 홍합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배추와 양파 등 채소...





국물엔 소고기 맛이 제법 진하게 베었더군요.

깔금한 맛도 섞여 있지만 미각을 지배하는 건 '툭진' 맛... 이랄까요? 

마치 사골 베이스의 육수인 듯 가볍지 않습니다.





적당히 맵고요, 

찬은 달랑 단무지 하나인데, 짜사이 같은 호사는 애초 기대하지도 않았던 터, 실망스러울 겨를이 없습니다. 






짬뽕의 맛은 꽤 괜찮아요.

유명 로드샾의 그것들과 견줄 수 있는 퀄러티라 말하긴 부담스럽지만 여러 곳을 다녀봐도 모두 고만고만 했더랬으니 뭐..... 어쩌면 맛이 아니라 내용물의 차이였겠지요.



그저, 가까운 곳에 있어 얼큰한 게 생각날 때

쉽게, 그리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동네 식당.

늙은 몽돌의 인생을 보는 듯, 

한편 아쉽지만 마냥 편안한 가게입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