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현해 玄海, 청담동 복요리 맛집


복 사시미를 한다는 곳입니다.


그동안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며 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의 자랑질이 대단했었죠. 귀가 따가울 정도였습니다만 자타칭 미식가 반열에 오른 분의 말씀이니 그 퀄러티를 의심친 않았습니다.


청담동 복요리 전문점 현해


하지만 전 사실 좀 심드렁했더랬어요.

술이나 음식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데다 식도락을 즐길만한 세련된 미각을 지니지도 않았고, 가족과 함께 먹는 된장찌개를 최고로 치는 꼰대 스탈이걸랑요.



이를테면 벤치마킹을 나간 것인데, 이들의 서비스를 어떻게 호텔로 수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이었어요. 요즘 그런 결말없는, 뜬구름 잡는 고민이 제 업무의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청담동 복요리 전문점 현해 


청담동 복요리 전문점

현해 玄海


가게 앞에 소개글을 붙였더군요. 검은 바다라는 한자어인 현해는 복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모노세키 앞바다를 가리킨다고...


청담동 복요리 전문점 현해


집기들이 제법 현란합니다.


청담동 현해


뭘 시켰는지 잘 모르겠는데, 여튼 이 중 하나를 주문한 모양이죠? 나온 것으로 유추해보면 아마도 현해 코스?



코키지 차지를 지불하면 와인 등을 반입해 마실 수 있습니다.

요즘엔 대부분의 식당들이 이 서비스를 도입하더군요. 호텔의 반응은 다소 혼재되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데, 그 효과를 가늠하긴 다소 일러 보이는군요.


청담동 현해


바깥이 보이는 PDR을 예약했습니다. 현해는 홀없이 모두 PRD로 운영합니다.

마침 장대비가 시원하게 내리더군요.


청담동 현해

 

복껍질 샐러드

평소 횟집에서 먹던 복껍질 무침 등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소스 (폰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더군요. 양파의 달짝지근한 맛도 아주 적절합니다.


폰즈 소스에 말린 두부 요리가 나왔는데 사진은 패쓰~


청담동 현해


기다리던 복사시미

접시가 훤히 보일 정도로 얇게 저며내는 곳도 봤습니다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스킬로 보입니다. 같이 나온 야채에 살점을 돌돌 말아 폰즈에 찍어 먹어요. 

매우 값비싼 어종이라 대단한 맛을 기대했습니다만 졸깃한 식감 그리고 폰즈의 맛을 제외하곤 그야말로 '무미'. 폰즈의 향이 강한데, 일식 요리의 기본을 이룬다는군요.



복을 다루는 쉐프는 시험을 통해 자격을 획득해야 한답니다. 복어가 가진 독 때문이겠죠?

책에서 언뜻 스쳐본 바로는, 이 독을 적절히 조절하는게 복쉐프의 능력으로 친다고도 했는데, 그야말로 먹고 죽지 않을 정도로 독을 남기는 능력이랬나?


청담동 현해


복 이리 (야끼시라꼬)

복어에 맛들인 미식가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는 별미라고 합니다. 복어의 수컷에서만 나오는 이리는 중국 절세미인 서시의 젖에 비유되어 '서시유'(西施乳)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미식가들이 즐긴다고 해요.

전 아직 복어에 맛들인 미식가 처지가 아니라서...ㅠ


청담동 현해


복찜

이후 복튀김이 나왔는데 맛에 정신이 홀려 사진을 놓치고 말았군요.

제가 더러 먹어왔던 복튀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튀김옷은 없다시피 했고, 복을 그대로 튀겨낸 셈인데 아주 고상한 치킨맛이랄까?


청담동 현해


그리고 일본식 나베에 끓인 복지리 샤브샤브

복어을 아끼지 않고 쓰는데, 그것이 바로 가격을 대변하는 것이죠.


청담동 현해


그리고 육수를 붓고 쌀을 넣어 죽을 끓이죠.

간장으로 간을 하는데, 제가 아는 일본요리 장인의 말로는 된장으로 간을 하면 더욱 맛있다네요?



역시 이미지가 부족한데, 아주 훌륭한 맛입니다.

어설픈 초심자들이 원래 그렇잖아요? 본질보다는 말단이나 포장에 마음이 더 쏠린다고. 제가 그렇습니다. 복 사시미나 복 지리엔 정작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곁음식에 더 솔깃해고 말았네요. 


청담동 현해


깔끔한 맛의 계피 슬러시인데, 호불호가 좀 갈리는 듯


청담동 현해


첨엔 시큰둥했으나 복튀김과 복지리 샤브샤브 그리고 끓여낸 죽은 정말 훌륭하군요.


멋드러지게 장대비가 왔고, 일단 가능성만 확인하고 옵니다.

주인 양반을 훈남 스탈 젊은 분이더군요. 인물도 서글서글, 성격도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호텔이야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