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호텔 그리고 꼰대

특별대우 NO, 경영현장 땀 배운다...호텔 밑바닥부터 시작한 신세계 3세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재학중인 정용진 부회장 장남 정해찬씨 웨스틴조선 서울서 인턴 근무

아주그룹 3세 문윤회 대표 등도.. 호텔사업 이끌며 경영역량 뽐내....

신세계그룹의 미래는 호텔 사업일까? 

최근 신세계그룹의 호텔 계열사인 웨스틴조선 서울에 특별한 인턴사원이 입사했다. 주인공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20)씨. 주변의 만류에도 호텔업과 경영현장의 땀을 배우겠다며 그가 직접 지원했다. 대기업 3~4세들이 첫 경영수업으로 호텔을 선택하고 있다. 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불편한 점도 크지만 오히려 불편함이 제대로 경영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말이 나온다. 

페이스북에 기사를 공유하자 댓글들이 쏟아집니다. 의도한 바가 무색할 정도로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에요. 이런 반응을 미처 예상치 못한 제가 다 민망할 정도입니다 (아래 페이스북 아이콘 누르면 연결됩니다). 

눈에 띄는 댓글들 몇 정리해 소개 드릴까요?

"배움의 과정인 인턴을 왜 뉴욕에서 안하고 아빠 회사에서 하는가? 코넬대 학생 신분으로 배우는 게 목적이었다면 가까운 맨해튼의 포시즌스, 만다린 오리엔탈, 프라자, 아스토리아, 더 피에르, 쥬메이라, 리츠칼튼, 파크하야트, 페닌슐라 등등 훌륭한 대안이 많았을텐데...."

"GPA 공개 전엔 못 믿겠다. 진짜 일만 배우려 했으면 왜 아빠 회사로 가나? 특별대우 안 해 줄, 관련없는 호텔들이 국내외에 널렸는데"

"미국에서 밑바닥을 쌓고 오지 왜 그 나이에 벌써 한국에 오는지..."

"밑바닥? 임직원들이 상전으로 모실텐데 제대로 된 바닥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일본에는 남의 회사에 후계자를 맡기는 관행이 있더군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첫 직장 생활을 노무라 증권에서 시작했다고..."

특정 호텔의 예가 고스란히 언급되었고, 이에 대한 반응들이 대다수 부정적이라 업계 종사자의 입장으로써 좀 신경쓰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여느 밴댕이 소갈딱지 호텔들처럼 알만한 이들을 동원해 글 내리라는 엄포를 놓는 건 아니겠지요?

여하튼 해당 호텔을 꼬집어 얘기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더군다나, 위 댓글들 중 틀려 보이는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듣기 좋게 검열된 직원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이런 채널을 통해 쿠킹되지 않은 시장 바닥의 얘기도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실려 있기도 합니다. 

"홍보팀 일 잘하네요~" 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이를 곧이 곧대로 듣는 이는 없겠죠? 만약 홍보팀에 의해 기획된 기사였고, 사내 반응이 칭찬일색이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이는 저간의 변화에 어두운 직원들의 과잉충성과 위세 꺽인 기득권에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기성 언론의 합작 자뻑질이에요.

기사에 거리낌없이 언급한 '경영수업'이란 표현조차 좀 거북살스럽군요.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대중의 눈높이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상 엄청 바뀌었어요. 요즘 사람들 옛날 꼰대들처럼 순진하지 않습니다.

사실 현실주의자 늙은 몽돌의 생각은 애초 좀 긍정적이었어요. 그동안 재벌의 행태나 승계 관행이 지탄의 대상이 되곤 있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가 바라는대로 한 순간에 바뀌진 않잖아요?  이 역시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불협화음의 하나라고 봅니다. 변화의 과정이 무척 소란스럽긴 하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불과 이삼십년 전만 해도 재벌계열의 호텔은 문어발 확장을 완성시키는 구색의 일부였고, 주로 2, 3세 딸자식이나 회장의 와이프에게 상속되는 심심풀이 소일거리, 뽀대나는 장식의 일부였었죠. 제가 전에 몸담고 있던 호텔 역시 그러했어요.

그들은 호텔에 대해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좋다는 건 숱하게 봐 온 그 식견이 유일하게 내세울 자격이었다랄까요? 따라서, 기사의 내용처럼 승계의 일환으로나마 자식에게 호텔을 전공시키는 그 모습조차 제 눈엔 다행인 일로 비춰졌어요.

이미지: www.bloomberg.com

그나저나 코넬의 위상은 대단하군요. 호텔 승계를 염두에 둔 왠만한 재벌은 코넬을 선호하니 말입니다. 댓글에선 기여 입학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요? 코넬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코넬 마피아.. 재벌이란 이름과 뒤섞여 '마피아'의 음습한 뉘앙스만 잔뜩 부각되는 요즈음입니다.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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