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호텔리어의 간단 설명 오마카세


활어를 손질해 일정한 온도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걸 선어회라 합니다. 생선을 숙성시키면 더욱 쫄깃하고 깊은 풍미가 깃든다죠? 


알다시피 일본 사람들은 주로 선어회를 먹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선 선어회보다 활어회를 더 치죠. 세간의 썰에 따르면 그 이유를 '셰프에 대한 신뢰'에서 찾기도 하더군요? 손님 눈 앞에서 바로 잡아 그 자리에서 회를 쳐야 그나마 믿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ㅠ


선어회와 활어회


얼마나 맞는 썰인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음식을 놓고 수시로 장난질 쳐왔던 우리네 사정을 감안하면 근거가 전혀 없어 보이지도 않아요.


밀레니엄서울힐튼 일식당 겐지의 선어 사시미

사시미의 맛이 셰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미처 몰랐네요. 칼집에 따라, 힘줄을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지 차이를 보입니다.



오마카세 お任せ


최근엔 입에 올리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만 저조차 4, 5년 전엔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이었어요. 한자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오마카세란 '일임'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네 정서에는 매우 어색한 개념인데, 고쳐 말하면 요리사 맘대로 한다는 뜻이에요.

요리사가 가용한 재료에 따라 사전에 메뉴로 정해놓지 않은 것들을 손님에게 냅니다. 사정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지만 가격은 정해져 있죠.


구민술셰프


그러니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무언가를 불신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엿장수 맘대로' 컨셉이 가당키나 했겠어요?

오마카세는 기본적으로 요리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합니다. 메뉴판에 상세히 정해놓지 않았지만 정해진 가격에 합당한, 믿을 수 있는 뭔가가 나온다는 것이잖아요?!




요리사 혹은 엿장수 맘대로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도 이 개념이 없진 않았어요. 바로...


'통술집'


기억하실 분들도 더러 계시겠지만 마산 등지의 남부 지방에서 핫!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더군요. 그야말로 '주인 맘대로' 실비집이며 다찌집이라고도 불립니다. 오마카세와 마찬가지로 이런 집들은 주인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아는 이들 즉 단골들 위주로 영업을 하죠.


안주 삼으라며 셰프가 내준 새우껍질 튀김인데 따로 판매해도 될 듯...


오마카세의 묘미 중 하나는 조리과정 대부분 바로 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서로 '소통'합니다. 셰프는 다찌 건너편에서 직접 스시를 말거나 회를 손질합니다. 1미터 다찌를 사이에 두고 셰프와 손님을 긴밀히 교감하기도 해요.


다찌를 사이에 둔 신경전


와중에 음식과 인생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네요? 이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철학, 셰프의 인성 등이 드러나게 되고 이는 곧 레스토랑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오마카세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운영 방식의 레스토랑일 수도 있어요. 손님 앞에서 모든 게 적나나하게 까발려지니까.



이 오마카세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유행했는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껏해야 10년 정도? 기사를 보니 2008년 스시 초희를 시작으로 스시 마츠모토, 우오, 스시 타츠, 스시 선수 등이 청담동 도산공원길 주변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더군요.


식객들 사이에선 이 지역을 청담동 스시벨트라고도 불리웁니다. 그 위세는 불경기 탓에 예전만 못한 듯 한데, 또 어떤 변화를 모색할지 더 두고 봐야 할 듯...


즉석에서 갈아 서빙하는 생겨자 그리고 직접 담가 만든다는 츠케모노 (야채절임)과 가리 (생강초절임).

이들은 일식 셰프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합니다/사진은 겐지 구민술셰프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청담동 벨트의 하이엔드 오마카세는 18만원 내외 20종 정도의 코스로 구성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12만원 짜리 절충형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양이네요? 최근엔 젊은 셰프들이 차린 5만원 대 미들급 스시 오마카세가 득세하고 있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가격이 퀄러티를 결정합니다. 가성비를 따질 순 있지만 저렴하고 좋은 것이란 이율배반은 잘 통하지 않는 바닥이에요. 


천차만별 가격


유명 특급호텔에서도 이 오마카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웨스틴조선의 스시조 같은 곳은 20만원 중반대 가격을 지불해야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스시 오마카세입니다. 호텔신라의 아리아케, 플라자의 무라사키 등도 아마 그 정도 수준일 듯 하죠? 밀레니엄서울힐튼 겐지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갯가재, 우니(성게알) 그리고 아마에비(단새우)와 감태

다양한 재료들이 쓰입니다.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갈 때마다 달라집니다. 그러니 '맘대로' 오마카세죠


오마카세는 일반적으론 여러가지 일식 요리를 적절히 섞어 구성하는 형태인데, 보통 20가지 안팍의 '맘대로' 음식이 나오죠.

코스를 시작할 땐 그 양이 손님을 조바심나게 만들지만 코스를 마치면 포만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마저 오마카세 셰프가 알아서 각 손님의 성향에 맞추는 듯 싶더군요.


소금에 절여 올리브오일을 바른 가라스미 (숭어 어란)

색감부터 정말 오마카세스럽네요. 셰프의 수준, 철학, 미적감각 등이 고스란이 드러납니다. 대단합니다.


오마카세는 사시미 오마카세, 스시 오마카세, 덴뿌라 오마카세 등으로 분화하기도 합니다. 덴뿌라 오마카세는 흔히 볼 수 없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입지를 다진 모양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재미있는 건 한우 오마카세도 생기도 있다는 점인데, 좀 파격적인 변종이로군요? 먹거리에 대한 사기질이 횡횡했던 우리나라 외식업계 한켠에서도 셰프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나니와 우동

오마카세의 마지막 구색엔 우동도 포함됩니다.



구민술셰프

제 일식 미각을 몇 단계나 업글시킨 셰프에요. 무척 좋아하는 분입니다.

오마카세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고, 따라서 일식 전반에 걸친 지식이 매우 폭넓더군요. 다방면에서 해박하십니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다음에 소개해 드리죠.


호텔이야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