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텔이야기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작가 김다영씨와는 짧지 않은 기간 알아온 사이입니다.

어쩌다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접점은 '호텔'이었을테고, 아마도 '노니'(김다영씨의 블로그 필명)님과 '늙은호텔리어'의 관계로 만나게 되었겠죠?ㅎ


여하튼, 여행과 호텔에 대해 글을 쓰는 블로거이자 여행을 강의하는 작가로써 그 활동이 남달라 보였어요. 해외호텔, 그것도 단순한 투숙기가 아니라 새로운 트랜드를 주로 소개해 주셨는데, 따라서 노님의 글은 금세 눈에 띌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주시는 글은 그래서 늘 관심있게 봐오고 있었습니다만 마침내 책을 내셨군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여행기자로 그리고 이후 여행작가와 블로거로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경험한 호텔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책을 읽으면 관광지가 아니라 호텔을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에 빠져들게 됩니다. 여행서적으로 분류되겠지만 포커스가 달라요. 관광지의 호텔이 아닌, 호텔 그리고 그 호텔 주변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포맷이라 일반적인 여행서적과는 관점의 차원이 다릅니다.


호텔리어가 아닌 여행자의 시각이지만 호텔에 대한 노니님의 인사이트는 남다릅니다. 호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에 둔 글로써 여행 소비자들이 봐도 좋을 책입니다만 호텔리어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과 영감을 줘요. 군더더기없고 잘 정제되어 있어서 쉽게 읽힙니다.



40곳 정도의 호텔을 소개했는데 다소 부족하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억에 남는 곳들만 공들여 엄선한 느낌이랄까요? 호텔과 함께 그 장소성이나 로컬에 매력 등을 함께 다뤘으므로 지면 제약도 느꼈을 법해요. 320 페이지에 이르는 적지 않은 분량입니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국내도서
저자 : 김다영
출판 : 반니 2018.07.10
상세보기


소개한 호텔들 중 객실 몇 십 개를 갖춘, 크지 않은 사이즈의 부티크 호텔들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호텔이 고객에게 선사하는 매력의 퀄러티는 본질적으로 덩치 즉 사이즈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 보여요. 그 매력이나 정체성이란 건 일정 사이즈 이상을 넘기면 잘 관리되지 못합니다. 아마도 호텔의 오너 혹은 경영자가 직접 개입하며 관리할 수 있는 '통제력의 범위'가 작용하지 않나 싶을 정도. 

 

그 관리의 대상은 모두 사람에 관계된 것입니다. 식상할 정도로 회자됩니다만 호텔이 판매하는 제품은 '사람'이자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이를테면 '서비스'란 것이잖아요. 결국 오너가 혹은 경영조직이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의 사이즈는 얼마일까?가 최근 제 관심사의 하나이기도 해요.


따라서, 유명하다는 부띠크호텔들 대부분의 인벤토리는 100개를 넘기지 않습니다. 작가가 책에서 소개한 부띠크호텔들 역시 대부분 50개 내외의 호텔들이에요. 

대형 체인이 독특한 로컬의 매력을 지닌 호텔들 (흔히 일컫는 부티크호텔의 정체성)을 흉내내 탄생시킨 소위 큰 사이즈의 '라이프스타일' 호텔들은 근본적으로 부띠크호텔과는 다른 성격을 지닐 수 밖에 없습니다.  부티크호텔들을 소프트 브랜드화시킨 '컬렉션'이란 것들은 어쩌면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체인의 타협안에요.


관련글: 새로운 강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소프트브랜드 컬렉션 [링크]



책에서 주로 소개한 호텔들은 동남아 소재의 것들이고, 북유럽의 호텔도 몇 있습니다만 이들이 제공하는 매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봅니다. 지금은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긴 합니다만 동남아 호텔들의 매력은 대부분 저임 노동력에 바탕을 둔 것들이었어요. 하지만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지의 호텔에서 이런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죠. 가격의 문제가 작용합니다.


따라서 일본이나 유럽의 호텔들이 표방하는 정체성과 매력은 성격을 달리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디자인이나 하드웨어 등 물적요소일 수도 있고, 독특한 로컬의 문화가 될 수도 있겠죠.  




책을 읽는 내내 테라다나오코의 '호텔 브랜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노니님은 책 말미에서 테라다나오코를 롤모델로 꼽았더군요?


적절치 않습니다.ㅎㅎ 저도 그치의 책을 읽긴 했습니다만 호텔리어로써 크게 감명받을 내용이 아니었어요. 물론 관점의 차이가 작용합니다. 호텔리어들에겐 비교적 익숙할 유명 호텔과 브랜드 원천에 대한 소개가 일반 독자들에겐 매력적일 수도 있겠죠.


아마도 작가 김다영은 테라다나오코의 식견이나 인사이트가 아니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취재할 수 있었던 환경, 혹은 그걸 가능케하는 여행산업의 저변이 부러웠겠죠. 호텔에 대한 인사이트, 새로운 호텔트랜드에 대한 이해의 관점에서 본다면야 김다영씨의 것이 훨씬 깊고 나아보입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안루 리조트 주자자오 AhnLuh Resort Zhujiajiao는 저도 가보고 싶군요.



호텔이야기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