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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호텔의 이익구조, 호텔은 뭘 먹고 사나? v1

 늙은 몽돌은 1993년 지금의 호텔에 취직합니다.

 

그로부터 1년 쯤 후엔가 아버지께서 서울로 출장을 오셨는데, 아들이 근무하는 곳을 당연히 보시고 싶었겠지요?! 마침 점심때라 저희 호텔의 한식당에 아버지를 모셨고, 아버진 육개장을 주문하셨더랬습니다.


처음 오시는 호텔이어서 그러셨을까요? 한 그릇을 깨끗이 다 비우셨는데, 20년 전의 그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정말 맛있게 드셨나봐요.

 

 

동아일보 1999. 6. 11/그때도 비쌌네요. 삼계탕이 4만4천원 이라니...

 

 

 

매경 1991.4.8/위 사진중 한분은 지금도 잘 근무하고 계세요~ㅎ

검색을 해 봐도, 없어진 한식당 '수라'의 제대로 된 사진은 위 P/R에 관계된 토막기사들 외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지금 다시 상경하시면 그 추억의 메뉴를 맛 보실 순 없습니다. 그 한식당은 이미, 1999년에 문을 닫았기 때문인데, 저희 호텔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특 1급 호텔에서 한식당은 하나씩 자취를 감추어 갑니다. 지금은 서너곳의 호텔에서 겨우 명백을 유지하고 있어요. 

 

2011년 신라호텔에서의 어이없는 해프닝이 도화선 역할을 하긴 했지만, 아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도 보듯, 이런 호텔의 추세는 언론의 입방아에 고스란히 노출되었습니다. 호텔 입장에서도 나름 항변할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오늘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패스!!!

 

 

최근 논란이 되었던 MB시절 한식세계화에 관련해서도 호텔 한식당의 멸종?이 인용이 되네요.

관심 있으신 분은 누르세효!!!ㅎㅎ

 

 

"특급호텔 한식당 홀대, 씁쓸한 자화상"

2011년 신라호텔에서의 해프닝 후, 호텔의 그 사라진 한식당은 또 언론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호텔신라는 이 해프닝의 영향 때문인지 올 8월 재개관하면서 한식당의 문을 다시 연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왜 한식당이 특1급 호텔에서 점점 사라져 갔을까요?

 

짐작하시다시피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돈이 안되니까요.....

 

위 토막 기사에서도 보시듯, 지금 가격으로 5만원이 넘을 삼계탕을 누가 사먹겠습니까?! 시내로 나가면 1~2만원대의 입소문난 삼계탕 전문점이 하나 둘이 아닌데다, 굳이 호텔에서 접대나 특별한 기념행사를 가져야 할 경우라도 외부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다른 업장을 찾겠죠?

 

바가지요? 사정이 이 지경인데 일부러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최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식음료 재료, 해마다 높아져 가는 인건비와 기타 경비...... 팔면 팔 수록 손해나는 영업장을 사회적 책임이나 사명감만으로 마냥 유지기는 쉽지 않아요.

 

깊이 파고 들면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해 집니다. 이 같은 현상이 비단 한식당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거든요. 저희 호텔에만 13개의 크고 작은 식음료업장이 있는데 이중에서 실질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곳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호텔 문밖으로 한발짝만 나가면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들이 즐비한 시장 환경에서, 비싼 가격에, 외부의 경쟁식당과 비교우위가 크지 않은 호텔의 식당을 고객이 부러 찾을 이유가 없죠. 요즘은 외래관광객들 조차도 내국인보다 더 풍부한 사전 지식으로 무장한 채 방한합니다.

 

호텔의 식음료업장은 이미 매력을 상실한 채, BCG Matrix에서 칭하는 '개'(Dog) 꼬락서니로 전락해 사양길에 오른지 오랩니다 (호시절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인건비가 그나마 저렴했던 개발도상국 지위를 벗어 나면서 쫑 납니다). 물론 몇몇 예외적인 case, 시장에서 굳건히 입지를 다지고 있는 영업장들도 있긴 해요.

  

 

지난 포스팅들에서 언급했던 웨딩은 위 matrix의 'star' 정도의 위치에 있겠네요.

 

 

따라서, 호텔은 식음료업장을 하나 둘씩 줄여 나가는 추세에 있으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호텔의 경우도 커피숖 등 아주 필수적인 레스토랑 서너개만 갗추거나 아예 외부에 위탁(임대)운영을 맡기기도 합니다.

 

중저가 호텔의 경우는 미니바를 없애는 대신 자판기를 설치하기도 하는데,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정말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 하지만 고객의 반응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듯 합니다.

 

좀 길어 지는데 짤라 갑니다.

 

투비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