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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도심 속 럭셔리 리조트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지척입니다만 참 오랜만에 들렀네요. 등잔 밑이 매우 '멀'군요?;;;

더군다나 잘 알고 지내던 분께서 작년 이곳으로 부임해 오셨는데 차일피일 못본 채 미루다 마침내 덜미를 잡히고야 말았습니다.


다녀온 게 5월 말 경이니 포스팅은 안타깝게도 한참 늦었네요. '철'이 다소 지나버렸으니 요모조모 미안한 분들이 뇌리를 스칩니다만 저 역시 밥벌이 탓에 하루하루 운신이 부자연스러운 요즘이군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더오아시스


여하튼, 한여름이면 세간의 뜨거운 이목이 이 곳에 집중됩니다.

드넓은 부지에, 서울 한복판에선 좀처럼 쉽지 않은 부대시설들을 갖추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아웃도어풀이 그러해요. 선남선녀들이 젊음을 아낌없이 발산하며 한여름 밤을 뜨겁게 밝히죠.


반얀트리 서울


호텔동의 외관은 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긴 합니다만 우중충했던 잿빛 입면들을 유리로 감추고선 푸른빛 하늘을 아름답게 투영해 냅니다. 매우 현대적인 자태로 변모했어요. 호텔동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 선생님의 작품이라죠?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아시려나요? 이곳의 원래 이름은 타워호텔이었다는 걸.

젊은 호텔리어나 호캉스에 익숙한 밀레니얼에겐 다소 생소할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꼰대 호텔리어의 기억엔 또렷이 각인된 이름이에요. 그랜드하얏트와 함께 그 로케이션도 매우 상징적인데다 우여곡절 역시 만만찮았던 곳입니다.


 반얀트리 서울


타워호텔의 개관이 1969년의 일이니 무려 50년 전이군요. 내로라하는 우리나라 5성 대형 호텔에 비해 20여 년 빠른 시기에요. 하지만 그동안 손바뀜이 더러 있었고, 그럴 때마다 평범치 않은 사연들이 호텔리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더랬죠.


마침내 2010년. 베일 속 3년 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공개한 그 브랜드와 정체성은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럭셔리 도심형 리조트호텔임을 천명하며 서울 시내의 5성 호텔들과는 여러 면에서 노골적인 차별성을 의도했더랬죠.

 

'도심속 리조트 호텔'. 당시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물었던 그 theme 역시 파격적이었지만, '상위 0.1% 사교클럽'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회원권[각주:1]을 분양하는 귀족 마케팅 역시 그러했습니다.


반얀트리 서울 더오아시스 The Oasis


하지만 시장 반응은 다소 실망스러웠다랄까요? 오너의 기대가 너무 원대했을 수도 있고, 호텔 산업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리 시장의 수준 자체가 당시 파격적이었던 그 정체성을 수용하기엔 너무 미숙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요.

현재의 위치에, 동일한 정체성의 리조트를 지금 조성했더라면 시장 반응은 확연히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랄까?


여하튼 그 소유권은 2012년 마침내 현재의 오너인 현대그룹으로 매각되었고, 마치 엊그제의 일로 느껴집니다만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군요. 그사이 현대그룹의 사정 역시 종종 각박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초기 잠시 있었던 잡음 이후엔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다름없이 말머리가 매우 길었네요. 부디 지루하지 않았길 빕니다.

그럼 이미지 위주로 간단히 둘러 볼까요?


반얀트리 서울


호텔 리셉션입니다.

건평 자체가 제한적이라 다소 좁아보이긴 합니다만 석재와 목재를 섞은 디자인이 미려해 보이는군요. 안쪽은 반얀트리 서울의 올데이다이닝(그라넘 다이닝 라운지 Granum Dining Lounge)인데, 볼 겨를이 없었으니 일단 페쓰.... 


반얀트리 서울


위 이미지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벽체인 것으로 기억나는데, 세월에 닦여 날카롭게 양각된 나이테가 빛을 발합니다. 거칠지만 고풍스럽고 그리고 아름답군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엔 왠지 옛스러운 것들에 더욱 끌립니다.


반얀트리 서울 남산 풀스위트


어떤 타입인지 역시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딜럭스타입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방문했던 날은 만실이랬나? 따라서 스위트들만 구경할 수 있었거든요. 홈페이지의 이미지를 보니 아마도 남산 풀 스위트 Namsan Pool Suite인 모양이죠?


매우 넓고, 거실과 침실 그리고 여유 넘치게 할애한 욕실이 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20평이 넘는 사이즈이니 일반 호텔이라면 프리미어 스위트 정도의 위상이에요. 하지만 반얀트리 서울의 특별함은 다른 곳에 또 있습니다.


image by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남산 풀스위트


바로 이 릴렉세이션 풀

밖을 나가지 않아도 이 곳에서 연인 혹은 가족과 스파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반얀트리 서울


그리고 아로마 버너

투숙하며 경험하질 못했으니 느낌이 어떤지 달리 말할 부분이 많진 않지만 우리나라에 아로마 마케팅을 선도한 곳이 아마도 반얀트리 서울이 아닐까 싶군요?


반얀트리 서울


댓돌도 제 취향~ 그리고 이런 것들....


반얀트리 서울


반얀트리 서울의 인벤토리는 34개의 객실과 16개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클럽동을 포함해 총 50개 객실이니 건물의 덩치에 비하면 그 수가 확연히 적죠?

일반적인 도심형 호텔에서의 경험을 이곳에 적용하시면 곤란합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딜럭스형 객실이 15평이고, 풀이 있는 객실들은 20평이 훨씬 넘는 사이즈에요. 여긴 '쉼'이 강조되는 리조트 호텔이자 회원제로 운영되는 시설입니다. 따라서 40만원 대 중반의 객실료 역시 일반적이지 않으며, 경험할 수 있는 가치 역시 그러하죠.



집기나 소품들에선 세월의 흔적이 더러 묻어 있지만 제 눈엔 이미 익숙한 수준들이에요.

까탈스러운 고객들의 입방아를 피하기 위해 물적 유행에 집착하는 건 경제적으로 현명하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항상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만 가장 최선으로 생각되는 대안은 '오래되어 안정스러운 호텔리어들의 서비스'로 오래되어 낡아 보이는 하드웨어를 보완하는 겁니다.

더군다나 반얀트리와 같이 근속이 긴 호텔리어들이 많은 호텔이라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겠죠?


반얀트리 서울의 아웃도어풀 더오아시스 The Oasis 


한여름 반얀트리의 자랑, 아웃도어풀 더오아시스도 구경하고요...

5월이라 막 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빨리 왔다는 느낌이... 하지만 포스팅이 너무 늦었네요.


반얀트리 서울 더오아시스 카바나


풀 주변으로는 카바나가 있고, 개인풀도..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클럽동


호텔동 전면의 클럽동인데, 스파, 피트니스센터와 연회장, 그리고 키즈룸 등이 있습니다. 이곳에 대한 소개는 패쓰하고요....


반얀트리 서울 페스타 Festa


모던 한식을 내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의 시그니처 레스토랑 페스타

다녀온 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총괄셰프인 강민구 셰프를 영입했다더군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레스토랑 페스타


볏짚 생선 훈연회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레스토랑 페스타


봄 산야초 전복 비빔 반상이라고....

레오강의 손길이 남아 있던 시점이었으니, 위 맛봤던 음식은 이후 아마도 모두 바뀌었겠죠? 현재는 유러피안 캐주얼 메뉴를 낸다고 합니다.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 레스토랑 페스타


한과 병과라는데 예쁘기도 해라...


반얀트리 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20년 경영위탁계약을 맺고 반얀트리[각주:2] 명찰을 달았는데, 최초 도입될 당시엔 저도 잘 몰랐던 생소한 브랜드였어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저라면 아마도 굳이 반얀트리 브랜드를 고집해야 하나 한창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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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얀트리가 오너에게 선사할 매력은 타 인터네셔널체인과 다소 다를 것으로 보여요. 그 유니크한 컨셉 외 내세울 수 있는 마케팅 자산 - 예를들어 예약망이나 로열티맴버쉽 풀과 같은 - 이 많지 않아 보이거든요. 더군다나 그 컨셉의 진입 장벽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하지만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건 여러모로 리스키하겠죠? 경제적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현 소유주 현대그룹이 대체 컨셉이나 브랜드를 고민할 여력이 있었을 것으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선 경험하기 쉽지 않은 정체성의 호텔인데, 부디 그 매력이 잘 유지되어서 더욱 훌륭한 컨셉으로 성장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초대해주신 이형균 총지배인님, 박준용 팀장님 그리고 객실 안내해주신 류정우 파트장님과 귀요미 이유나 주임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쌩유!!!



  1. 당시 개인회원권 1억3천만원/부부 1억 8천5백만원/연회비 4인 기준 800만원 [본문으로]
  2. 반얀트리는 1980년대 말 태어난 비교적 젊은 리조트형 호텔 체인입니다. 싱가폴 국적으로 주로 태국을 베이스로한 동남아에 호텔 주력이 있으며, 최근엔 중국과 중동지역에 확장역량을 집중해오고 있다더군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