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색다르다'는 표현이 왠지 부자연스럽군요. 우리 한옥을 숙박시설로 활용한 호텔, 이른바 한옥호텔인데, 아마도 우리에겐 관광 온 외국인이나 투숙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숙박시설로 인식된 탓일까요?
늙은 몽돌은 평소 한옥호텔이나 한옥스테이에 관심이 컷는데, 매력적인 우리 전통과 문화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로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일본의 료칸이 그러했던 것처럼 전통 숙박시설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효과적이에요.
한옥호텔의 가능성, 포스트 맨 아래에 링크를 남겼으니 관심있는 분들 일람해 보하시고요.
락고재 안동 하회의 대청마루
한옥호텔, 그동안 많이 구경하러 다녔습니다만 실제로 투숙해 하루를 보낸 건 처음입니다. 여러 면에서 놀랍군요. 아주 매력적이에요. 더군다나 락고재 안동 하회은 다른 한옥호텔에 비해 인상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서울 북촌의 한옥호텔 락고재가 첫번째 브랜치입니다.
좌식생활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지만 한옥에 투숙하기 위해 오는 외국인들에겐 문제될 게 아니에요. 오히려 새로운 경험입니다. 편하자고 여행하는 이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원래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오는 이들이니까요.
바닥 보이시나요?
옥입니다. 그리고 보일러 난방이에요. 구들을 깔고 황토바닥을 만들면 아무래도 유지하는데 손이 많이 갈테죠? 외국인들은 오히려 옥바닥을 더 선호한다는데, 이런 절충이 제겐 왠지 아쉬웠어요.
고리타분한 제 기억에 아직도 아스라히 남은 콩기름 종이 바닥과 시커멓게 탄 아랫목, 그리고 아궁이 장작타는 냄새. 이왕이면 옛날 그것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는 어림없는 욕심이 스멀스멀 기어올랐죠? 아마도 한옥스테이에선 가능하려나요?
락고재 안동 하회
일정이 다소 타이트했는데, 전 쉬이 잠자리에 들 수 없었습니다. 계속 들락거렸는데, 안채의 대청에선 그 외국인 투숙객들이 술한잔 걸치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인사라도 나눌까 하다 그냥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미니바의 맥주 2캔을 먹고서야 간신히 잠자리에....
희안하게 모기가 없던데 요즘 너무 더웠던 탓일까요? 그럼에도 마당에 핀 모깃불을 봤다면 그 옛날의 정취가 더욱 짙어질 뻔 했네요.
그리고...
이미지: 락고재 안동 하회
상쾌한 아침입니다.
방안에서 마당을 내다보는 운치도 만만치 않군요.
주모께 9시 부탁한 아침상은 방이 아니라 대청에서 먹기로...
락고재 안동 하회 대청마루
역시 운치작렬
락고재 안동 하회
축담에 드러누운 노회한 고양이는 사람을 봐도 눈길하나 주지 않더군요. 만져도 도망가지 않지만 매우 거만합니다.ㅋ
락고재 안동 하회
처마엔 제비집이 여럿입니다. 새끼들이 있어요.
그리고...
아침상은 정말 놀랍습니다.
락고재 안동 하회 조식
소반상에 4인 각기 나옵니다. 전복죽과 컨티넨탈조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요. 올인클루시브, 객실료에 포함된 것입니다.
상을 받는 시간은 정해져 있더군요. 7시 30분 부터 9시까지 30분 간격.
락고재 안동 하회 조식 전복죽
전복죽은 이런 식인데 찬과 함께 맛도 아주 훌륭합니다. 5성 호텔의 그 푸짐한 조식 뷔페에 비추어 하나 손색이 없군요. 차림새가 정말 감동적입니다.
락고재 안동 하회 컨티넨탈조식
아래는 서양식 정크푸드를 좋아하는 막내놈의 컨티넨탈조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저트...
락고재 안동 하회 조식
아침상을 받은 대청에서 내려다 본 락고재의 아침은 더더욱 아름답군요.
락고재 안동 하회
저녁도 있습니다만 예약할 때 추가로 주문을 해야 가능합니다. 가격은 역시 합리적이더군요.
서울에 일이 생겨 좀 급하게 출발합니다.
막 방문을 나오는데 주인장되시는 안영환 회장님께서 마침 들리셨네요?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근황을 여쭙는데, 하회마을 초입에 조성 중인 락고재 전통호텔을 직접 구경시켜 주시겠답니다. 저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선뜻 감사 말씀을 드렸어요.
락고재 안동 전통호텔
규모가 대단합니다. 회장님 말씀에 따르면 25채 정도라 하는데, 인천 송도의 경원재보다 장대해 보일 뿐더러 평지가 아닌 탓에 단조롭지 않더군요.
락고재 안동 전통호텔
로비 라운지의 스케일도 엄청나고, 대들보니 서까래의 내력도 예사롭지 않군요.
벌써 9년째 짓고 계시고, 3년 후를 완공시점으로 보고 계시다는데, 돈을 남기자면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나라 전통가옥에 대한 애정과 소명의식이 없다면 엄두조차 어림없어요. 존경스럽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옥호텔 기대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긴 시간 구경시켜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