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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직장인 블로그의 고진감래

 

 

 

우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병행한 지 4개월, 그동안 제가 넷상에 내질러 놓은 고민의 흔적들을 들추어 보고 있었습니다.

전 IT에도 문외한이고 인터넷 활동에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그야말로 평범한 4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사무실, 아이폰 파노라마로 찍었더니 왜곡이 큽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블로그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모양이긴 합니다.

오늘의 이런 소회를 올리게 될 줄은 미처 꿈꾸지 못했거든요. 이런 날이 내게도 오게 되다니....ㅎ

 

대부분 블로거들이 아마도 비슷한 심리적 변화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도 처음에는 관심있는 정보들을 스크랩 해 두는 정도로만 이용했더랬지요. 그러다 가족이나 직장의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해 저장하는 공간으로써의 또다른 용도를 발견하게 됩니다. 올해 2월 까지 제가 생각하는 블로그의 효용가치가 딱 이 정도였어요. 다른 필요성에 대해 느끼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고.....

 

 

 

  

관심있는 글들을 읽으며 그저 댓글만 달다가, 본연의 인간욕구, 나의 글을 다른 이와 공유하며 나를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색다른 글감이었던 호텔이야기를 간헐적으로 포스팅하면서 본격적으로 블로깅에 투신하게 되는데, 조금씩 빠져 들수록 욕심도 마음속에서 덩달아 자라나기 시작했겠지요?!

 

 

얼떨결에 다음뷰 베스트에 올랐던, 아무 생각없이 올렸던 뻘글.............

아주 날카로운 희열을 제게 선사하며, 욕심을 키우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합니다. 영감을 주셨던 이그림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블친들의 반응이 궁금해 지고, 조회수가 조금씩 신경쓰이더니, 급기야는 노출빈도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정보들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섭니다. 가당치 않게도, 파워블로거로써의 입지까지 은근히 상상하게 되는데, 지금 봐도 참 어이없군요.ㅋ

 

 

이런 과욕으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깊은 고민에 한동안 빠지게 됩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셀러리맨이 1일 1포스팅의 비기를 시전한다는게 가능키나 한 것인지.....

 

퇴근후 밤새워 준비해서 글을 올려 봐야 관심 갖는 이도 없고...


'도데체 왜 이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직장생활과 병행해 이걸 계속할 수 있긴 하는 걸까?',

'취미나 메마른 일상에의 신선한 자극 정도로 즐길 수는 없는 것인지~'..........

 

애초에 번지수가 잘못되었으니 좌절 또한 급작스럽게, 그리고 강하게 찾아 옵니다.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던 와중에, 기다렸다는 듯 결정적인 충고를 해 주시는 분이 나타나요(사실 이 이전에도 봄날님을 비롯해 여러 블친들로 부터 도움을 받아오긴 했습니다).  마치, 어둡고 거친 바다를 길 잃고 헤매이다 한줄기 등댓불을 발견한 듯, 전 그야말로 느닷없는 개안開眼을 경험하게 됩니다.ㅎ

 

 

 

티몰스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제 질문에 대한 티몰스님 답글의 요지는, 블로그가 취미의 한 부분이든 전업한 분의 생계수단이든, 설령 사업체의 마케팅 수단이더라도, '제대로 된 블로그의 첫번째 요건은 내용이자 '퀄러티'이지 포스팅 횟수가 아니다, 포스팅의 소재도 주변에서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보이는 이것이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요?ㅎㅎ

 

기실, 직장생활과 블로그를 병행하시는 직장인 분들이 파워 블로거의 반열에 오르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한된 시간내에 다른 이가 봤을 때도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을 생산해 내기가 전혀 수월치 않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1일 1포스팅은 보통 직장인들이 쉬이 엄두낼 경지가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제가 아는 직장인 파워블로거 블친들만 해도 위 '티몰스'님을 비롯해 '여기는 섹션 카자마'님, '나미오'님, '개코냐옹이'님, 최근에서야 알게 된 '지후대디'님 등 여럿 되시니까요.

 

 

이미지 출저:다음 블로그

 

 

그 방법에 대해선 여기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설명드릴 정도로 알지도 못하고요.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들이 많지만 그 기술적인 접근 방법들이 다 옳다고 말 할 수는 없다고 보여요.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basic, 즉 충실한 내용이요, 꾸준함이 되겠지요?!

 

 

블로그,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다음 메인에 제 글이 오를 때면 날카로운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요,

바쁜 와중에 블친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소통하는 것도 나름 재미 있고요, 그 무엇보다도, 배울 수 있다는게 전 너무 좋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가 어떤지, 성별조차도 모른채 오롯이 글로서만 블친들을 뵙는데, 존경할 만한 대단한 분들이 참 많더군요. 이런 분들과 소통하며, 제가 몰랐던 바를 조금씩이나마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는 큰 행복입니다.

 

글을 써 가면서도 저 자신을 항상 되돌아 보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해 보기도 하고~ 아울러, 글감을 따로 마련하기 위해 의미있는 뭔가를 찾아서 시도해 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는, 조금 더 좋은 직장선배, 더 훌륭한 아빠, 믿음직한 남편으로 조금씩이나마 변해가고 있는 제 모습을 보기도 해요. 이건 제 말씀이 아니라 제 옆지기의 증언입니다~ㅎㅎ

 

 

 

이미지출저:http://news.sportsseoul.com/read/entertain/1187404.htm

 

 

 

직장생활이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자 어쩌면 스트레스 그 자체입니다.

 

자신의 의사에 反해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하는 생계수단이니까요. 자신이 좋아 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고, 직장 생활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야 더 바랄게 없지요. 하지만 이런 황홀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 무의식 깊은 곳에, 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직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희구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직장과 가족이 채워주지 못하는 뭔가가 혹 있지는 않았는지요?

직장인 블로그, 쉽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에 빠졌거나 무기력 해 졌다면 블로그에서 다른 기쁨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