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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고단한 맞벌이 인생, 영화도 제대로 못 봐~

 

 

 오랫만에 둘이서만 영화를 볼 요량이었습니다.

 

 

 

최근에 사이가 좀 소원했거든요.

 

작년, 옆지기가 직장을 옮긴 이후 굉장히 바빠졌는데,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소홀해 지기도 했지만, 저도 그 바뀐 상황이 쉽게 적응되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것으로 다투기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에 앙금이 조금씩 쌓여 왔었는데,

사실 터놓고 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풀릴 일들이었지요.

하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얘기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만드는게 쉽진 않았습니다.

제가 과묵한 갱상도맨 인데다, 옆지기도 정읍 산골짝 출신으로 애교 쩌는 스탈이 아니거든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더군요.

여러 궁리를 한참 하다가 영화를 같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날 좀 찾아 봤더니 '전설의 주먹'이 재밌다대요?!

여성관객들의 평도 괜찮은 것 같았고....

 

 

이제서야 생각해 보니, 결혼후 단 둘이서 영화를 본 기억이 없군요.

결혼하자마자 큰 애를 가졌거든요.

 

 

 

 

큰 애는 학원을 가야 하니 그 시간을 맞추면 되는데, 문제는 막내 놈 입니다.

주변에 맡길 곳도 마땅치 않고, 같이 데려 가자니 방해만 될 것이고....

 

집에서 책 좀 읽고 있으라며 설득하는데 씨알도 안 맥힙니다.

엄마아빠 영화 보러 간다고 했더니, 자기가 보고 싶은게 있었다네요?!

그것 참,,, 매달리는 걸 억지로 떼어 놓을 수도 없고....

떼임을 당할 놈도 아니긴 하지만~ㅋ

 

 

어쩔 수 없어서 그 놈이 볼만한 걸 예매하고 영화관에 도착, 요깃거릴 사고 입장하는데,

하~, 요놈이 글쎄 가운뎃 자릴 떡하니 차지하고 앉습니다.

 

맘 같아서 꿀밤을 한대 그냥~ㅋ

 

 

 

 

 

 

그냥 보고 나왔습니다........

 

눈치를 보니 옆지기 얼굴에 큼지막하게 씌여 있더군요.

'이런 걸 도대체 왜 보러 오자고 한거임?'

 아들 놈은 왕짱 재밌었다고 스토리를 복기하며 이 장면, 저 장면을 신나게 얘기하는데,

흐이그.....ㅠㅜ

 

 

평소에 맛있다며 종종 가던 곳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갔는데,

그제서야 옆지기 얼굴이 조금 누그러 집니다.

 

 

 

맞벌이 인생, 참 고단하지요?ㅎ

 

돌아다 보면, 그 15년 동안을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기도 합니다.

둘 다 시골 출신들이라 아쉬울 때 주변에 도움 청할 만한 곳도 하나 없었거든요.

 

애 둘, 큰 놈은 중학교 2학년, 작은 놈은 아직 초등학교 3학년,

갈 길이 아직 멀긴 하지만, 지금껏 큰 탈 없이 잘 자라 준 것만도 고맙고요,

사랑으로 애들에게 헌신했던 옆지기에게도 새삼 감사합니다.

 

 

전 뭐, 별로 내세울게 별로 없어서...ㅎ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천만 맞벌이 여러분,

힘내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