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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퓨전 한정식 부암동 소소한 풍경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조카 아이가 대학을 들어 갔다는 명분을 붙이긴 했지만, 그런 일이 아니었어도 만날 때가 되긴 했어요. 없이 살던 옛날엔 투덕투덕 그렇게 다투더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요즘은 믿고 의지할 만한 곳이 가족 외엔 없더군요.


내로라 떵떵거리며 사는 건 아니지만 그냥 평범하게, 큰 문제 없이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네 가족이 오랜만에 제가 사는 동네로 왔습니다.

멀리 김해에 사는 막내와 조카가 이번에도 합류하지 못했군요....


큰 아이를 대학이 입학 시킨 손아래 동생이 쏜다니 좋은 곳을 골라 가야 합니다.ㅎ



장소는 동생네가 섭외했는데, 부암동에 있는 퓨전 한식집,

'소소한 풍경'이라더군요.


부암동은 제가 사는 곳과도 그다지 멀지 않은 동네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와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평소 주변에 맛있는 곳이 많다는 걸 전해 었으니 기대가 적잖이 되기도 했어요.



이곳의 레스토랑들이 의례 그렇듯 가정집을 개조했군요.


낮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어둠이 내려 예쁜 네온사이으로 추한 것들을 가려 낸 풍경은 꽤 운치 있습니다. 명찰마따나 소소하지만 아기자기 예뻐 보이는군요.    



밖에서 느낀 바와는 달리 내부는 꽤 넓고요,

서까래 등 시야를 방해하는 구조물들을 없애 아주 개방적으로 보이는군요. 



시멘트와 벽돌로 된 벽체, 지붕을 별다른 장식 없이 그대로 노출시켰는데, 요즘은 대부분 이런 식이지요?!

 





1인 3만원 정도의 꽤 비싼 한정식 코스를 주문했고, 단품 두어 가지를 추가했습니다.

어떻게 나오는지 하나씩 볼까요?



샐러드가 예쁜 그릇에 담겨 나왔고요...



호박죽입니다. 색깔도 참 예쁘지요?

오히려 그 맛이 그릇과 색깔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하군요. 개인적으로 단맛의 죽을 싫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두부 밀쌈인 듯 했는데, 같이 나온 양념장이 꽤 맛있습니다.

두부의 식감도 나쁘지 않고요.


  

다소 늦게 당도한 누나와 매형으로 인해 분위기는 더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밖에서 사온 와인도 따고요...

당연히 코키지 차지 corkage charge 를 받습니다. 병당 2만원이었나?


요즘은 흔해져 대부분의 외식 자리에선 와인을 곁들이더군요.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고 평소 봐 둔 와인을 가져가는 게 오히려 경제적입니다.



김치 밀전병인데 나름 맛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양이 넉넉하지 않아요.



순서대로 카프레제, 새우구이, 그리고 치킨입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양은 여전히 안습이지요?!



찬인데, 전 위 백김치로 속을 달랬습니다.

두 접시나..



한방 오리구이와 삼결살 구이

제 투박한 입맛엔 평소 동네 삼결살 집에서 먹던 것과 차이가 느껴지진 않군요.




마지막으로 가지찜과 잡곡밥

처음 먹습니다만 자극적이지 않고 국물이 시원합니다.





3만원 가격의 B코스....

코스를 구성하는 메뉴들은 꽤 길고 장황하게 메뉴판을 채우고 있지만 그 내용은 다소 빈약하고 부실합니다. 중식처럼 푸짐하게 먹으리라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쉽상이지요.


그렇지만 조리나 서빙에 손이 많이 가는 탓에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없어요. 이는 특급 호텔에서 한식 레스토랑이 사라져 간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야 차라리 배불리 먹는 국밥이나 비빕밥 한그릇에 더 만족하는 촌스런 입맛을 소유하고 있지만 뭔가를 기념해야 하는 날에는 이런 한정식 집에도 종종 오게 되지요.


여간해선 만족스러운 곳을 발견하긴 쉽지 않지만 소소한 풍경의 구성 역시 다소 실망스럽군요.

개인적인 취향이 작용하니 당연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다른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에도 꼬투리를 잡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그날 손님들도 꽤 많았으니 역시 제 성격 때문일까요? 



직원 분들의 서비스는 다소 경직되어 있어요.

불친절했던 건 아니지만 마치 처음 출근한 직원들처럼, 고객을 대하는 품이 어색해 보입니다.

표정도 밝지 않고요, 고객의 요구나 문의를 대하는 자세도 퉁명스러워 고객을 자칫 부담스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어줍잖은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국고를 축 내며 외국에 까지 나가 한식 세계화를 거들먹 거리고 다녔었는데, 따지고 보면 내실부터 다져야 옳았을까요?

외국인들도 더러 이용하는 듯 했는데 안에서 이 정도면 그 세계화의 여정은 꽤 험난해 보이는군요.



소소한 풍경은 자하손만두 바로 아래쪽에 있습니다.

소소한 풍경 주차장은 아주 협소합니다. 골목길에 적당히 주차하라고 안내해 주시는데

주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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