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혼기념일입니다.
덧셈 뺄셈으로 머릿속이 혼미졌고, 잠시 머뭇거리자 이내 날선 핀잔이 날라 오네요?ㅋ
큰 아이 나이와 같다고... 그럼 18년 된 겁니다.
하지만 햇수가 뭐 그리 중요하답니까?
해를 손꼽아 요란스런 축하 이벤트를 계획할 혈기왕성한 나이도 아닙니다. 그동안 깨가 쏟아졌다고 말하긴 좀 거시기 합니다만 지금까지 애들 둘 키우며 그럭저럭 잘 살아왔으면 그만이죠.
그나저나 왠일이랍니까?
옆지기는 원래 이런 기념일엔 통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보복이 항상 두려운 제가 오히려 먼저 챙기는 편이고요, 옆지기로 말씀드리자면 쫌 '곰'스런 분이랄까요? 흠.....
부암동맛집 자하손만두
요즘 저나 옆지기나 일로 좀 힘듭니다. 애들 없이 밥 한 끼 먹으려 휴가를 냈고요, 전 도서관에 머물다 옆동네 유명한 맛집으로 나들이를 나갑니다.
자하손만두
아주 유명한 부암동 맛집이지요?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이고요, 잊을 만하면 여러 매체의 지면을 장식하는 곳이죠.
집과 가깝지만 겨우 2, 3년에 한번씩 들립니다. 만두라면 좀처럼 해 먹을 일 없는 바닷가 촌구석 출신이라 이곳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 왔더랬죠.
기껏 서너 번인데, 들릴 때마다 맛은 달리 느껴지더군요. 처음엔 큰 감흥 없었던 곳이에요. 자하손만두의 레시피가 해를 거듭할 수록 완숙해졌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제가 나이 먹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싶군요.
즐겨 먹지 않던 음식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고요, 더군다나 자극적이지 않은 만두국의 그 맛을 비로소 음미할 수 있는 연륜에 이른 때문이랄까요?
부암동맛집 자하손만두
이 동네 맛집들이 의례 그렇듯 가정집을 개조했습니다. 아마도 이쪽 일대는 개발이 제한된 때문인 듯 하지요?
다녀오자마자 페북에 포스팅했고, 달아 주신 페친들의 말씀을 참고하면 20년 족히 된 듯 하더군요. 자하손만두는 부암동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전부터도 나름 유명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만두집 중 하나로 꼽힌다지요? 얼마전 발행된 미슐랭가이드 서울, 빕구르망 Bib Gourmand에 리스팅되기도 했더군요.
미슐랭(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꼽힌 곳들에 대해선 왈가왈부 말들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빕구르망 리스팅은 이런 논란에서 좀 자유로운데,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익숙한 곳들이 대부분 꼽히기 때문이겠죠?
메뉴는 온통 만두입니다. 이리 봐도 만두, 저리 봐도 만두, 넘겨 봐도 만두..... 한 눈 팔지 않는 옹고집이 대단하지요?
늙은 몽돌은 이런 '메뉴 달랑 하나'인 레스토랑을 애정합니다. 외길 고집도 대단해 보이고 장인 정신은 물론이요, 레시피에 대한 집중력도 돋보이기 때문이죠. 물론 콩국수 등 계절 메뉴가 구색을 보완하긴 합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방에선 몇 분이 한창 만두를 빚고 계시네요.
휘장을 둘렀지만 속은 훤히 들여다 뵙니다. 이렇게 만든 건 필시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텐데, 나쁘지 않아 보이죠?
이렇게 직접 빚은 만두는 1층 입구에 진열대를 놓고 판매합니다. 구입한 적은 없지만 가격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자하손만두 김치만두전골
김치만두전골을 시켰고요, 늙은 몽돌은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 아제 입맛의 소유자로, 역시 새콤 칼칼한 김치가 들어가야 더 좋습니다.
작은 사이즈이지만 둘이 먹기엔 다소 많아 보이죠?
법랑인 듯 했는데, 외국인에게도 어색하지 않을 용기이군요. 하지만 일회용 가스버너는 눈에 거슬릴 뿐더러 좀 불편합니다. 인덕션으로 바뀌면 더 좋을뻔 했네요.
자하손만두 김치만두전골
버섯과 배추, 파 등 야채가 넉넉합니다. 위 이미지에서는 내용물이 모두 보이지 않네요. 만두는 주로 아래에 깔렸고, 양지로 보이는 쇠고기 수육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반달 모양으로 빚은 만두는 이북식이 아니라 서울식이라네요?
자하손만두가 자랑하는 또다른 아이템....
김치입니다.
'김치냉장고를 뭘 쓰나' 궁금할 정도인데, 언제 와도 맛있게 익은 김치를 맛볼 수 있어요. 하지만 처음 맛봤을 때의 감동에 비할 바는 아닌데, 역시 간사한 인간 미각이지요?
자하손만두 김치만두전골
칼칼한 국물이 참 좋습니다. 수육을 삶아 낸 육수를 사용하는 듯 하고요, 만두속에서 우러나온 여러가지 맛과의 조화도 훌륭하군요. 김치는 대파처럼 칼집을 넣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촉촉히 육수에 젖은 만두도 아주 좋은데, 늙은 몽돌의 미각이 세련되지 못해 그 맛을 자세히 평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군요.
국수를 맛보기 위해 국수사리를 추가로 주문했는데 국수만 나오는 게 아니었더군요. 양도 넉넉할 뿐더러 수육과 야채가 푸짐합니다.
그나저나 저나 옆지기에게나 참으로 오랜만의 폭식 모드네요.ㅎ
자하손만두 홈페이지 http://www.sonmandoo.com
자하손만두의 홈페이지를 봤더니 딱 명동교자의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곳곳에 옹골찬 고집이 물씬 묻어 나와요. 과한 욕심 부리지 않고 이곳 부암동 가게 한 곳에만 온 역량을 집중하는 듯 보입니다.
일찍 당도하면 부암동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을 수 있고요, 겨울이 아니면 야외도 나쁘지 않습니다.
자하손만두 영업시간: 월~일 11:00~21:30
자하손만두 휴무일: 설날, 추석
자하손만두 주차: 발렛가능 (2천원)
자하손만두 만두국 가격 12,000원, 만두전골 (소) 37,000원이니 만만치 않아 보이죠?
하지만 그 부담스러운 가격을 감수하고 다녀올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아이들을 두고 와 내내 신경이 쓰였는데, 큰아이 시험 끝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소환되기로 약속 당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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