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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세진식당 ... 시간이 멈춘 그 곳, 을지로 철공소 골목의 늙은 밥집



저까지 모두 여덟을 소환했더군요.


제가 도착했을 땐 일곱 분 모두 비좁은 방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계셨는데, 더러는 아는 분들입니다.


그동안 뵙고 싶었던 명동 L모 호텔의 총지배인께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더군요.



사진: 유봉재 시연물산 대표님



천상 가정집을 개조했을 법한 그 식당의 유일한 PDR,

방의 한 켠으로 내몰린 가재도구들로 보건데 아마도 주인장의 거처로도 쓰이는 듯 했습니다. 오늘 모임의 정원은 딱 이 방 사이즈에 맞춘 모양이지요?





오늘은 우리 호텔 업계 요소에 계신 분들을 급하게 모은 '벙개'입니다. 고민 끝에 골랐을 이 곳 장소는 모임의 성격과 절묘하게 대비되는군요?



사진: 김홍렬 호텔 슬리피판다/K-POP 하우스 대표



세진식당


시간이 멈춘 그 곳

을지로 3가 입정동 철공소 골목에 간신히 남은 노포들 중의 하나입니다. 지척까지 엄습한 현재를 거부하며 섬으로 남아, 새로운 것에 질린 현대인들을 불러 모읍니다.





화려한 외양과 고상한 고객에 지친 중늙은 호텔리어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소환한 오늘 모임에 을지로 철공소 골목 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를 물색하긴 쉽지 않아 보이더군요.



을지로 3가 입정동 철공소 골목의 노포들



세진식당을 찾으려면 좁고 울퉁불퉁, 지저분한 골목길을 깊숙히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한참을 기웃거리며 골목의 풍경에 익숙해질라 치면, 곧 2, 30년 방치된 소싯적 기억들이 들추어지죠.

정겹고, 아리기도 하고, 하지만 반갑고도 푸근한 그 무엇.....



 사진: 유봉재 시연물산 대표님



이 허름한 골목의 철공소들이 망치질 해 낸 그 쇠들이 우리의 휘황찬란, 식상한 현재를 지탱하는 모양이지요? 한 때 터질 듯 성장가도를 무질서하게 질주하던 우리의 과거가 모조리 이곳으로 피난한 듯 하군요.



사진: 호텔 슬리피판다 양광복 팀장님



서울, 그것도 번화한 도심 을지로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서울 중구 입정동 세진식당



 세운전자상가와 세운청계상가를 끼고, 을지로와 청계천, 그리고 종로 사이의 드넓은 블락들이 대부분 이런 옛날이군요.



 사진: 유봉재 시연물산 대표님



그러고보니 밥 포스팅에 '철공소 골목' 얘기만 잔뜩 늘어놨네요...

밥 얘기 좀 할까요?ㅋ





내부는 좁지 않은데 모두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을까요?

하나 있는 깔마춤 8인용 PDR?ㅎ에 자리를 잡았고요,,, 



 사진: 유봉재 시연물산 대표님



벽 한 면에 제법 다양한 구색의 메뉴들이 내걸렸는데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군요. 하얀색 종이로 덫씌운 그 가격만이 무섭게 변하는 현재를 감당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노포 치곤 꽤 많아 보이지만 세진식당의 태생이 '밥집'임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요.





인근 철공소며 인쇄소에 일하는 이들의 점심 끼니를 해결할 찌개류가 대부분인데, 시장통의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배달도 하는 모양이군요?

메뉴 군데군데, 험난한 우리네 삶의 여정을 잠시나마 위안할 술 안주류도 더러 섞였습니다.





일단 정신이 멀쩡할 때 H모 호텔 중늙은 호텔리어, L모 부총지배인님의 생일을 축하하고요...

그나저나 수십년 세월의 흔적은 집기에서도 고스란히 묻어 나는군요.





알음알음 소문난 세진식당의 간판 메뉴 중 하나

갑오징어 숙회


순백색의 그 살집부터 침샘을 자극하는군요. 의례 두툼하게 썰어 냈는데 탱글탱글한 식감이 훌륭합니다. 선도도 빠지지 않는군요.

가격은 '싯가'.... 계산을 제가 하지 않았는데, 한 2만원 쯤 했을까요? 





약간 칼칼한 맛의 제육볶음도 좋고요.





세진식당의 생태찌개는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토실토실한 살집도 좋고요, 수십년 내력이 스며든 국물은 더욱 좋군요. 칼칼하면서도 아주 진한데,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지만 이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도 훌륭합니다.


역시 싯가.. 2인 분으로 만원 중반대인 듯 했으니 가격 역시 아름다운 과거의 그것입니다?





모두들 거나 하게 취했고, 어깨를 부대끼며 비좁은 골목을 돌아 수십년 과거를 뚫고 나왔습니다.





시공을 넘어 back to the 'now'

건너오는 찰라, 우리는 이미 옛날 골목길을 함께 뛰어 놀던 30년 지기인 듯 했지요.





이젠 다소 덜 '과거스러운' 장소로 2차 고고~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오크룸



자리를 마련해 주신 

슬리피판다/K-POP하우스의 김홍렬대표님, 그리고 자리를 빛내 주신 

시연물산 유봉재 대표님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