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남대문시장 갈치조림골목 점심 나들이 [30년 내공 며느리 갈치조림 왕성식당]

남대문시장 점심 나들이


미식가 반열에 오를락말락 하고 계신 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 그리고 엇비슷하게 늙은 호텔리어 서너분 동행합니다. 이런 노포 나들이에 젊은 호텔리어들이 합류하는 일은 좀처럼 없어요.


회사와 가까운 곳이라 종종 내려옵니다만 최근엔 기회가 없었더랬죠?

하지만 서너달에 한번씩이라도 오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시장통 밥집입니다. 꽤 유명한 곳이라 왠만한 분들은 아는 곳이기도 해요.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남대문 시장으로 들어와 좁은 골목을 타고 들어갑니다.

마치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어요. 처음엔 그 위치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더니 최근에서야 그나마 눈에 익네요.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좁고 어두운 골목 좌우로는 모조리 갈치집이죠? 옛과는 달리 좀 깨끗하게 변한 듯도 보이더니 아마도 말끔하게 바뀐 간판 탓인 듯 하군요.





골목 안에는 갈치조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십 수곳 어깨를 견주며 저마다 다른 내력과 비법을 내걸었지만, 사실 그 맛이 그 맛이에요.

뭉쳐야 사는 유유상종의 지혜, 장소성을 형성하고 집적이익을 노리는 것이죠.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최근엔 좀 더 생겼나 싶은데, 저마다 단골 손님들을 거느리고 있나봐요. 주로 가는 곳은 2곳인데, 최근엔 이 30년 내공 며느리집만 다니는군요. 아래 이미지의 분인데, 꾸준히 다녀도 3, 4개월 만에 한번씩이니 서로 아는체 마는체, 못 알아봐도 서운치도 않은...ㅋ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왕성식당



티비 노출을 선전하는 플래카드들이 좁은 가게의 안과 밖을 도배하다시피 했지요?

주변의 식당들 역시 죄다 이런 식인데, 안타깝지만 그것들은 이미 효력을 상실했어요. 티비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미덕이 아닌 세상이 되고 말았고, 개나 소나 다 달고 있는, 빛바랜 훈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랄까요?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왕성식당



인터넷에 떠도는 '맛집'의 요즘 의미는 그냥 '음식점'이라더군요. 간판이 제아무리 튀어 보여도 맛집을 증거하는 징표가 될 순 없습니다.





회사의 식당을 마다하고 바쁜 시간에 굳이 번잡한 시장통으로 내려오는 이유는

바로 요 물건 때문이죠.



남대문시장 왕성식당 뚝배기 갈치조림



뚝배기 갈치조림


시어머니로부터 대물림 받은 비법, 30년 며느리 내력이 깃들 레시피라는데 그런 호들갑에 현혹될 나이는 아니고요, 제 늙은 경험으론 이곳이나 다른 곳이나 도긴개긴, 맛은 별반 차이없지 않나 싶어요.



남대문시장 왕성식당 갈치조림



차림이 모두 나왔습니다.

옛날에 비해 구색은 좀 달라졌네요? 굴비 대신 갈치구이를 냈고, 김치 등 찬도 좀 바뀌었습니다. 맛도 나쁘지 않아요. 2인분을 시키면 계란찜이 함께 나옵니다.



남대문시장 왕성식당 메뉴



메뉴판을 가득 채워 허세를 부렸지만 다른 걸 주문하는 이들은 아직 보지 못했어요. 이 골목은 갈치조림이 전문입니다. 

그 사이 값은 좀 오른 듯 하군요? 갈치조림 2인 분 가격 18,000냥.



남대문시장 왕성식당 갈치조림



갈치는 아주 신선하고요, 당연히 국내산입니다. 냉동으론 이런 맛을 절대 흉내 낼 수 없어요.

싱싱하고 아주 맛있습니다. 무우도 당연히 함께 먹어 줘야.ㅎ





노포의 손맛이 더욱 진중해는 탓인지, 아니면 늙은 입맛이 갈수록 옛날 것들에 익숙해지는 탓인진 알 수 없군요. 여하튼 오면 올 수록 그 맛은 더욱 깊어지는 듯 합니다.



남대문시장 왕성식당 갈치조림



아주 깨끗하게 비우고야 말았습니다....

듣자니 두번 끓여 낸다더군요? 짜고 맵고, 아주 자극적입니다. 건강한 밥상을 고집한다면 밖에서 먹으면 안되고요....



남대문시장 갈치 골목



아마도 저 처럼 길눈 어두운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죠?

영어, 일어, 중국어가 잔뜩 병기되었지만 아직 외국인을 본 적은 없습니다.



남대문시장



시장통은 언제나 활기차고 팔딱팔딱 생동감 넘치는군요.

남대문시장 구경도 하고, 맛있는 갈치조림도 드시러 나들이 한번 나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