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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가을이 설익은 양평 운길산 수종사

양평 운길산 수종사

 

비에 젖은 숲길

그리고 온전히 내려다 보이는 두물머리

 

산을 타는 사람으로부터 두어번 말을 들었고,

몇 년 전 기사에서 본 적도 있다.

 

종종 찾아 봤던 사진 속의 절경들은 어느새 잊혀 졌으나, 

말다툼 후 피난할 곳을 찾던 와중에 불현듯 뇌리를 점거한다.

 

운길산역에서 보이는 운길산 수종사

 

오른쪽으로 산머리에 인공의 흔적이 어렴풋이 눈에 띄는데,

아마도 저곳이겠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

 

수종사 진입로


매정한 포장도로에, 꽤 가파르다.

우회로로 짐작되는 곳이 보이긴 했지만 

초행이라 위험을 감수하진 않는다.

 

오르내리는 이들이 더러 있지만,

사람보다 오히려 더 많아 보이는 차들이 산행을 방해한다.

 

차를 가져오면 재미가 아니지.

내겐 산이나 절이야 거기서 거기고,

운동 삼아,

더군다나 따분한 시간을 죽이러 오는, 정처없는 길에 차가 무슨 소용인가.

 

운길산 수종사 일주문

 

우물에서 종이 울렸다나? 

아님 낙수가 바위에 떨어져 종소리를 냈다나..

 

신라시대 때부터 있었던 절이라는 썰도 있지만

남은 기록에 따르면 조선 초 무릅이란다.

오랜 풍파로 무너지고 중창되길 거듭하다

6. 25 때 모두 소실되었다는데,

따라서 일원에선 고색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나저나 좁은 주차장을 꽉 채운 현대의 이기들은 꽤 이질적이다.

깊은 숲인데,

고즈늑함이나 숲내음, 치유, 뭐 그런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지워낸다.

 

수종사 불이문

 

가을은 아직 설익었다.

 

너무 빨리 싸웠나?

하긴, 종종 있는 것도 아닌 일상.

내 느닷없는 결정이 섣불렀겠지.

 

수종사 해탈문

 

오르내리고 드나들고,

빌고, 불사해서

해탈의 경지 근처에라도 다다를 수 있으면..

 

 

 

 

수종사, 그리고

 

 

 

 

아낌없이 내려다 보이는 두물머리

 

 

수종사 응진전

 

 


무언가를

누군가의 무언가를

빌고,

기원하고,

희망한 흔적이 수종사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위한 건 없다.

그들의 염원은 전혀 상스럽지 않고 순수하며,

따라서 왠지 안심한다.

 

수종사 삼정헌


삼정헌이라고...

 

사진으로 봤던 곳

두물머리가 훤히 내려다 보이며,

서까래며 등이랑 햇빛 가리개,

운치가 차고 넘친다.

 

다른 이들의 글을 보니 무료다실이라는데,

이미 사람이 많아 굳이 끼어들기 번거롭다.

 

 

 

하산

속세로 귀환한다.

 

 

온통 헝클어져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것들은 여전히 무질서하다.

아마 정리되지 않을 것들이고,

애쓴다 해도 그리 될 것도 아닌 것들이지만,

준비라도 하고 올걸 그랬나?

 

운무가 깔린 수종사도 예뻤는데,

차라리 비라도 왔으면....

 

 


내려오는 길이 꽤 시장했는데,

주변에 깔린 장어구이집은 혼잣몸에 가당치 않지.

마침 역전 좌판에 간단히 먹을 만한 것들이 더러 보인다.

 

 

 

할머닌 인상이 아주 좋으신데, 

컵라면을 시켰더니 잘 익은 총각김치를 내어 주신다.

 

수종사, 나중엔 달리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