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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마포맛집/도화동맛집] 산동만두, 실패한 아빠의 자랑질

제게도 이런 날이 오긴 하는군요.....


큰 아이는 공부를 꽤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공부 투정도 잘 부리지 않고요... 그렇지만 지켜보기 안스러울 정도로 오랜동안 성취가 보이지 않았더랬죠. 


최근에 또 시험이 있었고, 드디어 아이가 기뻐할 정도의 성적이 나온 듯 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우수한 성적은 아니고요... 지금은 자만에 빠져 대충 놀며 어슬렁거리고 있더군요).


아빠는 아주 기분이 좋아졌고, 사무실의 더 늙은 호텔리어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죠. 그동안 저 늙은 몽돌은 더 늙은 호텔리어들의 자랑질을 주로 듣고, 부러워하며 하릴없이 맞짱구만 쳐 왔던 처지였거들랑요.


그나저나 왠일이랍니까? 제게도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군요.


아직 덜 취했습니다...


최고위급 늙은 호텔리어께서 마련한 자리, 전 그 자리에서 제 자랑을 쏟아 놓고는 재빨리 집으로 튈 속셈이었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쫌 덜 늙은 여성 호텔리어가 자꾸 2차를 꼬드기네요?! 쩌어기 더 맛있는 곳이 있다며...





그다지 내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축복 받은 체질의 소유자인 저는 소주 서너 잔에 이미 취기가 올랐고, 2차 술집을 가는 택시 속에서 기분은 한층 '업'되었더랬지요.


마포가든호텔 뒷쪽 좁고 허름한 골목에 위치한 마포맛집 산동만두


처음 간 그곳에서 주종을 바꿔가며 한참을 더 달렸겠지요?!

어렴풋이 생각나는 기억 저편,

전 아이 자랑을 충분히 하진 못했던 듯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분이 우쭐해 있었던지 술값을 제가 내고 말았더군요~~...ㅠㅠ


새로 맛본 꿔추이.. 항상 먹던 연태고량주보다 오히려 낫더군요. 가격도 나름 착한 편입니다.


자랑질도 제대로 못했는데 술값을 내다뉘.... 이 무신 가성비 허접한 자랑질이람?!!! 더군다나 외벌이 신세로 전락해 가정경제가 위태로운 판국인디....ㅠㅜ


이 아자씨가 마포 산동만두의 오너쉐프인데 화끈하고 까칠까칠하십니다.ㅎ

 

카드로 계산을 했지만 계산서를 챙겨 보지는 못했습니다.

주문했던 메뉴들을 생각하면 의외로 크지 않은 비용이었고, 같이 나눠 내자는 더 늙은 호텔리어를 뿌리치며 '이 정도야 뭐~' 객기를 한껏 부렸겠지요. 종종 정신 못차리는 편입니다.


이런 펫말이 산동만두 출입문 안팎으로 붙어 있더군요.

예약은 이미 11월 까지 차 있다던데 9시 이후 늦은 시간엔 그나마 자리가 나는 모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술을 깨고 나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그 아지매 호텔리어의 꾐에 빠져 처음 간 그곳은 아주 괜찮았던 맛집이었어요. 


속이 쓰라리긴 하지만 먹었던 요리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포스팅이라도 하나 건져 보도록 할까요?!


마포 산동만두의 군만두


상호가 그러하니 만두가 주력일 터, 잠시 자리를 비웠다 들어왔더니 벌써 시작을 했더군요.

  

군만두는 마치 연희동 터줏대감 오향만두의 그것과 자웅을 겨룰만 합니다. 내는 품 역시 오향만두의 것과 하나 다름없는데 육즙도 촉촉하고 속이 아주 알차더군요. 누구는 서울 3대 만두 중 한 곳이라 일컫던데 그런 말엔 그다지 관심 없습니다.


마포 산동만두 오향장육


오향장육도 괜찮은 편이군요. 전 송화단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다지 즐기지도 않아요. 위에는 짠슬을 넉넉히 덮었는데 맛이 독특합니다. 

하지만 제겐 쌉싸름한 마늘 소스가 한껏 얹힌 명동 향미의 것이 더 낫군요.


일품가지


가지를 기름에 파삭하게 튀긴 후 청경채 등의 야채와 섞어 칠리소스를 얹었군요. 처음엔 너무 단 듯 했지만 자꾸 손이 가네요?! 겉은 파삭하고 그리고 속은 부드러운데 아주 신선한 식감입니다. 맛있어요.


마포 산동만두 산라탕


산라탕도 제겐 처음입니다. 

원래 시고 맵다고 산라탕이라는데 첫맛엔 역시 산미가 강하게 다가오는군요. 건고추를 잘라 넣었는데 그다지 맵진 않습니다. 송이버섯과 부드러운 두부의 식감이 훌륭하군요. 

일품가지와 함께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소고기 탕수육


서비스라며 주셨던 탕수육인데 쇠고기로 만들었다더군요. 마치, 얼마 전 충무로 부산복집에서 먹었던 복튀김인 듯 했습니다. 소스도 독특했지만 튀김옷과 그 속의 고기가 정말 부드럽군요.


소스는 일반 탕수육의 그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가격 좋습니다. 

대부분의 요리가 15,000원 안팎인데, 양이 넉넉하진 않지만 아주 인색하게 느껴지지도 않더군요. 구색이 다소 다르긴 합니다만 연희동의 이화원이나 목란의 요리들에 비해 전혀 뒤져 보이지 않는 퀄러티, 하지만 가격은 아주 착합니다.



넓지 않습니다.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듯 보이는데 4인용 테이블이 십 여개? 다소 침침하지만 늙은 호텔리어들이 좋아하는, 따뜻하고 안락하고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예약은 당분간 불가능하다니 가시기 전에 반드시 전화로 확인하셔야 할 듯 하군요. 마포가든 호텔 바로 뒷쪽이고요, 산동만두 주차, 당근 안됩니다. 인근에 주차장이 보이긴 하던데 싸진 않을 듯 했습니다.


어쨋거나, 돈은 내더라도 다음엔 제대로 자랑질 해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