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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남산맛집탐방 - 남산 산채집 왕돈까스 그리고 산채비빔밥

이런 심심한 맛이 종내 싫더니 식성 역시 빠르게 변해가는군요.



제 어릴 적, 밥상머리의 어머니께선 '참 맛있다'시며 나물들을 제 숟갈에 척척 걸쳐 놓곤 하셨었지요. 


전 이내 거리낌 없는 왕투정을 쏟아내곤 했었는데 지금은 외려 그것들에 손이 먼저 가는군요. 


어느 듯 아이들 숟갈에 그 맛있는 나물을 얹고 있는 제 모습을 보노라면 느닷없는 회한을 느끼곤 합니다.... 이젠 저 또한 그 당시 어머니의 입맛을 쏙 빼닯게 된 듯 합니다만 아마도 어머니의 식성은 그동안 기력을 잃으며 또 변해왔겠지요. 


옛적엔 빨리 변하지 않는 것들이 그렇게 답답하더니 지금은 주변의, 변해가는 모든 것들이 참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 * *



종종 제법 긴 줄을 서기도 하더군요. 평일 점심시간, 주말의 점심, 저녁 피크 때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산채집이 이 곳에 자리를 잡은 건 한 십 년 되었을까요? 십 수년 전 회사의 선배들에 이끌려 바로 위의 남산설렁탕에 점심을 먹으러 종종 다니곤 했었는데, 그 당시 산채집 터엔 다른 것이 자리 잡고 있었더랬지요. 아마도 찻집이었나?!



남산 산채집의 치즈돈까스



남산 산채집의 주력 메뉴 중 하나이자 남산 명물로 꼽히는 남산왕돈까스의 유명세는 오히려 다른 식당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산채집 아래, 숭의여전 (지금의 숭의여자대학) 바로 윗쪽의 가게들 두엇인데, 이들 상호도 기득권을 강고히 주장하는 '남산돈까스' 그리고 '원조남산왕돈까스'이군요.





이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돈까스를 낸 건 아주 오래 전, 30년은 족히 넘었습니다. 그 당시 주된 고객은 지금과 같이 나들이 나온 일반 대중이 아니라 택시 기사분들이었죠 (국밥도 메뉴 중의 하나였는데 지금은 메뉴판에서 아마도 사라졌음직 하군요). 그러니 남산 산채집은 돈까스만 놓고 보면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아이나 다름없는 후발주자입니다. 





이곳에 자리한 대여섯 곳 식당들의 돈까스는 저마다 개성이 있긴 하나 보더군요. 하지만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마음만 먹으면 대충 흉내낼 수 있을 뿐더러, 섬세한 미식가의 평조차 부담스러운 대중적인 메뉴입니다. 제 허접한 입맛도 호불호를 명확히 가를 만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처음부터 돈까스를 내었던건 아닙니다. 남산 산채집을 대중에 알린 메뉴는 따로 있었어요. '산채비빔밥' ... 그래서 상호도 그런 모양새이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전국의 막걸리를 맛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남산이 다시 꾸며져 공원화되자, 아이들과 함께 비교적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시내 관광지로 부각되었고, 다변화 된 고객층을 발 빠르게 수용한 결과랄까요?!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 분야와 규모를 불문하고 작용하는, 어쩔 수 없는 진리입니다. 



남산 산채집 산채비빔밥



이곳에서 내는 산채비빔밥은 꽤 심심합니다. 간을 강하게 쓰지 않아 본연을 맛이 제법 살아 있는 대여섯 가지의 나물을 한 쟁반에 담아내고요, 같이 나오는 된장찌개 역시 다소 묽습니다.


찬이라 해야 달랑 하나인데, 이 역시 간을 줄인 열무 물김치이고 너무 단촐해 보였던지 맵지 않은 고추를 함께 내는군요. 매운 걸 달라면 퇴짜 맞습니다.






오늘은 싱가폴에서 건너 오신 손님들을 모셨는데 우리나라 음식들을 참 좋아들 하시는군요. 



밀레니엄서울힐튼 일식당 겐지



호텔에서 몇 일 투숙하고 계신 분들인데, 호텔에서의 그 고상하고 화려한 메뉴들에 싫증날만도 하지요. 더군다나 부담 없는 로드샾의 음식들을 더 즐기는 듯 하더군요. 


가리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나물도 좋아하고, 전도, 돈까스도...



남산 산채집 부추전


부추전은 꼬들 꼬들 바싹 익혔는데, 전 이런 식감이 오히려 더 좋더군요. 청량고추가 송송 들어가 종종 느닷없이 매콤해야 제맛이지만 산채집의 그것은 역시 심심합니다. 


그나저나, 간장 종지를 저렇게 음식물 위에 내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산채집의 보쌈


산채집의 보쌈은, 원래 막걸리를 내는 곳이니 응당 술안주 삼아 먹을 구색이지만 맛은 위 플레이팅을 따라가지 못하는군요. 막걸리를 꼭 마셔야 할 자리라면 차리리 부추전이 더 나아보입니다. 





남산은 근래 들어 상전벽해, 몰라보게 좋아졌더군요. 외국 관광객들도 많지만 데이트 커플들도 많이 찾습니다. 남산공원, 남산N타원 등 볼거리도 쏠쏠하고, 가벼운 산책과 등산으로도 훌륭한 핫스팟이지만 아이들과의 가벼운 교육여행에도 제격이지요. 남산과학관에서 나름 알찬 체험을 해도 되고요, 안중근의사기념관도 있거든요. 


알찬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호텔도 있고요....흠


이곳 남산 산채집과 주변의 남산돈까스 식당들은 남산여행 후 아이들과 식사할 만한 장소로 안성마춤입니다. 가격이 그다지 착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싸지도 않은 듯 하군요. 





남산산채집이나 남산돈까스 등 주변 식당들은 발렛 파킹을 해 주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남산 북측 순환도로 갓길을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는데, 이게 합법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도로점용료를 관할 지자체에 지불할까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식당들 곳곳의 직원들이 도로로 뛰쳐나와 호객을 하는데,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요.. 종종 이 북측 순환도로에 꽤 심한 정체가 빚어지기도 하는데, 알고보니 이들 식당을 찾는 차량들과 주차 문제 때문이더군요. 


맛있는 걸 찾아 먹을 수 곳이 가까이 있는 건 좋지만, 이런 영업행위로 공로에 정체가 빚어진다는 건 마땅치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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