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늙은 호텔리어의 맛집

생애 2번째 맛있는 고깃집/홍제동맛집 마포소금구이

어머니께서는 만원을 제 손에 꼬옥 쥐어 주십니다. 고기를 사 먹고 오라시네요?


전 어릴 적부터 고기를 유달리 좋아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집에선 고기를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아마도 가족들이 육식을 좋아하지 않았던 탓이었겠죠. 그럴만한 형편도 못되었어요.


당시 시골에서 제법 유명했던 갈비집이었던 듯 한데, 전 어머니께서 알려주신 그 곳을 혼자 찾아 갔고, 한껏 움추려든채 숯불갈비 1인 분을 간신히 시킵니다. 요즘은 1인 분을 잘 주지 않지만 그 당시 인심은 그래도 넉넉했던 탓이었을까요?


대청 마루에 상을 내 오고, 지금 기억에도 발갛게 고왔던 그 참숯 위에 소갈비를 얹습니다.....



때때로 가물거리지만 아마도 중 3, 시험을 마치고 도회 고등학교로 올라가기 직전의 것인 듯 하니 30년을 족히 지났을 일이군요. 이 오랜 기억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때의 그 숯불갈비가 제 인생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 고기였기 때문이에요.


대학을 졸업하고 짧은 방황을 하다 호텔에 취직을 했고, 늘상 봐 오던 게 우아한 서비스에, 화려한 구색을 자랑하는 값비싼 호텔의 음식들이었죠. 하지만 30여 년 전 그 오랜 추억의 숯불갈비 만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호텔 식당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 * *


20년 단골입니다.


결코 짧지 않은 그 세월이야 그렇다 쳐도, 오늘 소개해 드릴 이 곳은 제게 또다른 의미이군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름한 이 동네 식당의 고기가 제 생애 2번째로 맛있게 먹은 것이었으니까요.






늙은 몽돌도 참 어지간하지만 이 동네 식당의 생명력 또한 대단하군요. 날 새면 새로 들어섰다 곧 없어지고 마는, 그 숱하게 많았던 가게들 사이에서 20년을 꿋꿋이 살아 남았으니 말입니다.


홍제동 마포소금구이


결혼 직전 홍제동에 둥지를 마련했고, 두어 번 이사를 다니긴 했습니다만 홍제동을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홍제동이 특별히 좋아서 그랬을리는 만무하고,,, 한번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옮기지 못하는 그 게으르고 소극적인 성격 탓이겠죠.



주인 어르신의 흰머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요.

처음 뵈었던 1998년 그때도 저렇게 백발이셨는데, 어렴풋 기억나기론 IMF위기로 회사를 그만 두셨다나 뭐라나.... 여튼 오래된 사이라 제 아이들이 돌 즈음 때의 모습도 기억하고 계십니다.


홍제동 마포소금구이

갈매기살도 아주 좋습니다.


아이는 돼지갈비를 좋아했지만 주인장께서는 탐탁치 않아 하셨는데 이후 방송 등으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장사하시는 분, 20년 단골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신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제 생애 두번째로 맛있게 먹었던 고기는 위의 삼겹살도 아니고 갈매기살도 아닌,,, 역시 쇠고기였겠죠? 허름한 동네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퀄러티가 아니었습니다.


홍제동 마포소금구이


맛본 건 기껏해야 두어 번인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특별한 날이었겠죠?


호텔에선 그 비싼 뷔페를 대수롭지 않게 시켜 먹으면서도 이곳의 쇠고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건 좀 아이러니~ 아마도 적당한 가격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체품들이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오늘은 좀 많이 시킵니다. 


최근엔 좀 격조했는데, 아내가 회사를 그만 둔 뒤론 막내 녀석이 성화를 부려도 여간해선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종종 고기를 사와서는 집에서 대강 구워 먹곤 했더랬지요.



저도 오늘은 허리띠를 풀어 놓고 배불리 먹을 작정입니다.



요렇게 먹고요... 

갈매기살은 많이 익히면 질겨지니 적당히 구어야 하는데, 고기 꽤나 먹어 본 제가 항상....



밥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 오래 끓인 듯 아주 구수합니다. 

언젠가 레시피를 여쭈었더니 쌈장을 약간 섞는다고 말씀하셨던 듯 하군요.


홍제동 마포소금구이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교통 요충도 아니요, 유흥가 제대로 형성된 곳도 아닌 홍제동.. 

그러니 이런 식당의 주된 고객은 대부분 주변 주택가의 주민들일 수 밖에 없는데, 초장기엔 기다리는 줄도 제법 보이더니 요즘은 경기의 영향을 적잖이 타는 듯 하군요.







맛집 글을 블로그에 더러 올렸었는데 애정하는 20년 단골집 생각이 왜 지금에서야 났는지 모를 일입니다. 수시로 가는 동네 식당이니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기 때문일까요? 


카메라를 들이대자 주인장께서는 꽤 의아해 하셨는데, 블로그가 뭔지도 잘 모르시는 듯 하더군요. 더군다나 블로거들이 부러 찾을 리도 없는 흔한 동네 식당.... 


언제 홍제동을 벗어나 이사 나갈 지 모르겠지만 오래토록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내세울 만한 맛집이 드문 홍제동입니다.


홍제동 마포소금구이

주차장 없습니다.  정 여의치 않으면 앞의 SK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잠시 주차를 부탁하면 OK, 또는 주변의 롯데마트에 주차, 간단히 장을 봐도 되고요....



몽돌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