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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야기

강릉 씨마크호텔 Seamarq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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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의 하얀 별장

아름다운 럭스티지 호텔 (Luxury + Prestige)

강릉 씨마크호텔 Seamarq Hotel


강릉 씨마크호텔


1.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강릉 해변에 하얀색 등대인 듯 홀연히 선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군요. 아름다운 호텔입니다. 물적 위상만 따지만 서울 유수의 럭셔리 호텔들에 견주어도 부족할게 하나 없습니다. ADR은 오히려 그들보다 높은 듯 싶더군요.


씨마크호텔


개관 당시부터 꽤나 화제가 되었습니다만, 씨마크 호텔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는 프리츠커 상 (Pritzker Prize) 수상자인 리처드 마이어 (Richard Meier)가 설계했습니다. 원래 백색 건축으로 유명세를 떨친 분이라네요? 씨마크호텔 역시 온통 하얀색인데, 파란색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등지면 하얀색 건물이 수평선을 거스르며 아름답게 번뜩입니다. 대부분의 객실에서는 그 너른 동해 바다를 한껏 조망할 수 있어요. 


가구니 조명 등 호텔을 채운 집기들도 내로라하는 이들의 작품이더군요. 이 분야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데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동반했던 터라 더 말할 계재가 아닙니다. 기억에 남는 한가지는, 2년된 씨마크는 오염되지 않은 순백색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청소를 자주해 그런게 아니라는군요? 아래 더보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으로는 격오지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호텔입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5시간. 우리나라 남단 끝자락이나 다름없는 남해의 사우스케이프나 남해 힐튼과 크게 달라 보이는 게 없을 정도이군요. 1시간 남짓 거리인 가평의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고, 심지어는 우리나라 제 2의 도시인 부산 입지 호텔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있었어요. 말미에서 다시 다뤄 보겠습니다.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요? 공급이 시장을 키우고 수요가 이를 추종하면서 시장 자체의 기반이 튼실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개별 호텔 단위의 노력으로 가능한게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이런 말은 개나 돼지, 아무나 할 수 있는 흔한 얘기입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데스티네이션 호텔로써의 매력을 충족시킨다손 치더라도 수요를 받쳐줄 운영 기반은 취약하기만 합니다. 성수기엔 객실을 청소할 룸메이드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어요.


강릉 씨마크호텔


2.


VIP setup으로 객실의 테이블에 올려진 고구마와 옥수수, 그리고 미니바의 홈메이드 오미자 쥬스를 본 저는 꽤나 놀랐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화려한 호텔의 내부를 컨텐츠로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예일 뿐이에요.


로컬과 컨텐츠


대부분의 부띠크 독립호텔이 그렇듯, 씨마크호텔만이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합니다. 직접 텃밭을 메며 호텔에서 사용할 옥수수며 상추를 가꾸는 총지배인, 투박한 강원도 사투리가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호텔리어의 모습 역시 그런 노력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씨마크호텔에서 본 경포 앞바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료콘서트 등을 공들여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그런 면모를 엿볼 수 있었어요. 이런 활동은 지역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자 호텔 자체의 매력을 구성합니다. 지역을 배반한 호텔이 제대로 성장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로컬의 중요성이 한없이 커진 요즘엔 더더군다나 그러합니다. 듣자니 맥주 등 호텔에 필요한 원부자재 역시 가급적이면 지역 사회에서 소싱하려고 노력한다더군요.


그 모든 노력들이 서로 작용하고, 시너지로 부풀어 먼곳의 고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스토리로 입소문을 탈 수 있을지, 그게 언제일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수많은 구슬을 한 줄로 꿰어 낼 수 있는 '마케팅 스킬'에 관계된 문제일 수도 있고, 위기가 닥쳐도 이런 활동들이 위축되지 않는, '일관성'의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습니다.




동행했던 지인분께서 다녀온 한참 뒤 말씀하시더군요. 건물이나 가구 등 하드웨어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 속에 뭔가가 더 채워져야 한다고...  옳은 말씀이지만 그 많은 국내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한 처지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속이 꽉 채워진 호텔을 저조차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씨마크호텔의 경우 오히려 외양이 너무나 강렬해서, 속에 깃든 컨텐츠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외면받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미지 by 씨마크호텔


3.


이런 외진 입지에, 감당도 버거울 화려한 호텔을 왜 지었냐고요? 


현대그룹의 창업주께서 애지중지하셨던 곳입니다. 정주영 선대 회장께서는 이북으로 잘린 고향, 저 넘어 강원도 통천을 그리워하며 이곳 경포대에서 매해 여름 신입사원 수련회를 열었다죠? 제 직장 초년병 시절, 경포대 해변에서 현대의 젊은 직원들과 씨름을 즐겼던 모습은 비교적 흔하게 언론의 지면을 오르내렸습니다.


왜 강릉 경포대인가?


원래도 이곳엔 호텔이 있었던 듯 합니다. 1971년 동해관광호텔이라는 오래된 호텔을 인수해 호텔현대-경포대를 열었고, 2013년 이를 허물어 새로운 호텔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하죠. 2015년 6월 지금의 씨마크호텔을 개관하는데 바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탄생 100년을 맞는 해였습니다.



이미지 by 씨마크호텔 박선일지배인님


다녀온 후에 언론을 통해 전해진 소식은 좀 느닷없었습니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회사 현대중공업은 호텔현대 지분 모두를 자산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넘겼으니까요. 뉴스가 노출된 초기엔 해석이 좀 분분했습니다만 경주, 울산, 목포 세 곳의 호텔을 소유, 운영하던 호텔현대가 매각된 것이었더군요. 현대중공업의 소유인 강릉 씨마크호텔과 블라디보스톡 비즈니스센터 VBC의 신분엔 변화가 없습니다.


호텔현대, 현대중공업과 씨마크호텔


하지만 씨마크호텔의 운영 주체 (소유가 아니라 일종의 경영위탁계약 관계)이던 호텔현대가 매각되었으니 결국 한앤컴퍼니가 강릉 씨마크호텔을 운영하는 셈이죠. 지난 달엔 블라디보스톡 비즈니스센터 VBC도 호텔롯데에 매각을 추진중이라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마저 성사된다면 이곳 씨마크호텔만 현대중공업에 홀로 남게되는 겁니다. 


현대중공업에서 호텔이란 애초에도 비핵심사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씨마크호텔을 남긴 이유는 지극히 감정적인 배경 탓 아닐까요? 아버지의 유품과도 같은 그런 것. 아들된 신분[각주:2]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랜드마크 호텔로 기린 곳.... 하지만 후대에 또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겠죠. 애초 돈을 벌겠다고 지은 호텔이 아닌 듯 하지만 그렇다고 수익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일 순 없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면 결국 그 존립 가치에 의구심이 제기될테니까요. 기업으로써 부자연스러운 일이 전혀 아닙니다.


강릉 씨마크호텔/권대표님 이미지



시장엔 우호적인 변수와 적대적인 변수가 어지럽게 혼재해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시장이 확장하며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폭증한 공급이 중단기적인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죠. 1100실 가까운 분양형호텔 세인트존스 경포 호텔 (2017년 12월 개관예정)과 역시 분양형인 스카이베이 호텔 경포 (2018년 1월 - 530여실) 등이 휘황찬란한 마케팅 수사로 치장한 채 무려 1700실 가까운 공급을 쏟아낼 예정입니다.




하지만 신규 공급의 면면을 보면 씨마크호텔의 마켓을 잠식할 위상으로 보이진 않아요. 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호텔리어나 룸메이드 그리고 좁은 도로망 등 그나마 취약한 운영 기반을 나눠야 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겠죠.


시장


서울 - 강릉간 KTX가 연내 개통되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겠죠? 호텔이나 관광 관련 산업엔 호재로 작용합니다. 위쪽 양양공항의 영향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동남아 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던데 사드의 영향으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이 효과를 반감시키겠죠. 관건은 오히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의 사정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외국발 변수가 씨마크호텔에 크게 영향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씨마크호텔의 고객 90% 정도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입되고 이들 믹스의 대부분은 내국인입니다. 다시말해 씨마크호텔은 국내 부유층 여행자를 주된 타깃으로 하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호텔이란 의미이고 럭셔리 스케일의 최상단 범주에 속하는 위상입니다.


잉고마우러의 골든리본과

목가구의 신이라는 조지 나카시마의 스트리트백체어

/강릉 씨마크호텔 더라운지


5.


로컬 독립브랜드 호텔의 경우 오너의 철학이 곧 서비스 스탠다드요 정체성입니다.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호텔에 상반된 영향을 미치게 되죠. 독특한 매력을 입히는 원동력이자 융통성있는 운영을 가능케 하지만 서비스 퀄러티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해요. 씨마크호텔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정립된 서비스 스탠다드란 게 없을 독립호텔이에요.


약점을 지역 특색으로 극복하려 한다더군요. VIP 셋업으로 준비한 고구마와 옥수수, 지역 주민을 위한 콘서트 등이 그러한 것들인데 놀랍지만 이 정도론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짙은 강원도 사투리와 성의에서 나온 적극적인 고객 대응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고객도 없지 않다 했는데, 세련미를 가다듬으면 또다른 매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더군요.


격오지 특성


자세한 얘기가 오가진 않았지만 인적자원 수급에 대한 이슈는 꽤 심각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룸메이드 등 외부 용역서비스의 수급도 그렇지만 호텔리어를 확보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일테죠. 최근 서울과 제주를 포함해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의 객실 공급이 급증했습니다. 호텔리어들을 그야말로 빨아들였잖아요? 씨마크호텔도 예외일 순 없겠죠. 신규로 채용하는 자원의 20% 정도만 결국 남는다더군요.


여수 히든베이 호텔의 케이스를 밴치마킹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이는데,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 특급호텔에서 오래 근무하다 퇴직한 높은 연령층의 자원을 선별해 서비스 부문에 적극 활용하는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단순 노무직의 경우 외부 용역직이 아니라 단시간 근로제로 채용하며 근속을 늘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더군요.



씨마크호텔에서 내려다본 경포호 남단 야경

 


씨마크호텔을 구경하는 내내 남해 사우스케이프와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이 연상되더군요. 물적 정체성은 꽤나 상이한 곳들인데 아마도 이런 격오지 특성 때문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이들 호텔들간 운영 콜라보 같은 걸 추구해 보는 건 어떨까 싶었어요.


직원 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비수기 무료 혹은 staff rate 투숙 혜택을 교환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듯 하고, chef 교환 프로그램 (Guest Chef)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죠. 이런 과정으로 신뢰가 쌓이고 효과가 검증되면 마케팅 채널 등 다른 경영 자원을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제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가요?


씨마크호텔


6.


강릉 씨마크호텔의 스펙은 아래와 같습니다.


  • 씨마크호텔 개관일: 2015년 6월 26일 개관 

  • 씨마크호텔 소유주: 현대중공업

  • 씨마크호텔 등급: 5성 관광호텔

  • 씨마크호텔 인벤토리: 150실 (호안재 1채 포함)

  • 씨마크호텔 레스토랑: 올데이다이닝 더레스토랑 The Restaurant, 파인다이닝 쉐프테이블 Chef's Table, 라운지 더라이브러리 The Library, 

  • 씨마크호텔 연회장: 그랜드볼룸 및 중소 연회장 (바다, 하늘, 호수) 

  • 기타 부대시설: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실내 수영장, 인피니티풀, 키즈클럽

  • 그리고 한옥호텔 호안재와 신라시대 문화재 전시관 (호텔 조성때 발굴된 신라시대 유적 전시)

  • 씨마크호텔 설계: 리차드 마이어 

  • 씨마크호텔 건축: 현대건설

이미지 by 박태일이사님 라이카....



오지랍 넓은 참견쟁이 늙은 몽돌은 뭔가를 말한다는게 조심스럽기만 했습니다. 설령 넘치게 안다손 쳐도, 경영을 책임지며 매일을 고민하고 계신 분에 어찌 비하겠습니까. 더군다나 호텔의 환경은 제게 익숙한 서울이나 수도권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짐작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어요. 이런 환경이 생소하지 않을 호텔리어 두 분과 비호텔리어로써 호텔에 폭넓은 인사이트를 가진 세 분을 급하게 모셔 동반했던 이유입니다. 여하튼 전 그저 총지배인님의 말씀을 듣고만 왔습니다. 오히려 동행하셨던 분들의 말씀이 여러모로 경청할 만하더군요.



이후 아래의 글들을 더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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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마크호텔 올데이다이닝, 더레스토랑 [링크]


마치기 전에... 총지배인님 그리고 송지배인님을 포함한 호텔리어분들, 반갑게 맞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포스팅이 많이 늦었는데, 빚진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네요. 아울러, 먼길 마다치 않고 동행해 주셨던 박이사님, 박팀장님께도 감사 말씀 전합니다.


이미지 by 권희정 대표님 그리고...


모두 감사합니다.


*2년 전 포스트입니다만 어쩌다 실수로 날렸고, 다시 살리게 되었습니다.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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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정원의 디자인 칼럼〕 백색 건축을 통한 생명력 있는 건축을 구현한 리차드 마이어 2 http://www.ytn.co.kr/_ln/0128_201704110705520669 [본문으로]
  2. 정몽준 전회장은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대주주이고요, 현재 그룹의 경영하고 있는 전문경영인들은 일종의 '가신'그룹인 듯 합니다. 일설엔 곧 경영권을 아들에게 이관할 준비를 할 예정이라던데 글쎄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