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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아빠의 꿈/아이 운동과 검도



호구護具 깊은 곳, 

눈동자에 핏대가 서고, 숨이 거칠어 오른다.

본능이 몸과 정신을 마비시킨다....


상대의 죽도가 나를 스치면 악기가 한껏 치민다. 

몸은 이성을 비웃으며 제멋대로 반응하고, 죽도는 그때마다 상대를 비껴 간다.  


울음이 터져 나온다.......




오늘은 도장 (원무관) 개관 20주년 되는 날, 검도대회가 있었습니다.

초등 아이들의 대련을 보는 게 정말 재밌더군요.

평소의 연습이고 수양이고 소용도 없이 아주 원초적입니다. 펑펑 우는 아이도 있군요.ㅎ



현성이는 한사코 가기 싫어라 했는데 간신히 꼬드겨 참석을 시켰지요.

저도 그랬지만 관장님께서도 현성이의 승부에 대해 관심이 컷더랬습니다.

현성이가 최근에 다니기 싫어했거든요.

이번 경기가 새로운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져버렸습니다.....ㅠㅜ

아니나 다를까, 현성이는 경기가 끝나자 말자 푸념을 널어 놓더군요.

더 다니지 않을 듯 했습니다.





현성이는 검도를 4년 가까이 했습니다.

초등반이니 기본기 위주의 연습을 했을 터이고, 이번 같은 대련은 처음이었어요.

현성이의 성격은 다소 소극적인데, 친구들과 이렇게 대놓고 경쟁하는 걸 싫어라 합니다.

제 피가 어디 가겄습니꽈.......ㅋ


그러니 달포 전부터 가기 싫다고 어깃장을 놓고 다녔더랬지요.

전 검도를 성인이 되어도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몇 있거든요.

그래서 현성이가 오랫동안 했으면 하고 바랬지요.




하지만 저와 관장님의 기대를 배반하고 생애 첫 대련에서 져 버렸으니 소심한 마음에 충격이 컷을 터... 

어떻게 또 설득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관장님께서도 염려하는 기색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중년반까지의 모든 경기가 마무리되고 시상을 시작합니다.

매달도 많고, 상품도 푸짐합니다. 

하긴 이런 대회에서는 의례 상잔치를 하나보더군요. 앞으로 더 잘 하자고 기운을 돋우는 기회이니까요.


하~ 그나저나 초장에 탈락한 현성이는 어쩌나....ㅠㅜ




고민 가득한 마음으로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데,

엇???? 

'기본기 상'란 다소 어색한 시상이 있습니다?!..



현성이는 금매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목도도 상품으로 받고요.

만면에 미소가 한동안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포스팅하고 있는 지금 봐도 웃기네요.ㅋ 

표정이 저렇게 한 순간에 바뀌다니..그전까진 정말 침울했거든요..



기본기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저녁에, 다소 먼 거리를 4년이나 혼자 다니며 연습만 했으니까요..ㅋ


하지만, 마음에 짚이는게 있었습니다.

그 기본기 상은 애초에 있었던 걸까요?



관장님께 뒤에 여쭤 봤지요.

그런 상이 처음부터 있었느냐고~


한동안 먼산을 보고 계시다가 한 말씀만 하셨습니다.

'현성인 기본기가 아주 좋습니다' .......

(알고 보니 모든 아이들이 남김없이 상을 받더군요, 이 포스팅을 현성이가 보면 안되는디....ㅋ)



 몽돌의 빙글!!!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수많은 과정들을 겪게 되지요.

어쩌면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저 같은 부모가,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그 수많은 과정에 얼마나 

개입해야 옳은 건지 고민되는 요즘입니다.


공부를 잘 해서 출세하면 좋지만, 그게 어디 부모 마음 만으로 되는 일인가요?!

더군다나, 돈 많고 출세한다고 반드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아니더군요. 

지위 높은 벼슬아치가 된 들, 인간 존재에 대한 애정이 없는, 부실한 인격이 들통 나 미개한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게 행복하지는 않을 터,

아이들이 그저 건강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잘 배려하고, 주위의 불행에 대해 슬퍼할 줄도 아는 

그런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로부터 상처 받게 되지나 않을까 자꾸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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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도회 소속 홍제동 원무관

저야 문외한이니 유명한 곳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소 외진 곳에서 20년 되었다는데 배출한 제자들도 많다더군요. 

http://www.wonmookwan.com/zb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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