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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귀신 간첩 할머니/서울시립미술관 편의시설




귀신, 간첩, 할머니.....


제목이 요상스럽지요?!

도슨트의 귀뜸이나 도록의 도움이 없다면 그 의미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회괴한 단어의 조합....



이번 비엔날레의 화두는 '아시아'라는군요.

아시아의 식민과 냉전, 그리고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급변에 따른 소외를 다루었다고 합니다. 

 '귀신'은 아시아의 잊혀진 역사와 전통을,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 여성이 견디고 살아온 '귀신과 간첩의 시대'를 비유<박찬경 미디어시티서울 2014 예술감독> 한다고 해요.


수십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만 주제는 꽤 무겁고 이들이 던지는 각각의 의미를 깨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가 보다'며 아이와 미술관을 어슬렁거렸다고 해야 할까요?!



도슨트의 설명을 듣다가 그마저도 쉽지 않아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아이는 꽤 실망했는데, 애초에 손으로도 만져 볼 수 있는 전시회라고 꼬드겼었거든요. 일부는 손으로 만져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만 관람객이 많아서였던지 진행요원이 완고하게 막더군요.




신분증을 맡기고 오디오 가이드를 둘 빌렸습니다. 영화배우 박해일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작품들을 일일이 설명했는데 제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친절하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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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조각/양해규


수많은 방울을 달아 만들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이 '소리'라는 주제는 전시된 작품 여럿이 다루었던데 의미하는 바가 제각각이었던 듯 합니다. 

따로 설명되진 않았습니다만 이들이 지닌 공통적인 함의는 '과거를 깨고 미래를 위해 소리내라!'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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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의 이면/야오루이중


야오루이중은 대만의 대표적인 작가라는데 가장 오랫동안 감상했던 작품들입니다.

박해일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깁니다.



"폐허가 된 유적들, 신과 동물의 조각상에 관한 흑백사진들인데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이 배어납니다. 신과 동물의 형상을 만드는 인간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알 수 없는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하지만 사진 속 조각들에서는 신성한 영혼이 느껴지기 보다는 마치 종말 이후의 세계에 온 것 같은 고립감이 느껴집니다. 복제품을 볼 때와 같은 위조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최초의 신상에는 어쩌면 신성한 영혼이 깃들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대량 복제를 거듭하면서 신성함은 사라져 버리고 위조된 복제품만이 남아버렸습니다. 

진실한 영혼이 떠나버린 후 남겨진 신들의 조각상은 인간성 이면에 있던 욕망을 드러낼 뿐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선라이즈 자이브/마할디카유다


이 영상작품도 재밌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한 공장의 직원 집단체조를 보여주는데 이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영상 속의 것을 집단체조라 부르긴 너무 허술합니다. 저마다 제각각, 하는 둥 마는 둥.....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도 길들이려는 근대주의의 실패를 희화화 한 듯 한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집단체조가 일상화된 30년 전의 시절로 회귀하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낼 때도 있습니다.


여러 작품들을 보긴 했습니다만 기억에 남은 것들만 소개드렸습니다.






 

아래는 전시관의 한 켠 벽에 있던 시인데, 왜 그곳에 붙어 있는지 가타부타 설명은 없었더군요. 하지만 그 내용이 곱씹어 볼 만합니다..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소화능력은 놀라웁고, 그들의 판단은 오류를 모른다.

그들은 사실을 믿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믿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이 그들을 믿어야만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그들의 참을성은

한계가 없다. 논쟁을 할 때

그들은 첩자의 귀로 듣는다.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없는 사람들을

절대로 행동할 줄 모르는 생각 깊은 사람들이 만난다.

이 생각 깊은 사람들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단을 피하기 위해서 의심한다. 그들은 자기의 머리를 

오로지 옆으로 흔드는 데만 사용한다.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은 침몰하는 배의 승객들에게 불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살인자가 치켜든 도끼 아래서

그들은 살인자 역시 인간이 아닐까 자문한다.

이 일은 아직도 충분히 연구 검토되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면서 그들은 잠자리에 들어간다.

그들의 활동은 우유부단을 본질로 한다.

그들이 애용하는 말은, 아직 결단을 내릴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베르틀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 의 시, '의심을 찬양함' (1932)에서 발췌/김광규 역



그들은 아마도, 쥐새끼처럼 나와 주변의 양식을 갉아 먹고, 급기야 국가 전체를 병들게 하겠지요.






제게도 쉽게 다가오는 작품들이 아니었는데 현성이는 아예 관심이 없더군요. 하지만 샌드위치는 2개나 먹어치웠습니다......



'아름다운 미술관', '착한 미술관', '똑똑한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참 편안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는데, 관람객을 구석구석 잘 배려했거든요. 다른 미술관도 종종 다녔습니다만 비교되는 면들이 많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대부분 전시는 무료인데다 오디오 가이드 등도 무료로 대여하고요,,, 




도슨트의 전시설명이 현장에서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앱도 따로 있어서 전시회에 가지 않아도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다녀 온 뒤에도 다시 들으며 감상할 수 있어요.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앱

http://sema.seoul.go.kr/korean/information/informationView.jsp



서울시립미술관의 편의시실도 훌륭합니다. 자료실도 따로 있고요, 아주 예쁘게 꾸민 놀이방과 수유실도 1층에 있습니다. 간단한 요기가 가능한 카페 아르떼도 있는데 예쁜 기념품들도 꽤 많이 판매하더군요. 어디나 그렇지만 가격은 저렴하지 않은 편입니다.




아울러, 미술관 곳곳에 관람객이 쉴 수 있는 공간들을 배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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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미술관 깊은 곳에도 완연히 내렸더군요. 

가는 가을을, 아이들과 미술관에서 배웅하고 오셔도 좋을 듯 합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기간: 2014. 9. 2 ~ 2014. 11. 23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0:00~20:00 (,,공휴일: 18:00/19:00까지 )

서울시립미술관 휴관일: 매주 월요일, 1 1

서울시립미술관 주차장있음 (5분 당 평일 400, 주말 300)

서울시립미술관 교통편: 지하철 시청역 (1호선, 2호선)

서울시립미술관 주변맛집: 고려삼계탕, 배재정동빌딩 1 푸드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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