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실패를 기록합니다.
큰 아이는 중학교 3학년,
특목고를 지원했지만 여차저차해서 낙방했습니다.
현재의 생애 첫번째 실패,
곧 우리 가족이 맞은 첫번째 실패....
아이가 공부 잘 하는 방법,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
하지만 아빠는 무관심할 수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재력도 갖지 못했고 맞벌이 엄마의 정보력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거든요.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아이 교육은 꿈에도 생각치 않았더랬지요.
나름 빠듯한 살림에도 아이 학원비를 아끼진 않았었는데,
학교는 이미 더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듯 했습니다.
내신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는 학원에서 하라며 넌즈시 요구하는 듯 했습니다.
놀기는 커녕,
시험이 있으나 없으나, 공부를 잘 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학교와 학원을 마냥 오가는 그 어린 삶이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때때론 열심히 안 한다며 아이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었으면 했었지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저도 알고 아이 역시도 아주 잘 압니다.
그래서 현재의 오랜 친구가 더 부러웠습니다.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진 않았지만 특정 분야의 재능이 뚜렸한 아이였는데
그 쪽으로 특화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더군요.
하지만 현재는 유별나지 않은 평범한 아이입니다.
적성검사를 하기도 했지만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분야가 도출되더군요.
그저 심심풀이 땅콩이라 생각키로 했습니다.
친구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한 분야에 뚜렷한 적성을 보였다면 굳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기만 하는 공부를 힘들게 시키지 않았겠지요.
오늘은 우리 모두의 첫번째 실패를 기념하는 날
샴페인을 터트렸습니다.
이번 실패는 곧 또다른 기회로 작용하거나, 혹은 다시 반복되겠지요.
그것이 공부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행복한 삶을 위해 앞으로도 수없이 마딱트릴 그 실패들에
현재가 결코 주눅들지 않길 바랍니다.
아울러, 엄마 아빠는,
언제 어디서나, 그 실패들을 위안 받을 수 있는 안식임을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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