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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하루 여행

창덕궁 후원, 역사가 오늘을 묻는다/왕실의 휴식처, 궁중정원 금원禁苑 [아빠와 하루여행]

 


임금의 산책지,

조선 왕실의 정원

 

지금도 훼손 등의 이유로 출입이 제한되니 그 이름은 금원禁苑

궁궐(창덕궁)의 뒷편에 만들어진 정원이라는 의미로 후원後苑,

 

그리고 구한말 이후 원래 관리관청의 이름이었던 비원秘苑이라고도 최근까지 불리웠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아니라 제가 보고 싶었던 곳, 금원으로 한나절 여행을 떠납니다.

 

 

 

 

마음 먹는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가보고 싶었을까요?

예약은 매번 1개월 정도 밀려 있더군요.

 그나마 아주 더운 한여름, 해가 중천인 일요일 시간이 비었는데, 아이들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제 얕은 인내심은 더위를 불사不辭합니다.








금원은 워낙 잘 알려진 곳, 자세한 설명이 필요친 않아 보입니다.

 이미 다녀들 오셨지요?

 

 

사진 위주로 좀 볼까요? 




정면의 누각이 주합루/1층이 왕실직속 도서관인 (내)규장각

주합루로 오르는 정문이 어수문/'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격언과 같이 통치자는 항상 백성을 생각하라는 교훈이 담긴 문으로 정조의 민본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부용지와 부용정/연못에 피어 있는 한송이 꽃의 모양, 막눈인 제게도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불로문不老門과 애련정愛蓮停

불로문을 지나면 늙지 않는다고 하니 혹 여러번 드나들면 아이가 될 수도 있으려나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가 뜬금없이 생각납니다.ㅋ

숙종은 '내 연꽃을 사랑함은 더러운 곳에 처하여도 맑고 깨끗하여 은연히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이다'라고 새 정자의 이름을 지은 까닭을 밝혔다고 합니다.

 

 


존덕정과 관람지의 관람정

존덕정에서는 개혁정치를 염원했던 정조가 기울인 노력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어요.

 

 

 

 

무더운 한여름 땡볕,

하지만 서울 도심에 숨겨진 숲은 아주 깊고, 더위는 잠시 잊혀 집니다.

 

 



옥류천 일원의 소요정과 태극정 그리고 청의정

청의정은 금원에 남은 유일한 초가지붕입니다. 

 

 

 금원은 태종의 창덕궁 창건 당시 조성되어 확장되다가 임진왜란때 대부분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광해군때 재건되었으며 인조, 숙종, 정조 등 여러 왕들이 개수하고 증축하였는데,이들이 남긴 건축물에서 제각기 다른 의미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정조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을 금원 곳곳에서 느낄 수도 있지만, 시대를 달리 하며 때로는 난잡한 놀이터로 변질되었습니다. 백성의 눈초리가 당연히 따가웠겠지요?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그 높은 담장도 모자라 담장 바깥의 민가도 헐고, 성균관도 옮겨 갔습니다. 

 

 


바위를 깍아 만든 소요암/폭포도 만들고 물길도 깍아 술잔을 띄웠으며 유상곡수연을 벌이기도 했다네요.

 

 

인조가 새긴 소요암의 글귀와 더러운 권력의 술잔치 흔적을 보면서 마음은 더욱 불편해 집니다.

민의를 배반한 부도덕한 권력은 허약해지기 마련이지만 결국 백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 희생이 때로는 경제적인 부담에 그칠 때도 있었지만, 귀한 생명일 때도 허다했지요.

 

이들 문화유산은 단순히 박제된 장식물이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 지금이라고 수백년 전의 과거와 다를 바 하나 없지요.

정치는 우리와 상관없는 정치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현실입니다.

 

 

좋은 날, 낙엽 쌓인 금원의 숲길을 다시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