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에서 가을을 보내고 오는 길
자하문길에 위치한 단골 국수집을 가다가 구경삼아 시장으로 들어 섭니다.
좁은 시장길을 기웃거리다 이른 시간임에도 줄을 만든 곳이 눈에 띄더군요.
저보다 더한 팔랑귀 소유자인 옆지기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 진로를 급수정합니다.
'체부동 잔치집'
체부동이란 이름이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동네이름이군요. 법정동으로 행정동인 사직동의 일부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중의 하나라고도 하는데 옛날 조선시대 관청 체부청의 이름을 땃다고 해요..
일단 메스컴도 여러번 탄듯하고 가격도 나름 착해 보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름이 제법 알려진 곳이더군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방명록이 벽을 온통 장식했습니다.
간혹 유명한 연예인의 것도 끼어 있더군요. 하지만, 마치 유행처럼 번진 방송출연과 덕지덕지 붙인 이 사인들은 더이상 맛집을 담보하는 증표가 아닙니다.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등산모임을 마친 중년분들도 많더군요.
정작 원산지 표시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가격은 그럭저럭 착해 보이지요?!
몇가지를 시킵니다.
굴전....
재료는 싱싱합니다만 양이 저렴하지요?!
잔치국수...
다소 실망입니다.
국수를 워낙 좋아해 여러 곳에서 수시로 먹는데 이놈 육수의 맛은 개성은 커녕 무슨 맛인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손수제비
잔치국수와 동일한 육수입니다. 양도 부실하군요.
그나마 나았던 해물얼큰수제비
굴과 낙지, 냉동새우 등의 해물이 나름 풍부합니다.
잔치국수와 동일한 육수 베이스에 고추장을 푼듯 하네요.
서비스는 말하기 곤란할 정도...
직원들은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쁩니다.
가족이 주문했던 음식들이, 마치 중식당의 요리처럼 아예 하나씩 먹고나면 차례로 나오더군요.
덕분에? 온가족이 모든 음식을 나눠먹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카운터에서 계산할때 미안하다고, 한창 바쁜 시간대여서 그랬다고 사과하던데,
글쎄요? 바쁜 시간대엔 항상 그런 식이고, 그렇고 그런 사과가 계속 반복된 건 아니었는지....
체부동 잔치집
가족이나 연인끼리 오붓한 식사를 즐길 곳이 아닙니다.
맘편한 친구들과 가볍게 만나 지나는 길에 그야말로 저렴하게 막걸리 한잔 할 수 있는 거칠고 투박한 선술집입니다.
바로 건너편의 해물을 전문으로 하는 서촌 계단집
여기도 길게 줄을 섰던데........
소라와 꼬막이 아주 실해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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